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364

논어[89]

선생님 말씀하시다. "안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거워하는 것만 못하지." 子曰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 雍也 15 니체는 인간 정신이 성숙하는 세 단계를 설명하면서 낙타, 사자, 어린아이의 비유를 사용했다. 낙타는 노예 정신, 사자는 자유 정신, 어린아이는 이 모든 것에서 초극되고 해방된 의식을 나타낸다. 단순히 안다는 것에 머무는 건 지식에 얽매인 상태다. 자유로운 사자의 정신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만족하고 더 바랄 것이 없는 어린아이의 행복과 즐거움이야말로 완전한 경지다. 본래의 순진무구로 돌아가야 한다. 공자나 니체나 인간 완성에 대해 같은 말을 하고 있다고 본다. 일할 때도 마찬가지다. 마지못해 하는 사람이 있고, 좋아해서 하는 사람이 있고, 즐기..

삶의나침반 2014.06.28

논어[88]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은 날 때부터 곧은 것이다. 속임수로 살아나는 것은 요행으로 화를 면하는 거야." 子曰 人之生也直 罔之生也 幸而免 - 雍也 14 "성선설은 맹자, 성악설은 순자", 고등학교 다닐 때 열심히 외워서 지금도 뇌리에 박혀 있다. 사람은 날 때부터 곧은 것이라는 말씀을 보니 공자도 굳이 분류한다면 성선설에 속해 보인다. 사람은 천성이 곧게 되어 있으니 바르게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속임수를 부리면서도 잘 사는 것은 요행으로 화를 면한 경우라고 한다. 그러나 세상은 반대로 되어 있다. 공자라고 그걸 모를 리 없다. 더구나 공자 시대는 온갖 패악이 행해지던 춘추전국 시대가 아니었던가. 불의와 술수가 지금보다 더했을 것이다. 그런대로 공자의 언명은 시류를 벗어나서 원칙적이다. 인간이 가야..

삶의나침반 2014.06.24

논어[87]

선생님 말씀하시다. "바탕이 맵시보다 나으면 촌뜨기, 맵시가 바탕보다 나으면 글친구, 바탕이나 맵시가 한데 어울려야 훌륭한 인물일거야." 子曰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 然後君子 - 雍也 13 군자는 바탕과 맵시가 어울려야 한다[文質彬彬]. 문(文)과 질(質),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것은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이 아니다. 바탕이 중요한 건 당연하지만 맵시도 무시하지 않는다는 데서 공자의 특징을 볼 수 있다. 현실주의적 인간관이다. 아무리 바탕이 훌륭하고 속이 차 있어도 맵시가 떨어지면 인정받기 어렵다. 세상 속을 살아가자면 어느 정도 맵시도 갖추어야 한다. 아마 다른 현인들 같았으면 맵시보다는 바탕의 우위를 강조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자의 말씀은 독특하게 들린다. 그러나 뜀박질에 자신이 없는 사람..

삶의나침반 2014.06.16

논어[86]

선생님 말씀하시다. "누구나 들고 날 때 문을 거치지 않을까마는 왜 이 길로 가려고 하지 않을까?" 子曰 誰能出不由戶 何莫由斯道也 - 雍也 12 노자도 비슷한 안타까움을 보였다. "내 말은 알기도 그지없이 쉽고 실행하기도 그지없이 쉬운데 세상 사람들 도무지 알지도 못하고 실행하지도 못합니다[吾言甚易知 甚易行 天下莫能知 莫能行]." 예수도 얼마나 답답했으면,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들으십시오."라고 했을까. 거의 모든 선각자들이 이런 류을 탄식을 했다. 사람들이 응당 가야 할 길을 버려두고 삿된 길을 가는 게 그분들에게는 안타깝고 답답했을 것이다. 부처의 화택(火宅) 비유도 마찬가지다. 집에 불이 났는데, 아무리 밖에서 불이 났다고 외쳐도 안에 있는 사람은 그 말을 믿지 않고 나오질 않는다. 부처가 중생..

삶의나침반 2014.06.05

논어[85]

선생님 말씀하시다. "축타 같은 말재주나 송조 같은 미남이 아니고서는 요즘 세상에서는 살기 어려울 거야!" 子曰 不有祝타之녕 而有宋朝之美 難乎免於今之世矣 - 雍也 11 말을 곱게 하거나 얼굴이 예뻐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나쳐서 겉치레에만 신경을 쓰게 되면 샛길로 드는 것이다. 문(文)과 질(質)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공자의 말씀은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주의로도 들린다. 사람됨의 바탕을 보지 않고 멋지다거나 재미있다거나 하는 데 홀려 배우자를 선택했다가 후회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문이 질을 이길 수는 없다. 공자가 말한 '요즘 세상', 이천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세상은 비슷한가 보다.

