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의 산불로 낙산사가 불탔을 때 이곳 의상대(義湘臺) 소나무도 피해를 보았다. 의상대를 둘러싸고 있던 노송들이 사라진 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다행히 몇 그루는 살아남아 옛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에는 소나무 줄기 사이로 겨우 바다를 볼 수 있었는데 이젠 휑하니 시야가 트였다. 그러나 상실감으로 아픈 풍경이었다. 이곳 의상대 앞바다는 어린 시절부터 추억이 깃든 장소다. 아버지를 따라와서 바다를 처음 본 곳도 여기였다. 그 뒤로도 동해안 여행을 하면 이곳이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산불 이후로 의상대는 많이 변했다. 내 기억에 간직된 의상대는 사라졌다. 뭔가가 허전하고 쓸쓸해서 뒤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