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사람들은 말한다. 하는 일 없이 심심해 어떻게 지내느냐고. 그러면 허허, 웃을 수밖에 없다. 빈둥거리는 게 일이라고 변명한들 별로 믿지 않는 눈치다. 세상에서 말하는 일이 없이도 나는 충분히 재미나다. 사람들은 각자 닮은 동물의 속성이 있다. 나는 동물 중에서도 나무늘보에 가깝다. 나무늘보는 게으름의 대명사다. 하루에 18시간을 잔다고 한다. 나도 하루 10시간을 자니 사람 나무늘보과가 맞다. 나무늘보가 나뭇가지 하나면 만족하듯 나도 작은 방과 책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나무늘보 선생의 유유자적을 닮자면 아직 멀었다. 고향집에 내려가면 나무늘보에 더 가까워진다. 얼마나 답답한지 어느 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앞 동네에 00 있재? 대구에 살고 있는데 가끔 고향에 오면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