삶의나침반 2014.05.31

논어[84]

선생님 말씀하시다. "맹지반은 뽐내지 않는다. 도망칠 때 뒷처리를 맡고, 성문으로 들어와서는 말에 채찍질을 하면서 말하기를 '뒷처지자고 해서 처진 것이 아니라, 요놈의 망아지가 달려 주어야지!'라고 하였다." 子曰 孟之反不伐 奔而殿 將入門 策其馬 曰 非敢後也 馬不進也 - 雍也 10 겸손의 모범을 보여주는 맹지반(孟之反)의 행동이다. 맹지반은 후퇴하는 군대의 뒤를 맡아 아군을 안전하게 성 안으로 들여보낸 후 제일 늦게 돌아왔다. 그리고 하는 말이, 일부러 뒤처진 것이 아니라 말이 달려주지 않아서 그랬단다. 자신의 용맹과 희생정신을 자랑할 만도 하건만, 말에게 핑계를 대며 먼저 도망간 사람들을 미안하게 만들지 않는다. 배려와 겸양의 마음씨가 가상하다. 반면에 세월호 선장 같은 행동도 있다. 그는 혼자 살기 ..

삶의나침반 2014.05.24

논어[83]

자유가 무성 지방 원이 되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너는 쓸 만한 사람을 만났느냐?" "담대멸명이란 사람이 있는데, 샛길은 걷지도 않고, 공사가 아니면 방에 들어오는 일이 없습니다." 子游爲武城宰 子曰 女得人焉爾乎 曰 有澹臺滅明者 行不由徑 非公事 未嘗至偃之室也 - 雍也 9 요사이 공직자가 욕을 많이 먹고 있지만, 정도(正道)에서 벗어나지 않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사리사욕만 챙기는 건 아니다. 출세지향적이고 높은 자리를 좋아하는 인간들이 욕심을 부리다가 지탄을 받는다. 담대멸명 같은 정직한 사람을 중용하는 것이 지도자가 갖춰야 할 득인(得人)의 조건이다. 요령과 편법 대신에 정직과 성실이 우선 가치가 되어야 한다. 공사가 아니면 상사와 만나지 않을 정도로 공과 사에 엄격한 담대멸명..

삶의나침반 2014.05.18

논어[82]

선생님이 자하더러 말씀하시다. "너는 참된 학자가 되어야지, 하찮은 학자는 되지 말라." 子謂子夏曰 女爲君子儒 無爲小人儒 - 雍也 8 유자(儒者)에도 두 종류가 있다. 참사람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이 군자유(君子儒)요, 자신의 영달과 재물을 좇는 공부를 하는 것은 소인유(小人儒)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옛날에도 인간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하는 사람이 적으니까 이런 공자의 말씀이 전하는 것이겠다. 공자에게 '학(學)'이란 사람이 되는 길에 다름 아니었다. 이 기준에서 보면 현재의 학교란 소인양성소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훈이나 교육 목표를 보면 그럴 듯하지만 겉으로 내세우는 것일 뿐 실제 행해지는 내용은 딴판이다. 명분과 속알이 일치하는 않는 교육은 가짜다.

삶의나침반 2014.05.11

논어[81]

염구가 말했다. "선생님의 교훈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힘이 모자라는 탓입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힘이 모자라면 중도에서 쓰러지는 법이야. 지금 너는 미리 그만두는 셈이거든." 염求曰 非不說子之道 力不足也 子曰 力不足者 中道而廢 今女획 - 雍也 7 마라톤 대회에서 꼴찌로 들어오더라도 박수를 받는 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노력 때문이다. 염유는 달려보지도 않고 미리 주저앉아서 스승에게 꾸중을 듣고 있다. 선생님의 가르침은 좋지만 실천하기에는 힘이 부친다. 흔히 이런 식의 말을 자주 하고 듣는다. 역부족은 핑계일 뿐, 실은 실천할 마음이 없는 것이다. 노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내 도는 알기도 쉽고 실천하기도 쉽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도무지 알지도 못하고 실천하려고도 않는다." 이는 예수..

삶의나침반 2014.05.04

논어[80]

선생님 말씀하시다. "잘났구나! 회야말로. 한 그릇 밥, 한 종지 물로 움막살이를 하게 되면, 사람들은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련만, 회는 즐거운 모습에 변함이 없으니, 잘났구나! 회야말로." 子曰 賢哉 回也 一簞食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 不改其樂 賢哉 回也 - 雍也 6 보통 사람에게 가난이 닥치면 괴로움[憂]에 힘들어하지만, 안회는 즐거움[樂]을 변치 않았다. 물질적인 부(富)와 빈(貧)에 마음이 휘둘리지 않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이다. 도가(道家)식으로 말하면 안회는 무위(無爲)의 삶을 실천했다고 할 수 있다. 에서는 마음공부를 공자와 안회의 대화를 통해 설명한다. 장자의 핵심 사상이 유가의 대표적인 두 인물을 등장시켜 설명하는 게 흥미로운데, 허자심재(虛者心齋), 비우는 ..

