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정선 6

가수리 느티나무

정선초등학교 가수분교 운동장에 있는 느티나무다. 동강과 이웃하고 있어 풍광이 뛰어나다. 어느 단체에서 이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을 동강 12경 하나로 정했다. 옛날 강을 건너는 다리가 없던 때에는 오가는 주민들이 이 나무 아래서 다리쉼을 했다고 한다. 자연 풍광만 아니라 가수리(佳水里)라는 마을 이름도 아름답다. 가수분교는 아이들이 없어 폐교가 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예전 같으면 아이들로 북적일 시간이었을 테지만 교사와 운동장은 적막했다. 느티나무를 보러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웃음소리만 들린다. 이 느티나무는 수령이 500여 년에 높이가 40m, 줄기 둘레는 7m에 이른다. 가을이 되어 황금빛으로 단장한 느티나무가 더욱 멋져 보였다.

천년의나무 2024.11.03

화암리 음나무

음나무는 처음 올린다. 음나무 고목이 흔하지는 않다. 고향집 앞에도 음나무가 있지만 어린 순이 뜯기고 가지가 잘리는 통에 제대로 자랄 틈이 없다. 가시가 있는 음나무는 잡귀를 쫓아내고 재앙을 막아준다고 끊어서 대문이나 문설주에 걸기도 했다. 자신을 보호하는 가시가 도리어 자신을 해치는 꼴이 된 것이다. 고향에서는 이 나무를 엄나무라고 부른다. 아마 가시가 있어 무섭다고 '엄(嚴)' 자를 쓰는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정도 크면 가시가 없어진다. 이때가 되면 음나무는 온전히 자신의 모습대로 자랄 수가 있다. 이 음나무는 정선군 화암면 화암리에 있다. 마을 성황당 나무로 정초에는 풍년을 기원하고 액운을 예방하기 위해 여기서 제사를 지냈다. 단옷날이면 동네 처녀들이 그네를 뛰었던 곳이기도 하다. 나무 높이는 2..

천년의나무 2012.11.20

몰운대 고사목

정선에 있는 몰운대(沒雲臺)는 화암팔경 중 하나다. 하늘 나라 신선이 구름 타고 놀러왔다는 곳이다. 깎아지른 바위 절벽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시원하지만, 곧게 정비된 하천과 비닐하우스가 분위기를 반감시킨다. 옛날 시인묵객들이 찾아 감탄했던 풍경은 머릿속에서나 그려볼 뿐이다. 몰운대 바위 끝에 고사목 한 그루가 서 있다. 죽은지 상당히 오래된 소나무 고사목이다. 살아 있을 때도 멋있었겠지만 죽어 형해만 남은 모습은 또 다른 멋이 있다. 죽은 나무는 자신이 자라고 지탱했던 밑의 바위와 색깔이 같아졌다. 나무는 죽은 뒤가 오히려 더 당당하다. 고사목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전해주는 듯 하다. 황동규 시인은 '몰운대행'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1 사람 피해 사람 속에서 혼자 서울에 남아 호프에..

천년의나무 2012.10.27

가수리 소나무

강원도 정선읍 가수리는 조양강과 지장천(동남천)이 합류하는 마을이다. 두 강은 이곳에서 합류하여 이름도 동강으로 변하고 영월로 흘러간다. 마을 이름인 가수리(加水里)는 아마 두 물이 합해져 더해진다는 뜻인 것 같다. 이 마을강가에 있는 절벽 위에 우뚝 선 한 그루 소나무가 있다. 수형은 속리산의 정이품송을 닮은 원추형인데 높은 절벽 위에 서 있는 품새가 가히 낙락장송이라 부를 만하다. 주변의 풍경과도 멋지게 어울리는 군계일학이 아닐 수 없다. 원래 이곳이 오송정(五松亭)이라 불렸다는데 그렇다면 예전에는 다섯 그루의 소나무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무의 수령을 마을 사람들은 1천 년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천년의나무 2008.11.06

정암사 주목

정선 정암사 마당에는 재미있게 생긴 주목이 한 그루 있다. 이미 죽어 껍질만 남은 주목 안에서 또 다른 주목이 돋아나 자라고 있는 것이다. 새로 생긴 주목도 그 굵기로 보아 이미 상당한 연륜이 쌓인 것 같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고 흔히 주목을 말하는데 이 나무야말로 장수하는 주목의 생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정암사(淨岩寺)는 신라 선덕여왕 7년(638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다섯 곳의 사찰에 봉안했는데, 그중 한 곳이 이 정암사이다. 도로 옆에 있지만 절 분위기는 아늑하고 고요하다. 정암사 주목에도 전설이 전해오는데 뭇 고목들에서 들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지팡이 전설이다. 즉 자장율사가 절 창건을 기념하여 꽂아둔 지팡이가 자라난 것이라고 한다. ..

천년의나무 2007.11.04

봉양리 뽕나무

예전에 농촌에서 집집마다 누에를 칠 때 가장 수난을 받은 나무가 뽕나무였다. 잎이 돋으면 몽땅 따가고, 나중에 누에가 크면 아예 가지째 잘라서 누에밥을 주었다. 키가 크면 뽕잎을 따기가 불편하므로 뽕나무는 늘 줄기가 잘리고 옆으로만 가지를 내었다. 어렸을 때는 그게 뽕나무의 본모습인 줄 알았다. 다른 나무 같이 크게 자란 뽕나무는 상상할 수 없었다. 정선군청 앞에 있는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뽕나무라고 한다. 키는 25m, 나이는 600살이나 되었다. 줄기 또한 어른 두 사람이 감싸안아야 할 정도로 굵다. 어렸을 때의 기억만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큰 뽕나무는 무척 신기하다. 예전에는 이 지역이 상마십리(桑麻十里)라고 불렸다니, 뽕나무가 많았던 땅이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 두 그..

천년의나무 2007.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