김용옥 8

도올의 로마서 강해

내가 한때 회심을 하게 된 계기가 '로마서'였다. 수녀원의 조용한 방에서 로마서를 읽으면서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라는 구절이 나를 찔렀다. - 복음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과 올바른 관계에 놓아주시는 길을 보여 주십니다(로마서 1,17). - 이제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과 올바른 관계에 놓아주시는 길이 드러났습니다(로마서 3,21) - 하느님께서는 믿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무런 차별도 없이 당신과의 올바른 관계에 놓아 주십니다(로마서 3,22). -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모든 사람을 죄에서 풀어주시고 당신과 올바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은총을 거저 베풀어 주셨습니다(로마서 3,24). - 아무 공로가 없는 사람이라도 하느님을 믿으면 믿음을 통해서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얻게 됩니다(로..

읽고본느낌 2022.02.22

나는 예수입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예수전이다. 도올 선생은 마가복음에 기반한 있는 그대로의 예수 알기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네 복음서 중에서 그나마 마가복음이 예수의 원형을 제일 잘 간직하고 있다. 마가복음이 가장 먼저 성립한 복음서이면서 다른 복음서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마가복음을 마가복음으로, 있는 그대로 읽자는 것이 도올 선생의 주장이다. 교회에 다닐 때 마가복음에 대해서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다른 복음서의 축쇄본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가복음이야말로 오리지널한 예수의 모습이 담긴 복음서라는 사실을 이번에 새롭게 발견했다. 선생은 이전에 를 펴냈다. 와 상통하면서 서로 보완하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 이 책도 곧 사서 읽어볼 예정이다. 도올의 예수는 갈릴리 지평에서 민중에게 하나님 나라를..

읽고본느낌 2020.10.13

[펌] 도올의 교육입국론

혁신 교육감 시대를 위한 도올의 교육입국론 1. 총론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파랑을 격파하며 나아간다.”(讀萬卷書, 破萬里浪) 진리 탐구를 위해 눈물겨운 여정을 감행하였던 신라의 구법승들이 유학 장도에서 읊었던 장쾌한 절구의 한 소절! 어찌 만 리의 파랑이 서해바다의 파랑일 뿐이리오? 그것은 기구한 우리 인생의 파랑이요, 기나긴 반만년 역사의 격랑이요, 충절과 반역, 수구와 혁명, 억압과 자유의 기복으로 점철된 우리 정치사의 풍랑이리라! 공자는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열 가호쯤 되는 조그만 마을에도 나처럼 충직하고 신의있는 사람은 반드시 있다. 그러나 나만큼 배우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十室之邑, 必有忠信如丘者焉, 不如丘之好學也) 공자는 타인과 구별되는 자신의 인간됨의 특징을 “..

길위의단상 2014.06.27

계림수필

도올 김용옥 선생이 쓴 일기 형식의 수필집이다. 2009년 4월 14일부터 11월 9일까지 일상의 단상이 실려 있다. 짧은 경구가 많이 나오니 아포리즘 수필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특이한 점은 내용의 반 이상이 닭에 관한 얘기다. 이라는 제목처럼 집에서 기르는 닭을 보고 배운 삶의 지혜를 적고 있다. 세밀한 관찰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선생은 닭이 개처럼 인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생명 본연에 대한 정보를 우리에게 준다고 말한다. 자연의 리듬을 존중하며 천리(天理)에 따라 사는 닭의 모습에는 천지지심(天地之心)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닭을 키우면서 천지의 이법(理法)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니 주변의 모든 것이 스승이 된다는 말이 맞다. 선생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싫어하는 사람 역시 ..

읽고본느낌 2014.05.13

[펌] 도올의 혁세격문

혁세격문(革世檄文) 지금 조선의 들판이 혁명의 불길로 붉게 타오르고 있다. 지금 조선의 먼동은 "다시 개벽"의 눈부신 햇살을 발하고 있다. 자고 있는 자들이여, 모두 깨어나라! 새 시대, 새 정치의 함성이 그대를 부른다. 깨어난 4천만의 유권자들이여, 남녀노소 한 사람도 남김없이, 모두 투표장으로 가라! 19일 새벽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혁명의 물결이 이 아사달 신시를 휘덮으리라! 조선의 깨인 자들이여! 남김없이 혁명의 대오에 어깨를 엮어라! 환인 하느님께서는 이 신시에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거룩한 건국 치세이념을 내리셨다. 그런데 지금 어떠한가? 지금 우리는 홍익(弘益)이 아닌, 홍해(弘害), 홍살(弘殺)의 정치를 자행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해치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고 광분하고 있는 것이다..

길위의단상 2012.12.17

미친 놈들

지난 26일에 도올 김용옥 선생이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했다는 소식을 늦게야 들었다. 선생은 지금 EBS에서 '중용, 인간의 맛'이란 강의를 하고 있는데, 예정된 내용에서 반도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돌연 강의 중단 통보를 받은 것이다. 현장에서 도올은이 정권에 대해 직설적으로 "미친 놈들!"이라고 일갈했다고 한다. '중용, 인간의 맛'은 내가 지금 가장 열심히 보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한신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정규 과목 강의인데 EBS에서 일반인들을 위해 중계해 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9월부터 시작해서 총 36회 분이 방송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도올만큼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도드물 것이다. 그분의 고전 해석에서부터 인품에까지 도올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말에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길위의단상 2011.10.30

향린에서 도올 강의를 듣다

지난 주부터 향린 교회에서 도올 선생을 초대해 '열린 성서마당'이라는 신앙 강좌를 열고 있다. 마침 동료가 이 교회 신자인데 그에 관한 얘기를 해줘서 어제는 같이 도올의 강의를 들으러 갔다. 종교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늘 TV로만 보던 도올 선생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던 차였기에 좋은 기회가 되었다. 도올 선생은 최근 '요한복음 강해'라는 책을 출판하고 EBS에서 그에 관한 강의를 하면서 기존 교단과 느닷없는 구약 폐기 논쟁에 시달렸다. 사건의 시말을 자세히 알 수는 없었으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완고하고 보수적인 곳이 종교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서로 열린 마음으로 충분히 토론할 사안이건만 기성 교리에 위반되는 것은 무조건 백안시하고 반대하는 것이 현 종교계의 모습이다. 이번 강의의 내..

사진속일상 2007.06.16

늪 / 오태환

다슬기 다슬다슬 물풀을 갉고 난 뒤 젖몽우리 생겨 젖앓이하듯 하얀 연蓮몽우리 두근두근 돋고 난 뒤 소금쟁이 한 쌍 가갸거겨 가갸거겨 순 초서草書로 물낯을 쓰고 난 뒤 아침날빛도 따라서 반짝반짝 물낯을 쓰고 난 뒤 검정물방개 뒷다리를 저어 화살촉같이 쏘고 난 뒤 그 옆에 짚오리 같은 게아재비가 아재비아재비 하며 부들 틈새에 서리고 난 뒤 물장군도 물자라도 지네들끼리 물비린내 자글자글 산란産卵하고 난 뒤 버들치도 올챙이도 요리조리 아가미 발딱이며 해찰하고 난 뒤 명주실잠자리 대롱대롱 교미交尾하고 난 뒤 해무리 환하게 걸고 해무리처럼 교미交尾하고 난 뒤 기슭어귀 물달개비 물빛 꽃잎들이 떼로 찌끌어지고 난 뒤 나전螺銓같은 풀이슬 한 방울 퐁당! 떨어져 맨하늘이 부르르르 소름끼치고 난 뒤 민숭달팽이 함초롬히 털며..

시읽는기쁨 2006.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