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노랗게 물든 이 은행나무를 보고 싶었다. 전주향교에 있는 은행나무는 여러 차례 대면했지만 이번처럼 가을에 만나기는 처음이다. 하지만 지금도 완전한 절정기는 아니다. 며칠 더 있어야 샛노랗게 물들 것 같다. 은행나무 밑에서는 아기 돌사진을 찍으러 나온 어느 가족의 웃음소리가 낭랑했다. 가족 모두 한복을 입고 전문 사진사의 요청에 따라 재미있는 포즈를 취한다. 아기는 아무것도 모르고 은행나무 낙엽 위를 기어 다니느라 바쁘다. 가을의 막바지에 새로 태어난 생명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가고오는 순환의 원리를 가을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는 쓸쓸하면서 동시에 흐뭇한 마음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