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을 보기 위해 노고산(老姑山, 496m)에 올랐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잔뜩 흐린 날씨에 연무가 자욱해 산의 윤곽만 겨우 드러날 뿐이었다. 마치 베일로 가린 듯 북한산은 맨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언제 시야 좋은 날 다시 한 번 찾아와야겠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노고산은 아담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걸어 보니 편안한 뒷산이다. 노고산은 한자로 '늙은 시어머니'라는 뜻이다. 시어머니도 늙게 되면 이처럼 순해진다는 말일까? 재미있는 이름이다. 산에 들면 산이 주시는 말씀을 들을 때가 있다. 물론 사람 목소리처럼 분명히 들리는 건 아니다. 그러나 산길을 걷다 보면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기도 하고, 무언가 망설일 때 확신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걸 산이 주는 선물이라고 믿는다. 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