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전주 7

전주향교 은행나무(2022/11/4)

늘 노랗게 물든 이 은행나무를 보고 싶었다. 전주향교에 있는 은행나무는 여러 차례 대면했지만 이번처럼 가을에 만나기는 처음이다. 하지만 지금도 완전한 절정기는 아니다. 며칠 더 있어야 샛노랗게 물들 것 같다. 은행나무 밑에서는 아기 돌사진을 찍으러 나온 어느 가족의 웃음소리가 낭랑했다. 가족 모두 한복을 입고 전문 사진사의 요청에 따라 재미있는 포즈를 취한다. 아기는 아무것도 모르고 은행나무 낙엽 위를 기어 다니느라 바쁘다. 가을의 막바지에 새로 태어난 생명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가고오는 순환의 원리를 가을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는 쓸쓸하면서 동시에 흐뭇한 마음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천년의나무 2022.11.08

전라감영 회화나무

전라감영(全羅監營)은 조선시대 전라도의 행정, 사법을 담당하던 관찰사가 근무하던 곳이다. 조선왕조 초부터 전주에 설치되어 약 500년간 존속하였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전북도청이 들어섰다가 2011년에 효자동으로 옮기면서 감영의 옛 모습을 복원중이다. 수령이 150년 정도인 이 회화나무는 남아 있는 감영의 유일한 흔적이다. 구 도청사 건물 철거 전에는 이 회화나무가 의회동 건물에 둘러싸여 있었다고 한다. 복원된 선화당(宣化堂)은 전라감사가 집무를 보던 곳이다. '선화(宣化)'는 임금의 높은 덕을 받들어 백성을 교화한다는 뜻이다. 1894년에는 전주성을 점령한 동학군이 이곳에 지휘본부를 설치했다. 이 회화나무는 역사의 격변 과정을 모두 지켜봤을 것이다.

천년의나무 2022.04.30

전주향교 은행나무(2)

10년 만에 다시 찾아본 전주향교다. 물론 은행나무를 보기 위해서였다. 전주향교에는 은행나무 보호수가 세 그루 있다. 대성전 앞에 두 그루, 명륜당 앞에 한 그루다. 수령은 400년 전후 된 나무들이다. 전주향교는 고려말에 세워졌으니 6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그러나 현재 위치에 자리 잡은 것은 선조 36년(1603)이라고 한다. 이 나무들은 새로 향교를 조성하면서 심은 것으로 보인다. 세 그루 중에서는 대성전 왼쪽에 있는 은행나무가 생김새 때문에 눈길을 끈다. 10년 전 모습과 대동소이하다. 줄기 둘레가 10m가 넘는데 많이 상해서 보형재로 채워져 있다. 노쇠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거인의 풍모는 여전하다. 대성전 오른쪽에 있는 은행나무로 늘씬하게 생겼다. 겨울에 보니 세한도에 나오는 나무 모양과 ..

천년의나무 2020.02.02

삼천동 곰솔

곰솔은 바닷가에서 자라기 때문에 해송(海松), 껍질 색깔이 검다 하여 흑송(黑松)이라고도 불린다.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에 있는 이 곰솔은 특이하게 내륙 지방에 있다. 원래 이곳은 인동 장씨의 선산이었는데, 곰솔은 선산을 지키는 나무였다. '장씨산송대(張氏山松臺)'라는 표지석이 아직 남아 있다. 전에는 열여섯 개의 가지가 펼쳐진 모양이 아름다워 학송(鶴松)이라고도 불렸다 한다. 그런데 나무가 지금처럼 처참하게 변한 건 2001년이었다. 당시 이 지역이 개발되면서 아파트가 들어서고 땅값이 뛰었다. 그러자 나무가 죽으면 보호구역에서 해제될 것을 노린 누군가에 의해 독극물이 주입되었다. 나무 밑동에 공구로 구멍을 여러 개 뚫고 약을 넣은 것이다. 그렇게 나무는 죽어 갔다. 곰솔을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 결..

천년의나무 2013.05.12

경기전 참죽나무

전주에 있는경기전(慶基殿)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모신 곳이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나무는 북쪽 담 밖에 있는 참죽나무다. 수령이 350년이라고 나와 있는데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 많은 참죽나무일 것이다. 중국이 원산인 참죽나무는 한자 이름이 '椿'인데 에 아주 오래 사는 나무로 나온다. 팔천 년을 봄으로 삼고, 팔천 년을 가을로 삼는다고 한다. 뒤마가 쓴'춘희(椿姬)'는 원이름대로 하면 '참죽나무 아가씨'다. 일본에서는 동백나무를 '椿'으로 쓰기 때문에 생긴 오해다. 경기전 참죽나무는 큰 줄기가 부러진 상태로 나무가 여러 군데 잘려 있다. 생육 환경도 옹색하고 좋지 못하다. 담 밖에 있어서 그런지 왠지 소홀히 대접받는 느낌이다. 줄기 둘레는 4m, 나무 높이는 20m에 이른다.

천년의나무 2012.02.21

용복동 왕버들

이 나무를 첫 대면한지는 20년도 넘었다. 전주에서 모악산을 갈 때면 늘 이 나무 옆을 지나갔다. 그러나 차로 흘깃 스쳐 지나가며 참 오래된 나무구나, 하고 눈길만 주었을 뿐이었다. 사실 무슨 나무인지도 정확히는 몰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부러 찾아갔다. 전주시 완산구 용복동에 있는 왕버들이다. 마을 입구에 있는 표지석에는 망월마을이라 적혀 있다. 마을에서는 모악산 전경이 시원하게 보인다. 왕버들은 마을과 논의 경계에 있다. 인근에도 오래된 왕버들이 산재하고 있는 걸 보아 옛날에는 이곳이 냇가가 아니었나 싶다. 이 왕버들은 키가 20 m, 줄기 둘레가 7.6 m에 이르는 거목이다. 수령은 300 년이다. 나무 밑에 평상이 놓여있는 걸로 보아 여름에는 마을 주민들의 시원한 쉼터가 될 것이다. 이만한 나무라..

천년의나무 2010.12.25

전주향교 은행나무

전주향교에는 유난히 은행나무가 많다. 그중에서 보호수로 지정된 것만도 다섯 그루나 된다. 수령이 대부분 400년이 넘었다. 향교에 은행나무을 심은 이유는 공자가 고향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을 행단(杏壇)이라고 한데서 유래한다. 그러나 '행'(杏)은 본래 살구나무를 뜻하는 한자다. 살구나무가 맞는지 은행나무가 맞는지는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은행나무로 해석해 왔던 것은 사실이다. 전주향교는 여느 향교와 달리 생동감이 있어 보였다. 찾는 사람도 많고 관리도 잘 되고 있었다. 분위기도 고즈넉한 게 아주 좋았다. 안쪽에서는 몇 사람이 모여 창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향교의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울렸다. 다섯 그루의 은행나무는 제각기 특색이 있었다. 대체로 단정하고 얌전한 모양새였다. 그중에서 하나만 모양이 특..

천년의나무 2010.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