삶의나침반 2014.04.27

논어[79]

계강자가 묻기를 "중유에게는 정사를 맡겨도 좋을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는 배짱이 있으니 정사를 맡겨도 문제가 없습니다." "사에게 정사를 맡겨도 좋을까요?" "사는 사리에 통달하니 정사를 맡겨도 문제가 없습니다." "구에게 정사를 맡겨도 좋을까요?" "구는 재주가 뛰어나니 정사를 맡겨도 문제가 없습니다." 季康子問 仲由可使從政也與 子曰 由也果 於從政乎何有 曰 賜也可使從政也與 曰 賜也達 於從政乎何有 曰 求也可使從政也與 曰 求也藝 於從政乎何有 - 雍也 5 여기에 등장하는 중유[자로], 사[자공], 구[염유]는 공자 문하생 중에서도 수제자에 속한다. 권력자인 계강자의 질문에 공자는 모두가 자질이 뛰어나니 정사를 맡겨도 충분하다고 대답한다. 공자의 말에는 각 제자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자로는..

삶의나침반 2014.04.21

논어[78]

선생님 말씀하시다. "회는 석 달을 두고도 사람다운 마음씨를 변함이 없건만, 다른 사람들이야 겨우 하루 동안 또는 한달 동안 될까 말까지." 子曰 回也其心 三月不違仁 其餘則日月至焉而已矣 - 雍也 4 공자의 안회 사랑은 각별하다. 다른 제자들이 시기할 만도 하건만 그런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안회는 그만큼 특별한 제자였다. 석 달 동안 '사람다운' 언행을 지켰다는 것은 이미 인(仁)이 내면화되어 있다는 뜻이다. 억지로 지켜보려고 여러 날 애쓰는 다른 제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늘로부터 성인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 안회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공자도 자신의 학문과 도(道)를 계승할 제자로 안회를 마음에 두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회는 안타깝게도 31세에 세상을 떠났다. 스승의 슬픔이 어떠했을지 짐작할 수..

삶의나침반 2014.04.11

논어[77]

원사가 사무장이 되어 받는 봉급이 900이라 사양한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럴 것 없지. 네 이웃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면 되지 않나!" 原思爲之宰 與之粟九百 辭 子曰 母 以與爾隣里鄕黨乎 - 雍也 3 원사(原思)는 공자 제자인 원헌(原憲)으로 자가 자사(子思)다. 안회와 더불어 청빈을 실천한 제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원사가 관직을 얻고 봉급을 받았는데 이마저도 사양했다. 공자는 그럴 것까지는 없다고 말한다. 정당한 보수는 받은 뒤에 네 이웃을 위해 쓰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봉급을 받지 않으려는 마음씨는 갸륵하다. 그러나 임의로 나라의 정해진 규정을 따르지 않는 건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행위다. 공자를 보수주의자로 본다면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공자는 아무리 좋은 선행이라도 드러나..

삶의나침반 2014.04.04

논어[76]

자화가 제나라로 사신 갈 때 염선생이 그의 어머니를 위하여 식량을 청한 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한 가마니쯤 보내지." 좀 더 청한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한 섬쯤 보내렴." 염선생이 열 섬의 곡식을 보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적이 제나라로 갈 제 살찐 망아지를 타고 가벼운 털옷을 입었다. 나는 들었다. '참된 인간은 급한 경우를 모면할 뿐 재물을 늘리지 않는다'고." 子華 使於齊 염子 爲其母請粟 子曰 與之釜 請益曰 與之庾 염子與之粟五秉 子曰 赤之適齊也 乘肥馬 衣輕구 吾聞之也 君子周急 不繼富 - 雍也 2 자화가 제나라에 사신 가는 대가로 염선생이 공자에게 곡식을 청했다. 염선생은 공자가 주라고 하는 것보다 열 배나 더 많은 양을 자화의 집에 보냈다. 제멋대로 한 제자에게 공자는 언짢았을 것이다. ..

삶의나침반 2014.03.27

논어[75]

애공이 물었다. "학문을 좋아하는 제자는 누구입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안회란 애가 있어 학문을 좋아했지요. 가난 속에서도 투덜대는 일이 없었고, 허물도 두 번 다시 짓는 일이 없더니, 불행히도 일찍 죽고 시방은 없습니다. 아직은 학문 좋아한다는 애의 이야기를 못 듣고 있습니다." 哀公問 弟子孰爲好學 孔子對曰 有顔回者好學 不遷怒 不貳過 不幸短命死矣 今也則亡 未聞好學者也 - 雍也 1 이번에는 애공이 호학(好學)에 대해 묻는다. 호학이 배움을 좋아한다는 의미를 넘어 삶으로 실천해야 하는 것임을 공자의 대답에서 다시 확인한다. 공자는 안회를 떠올리며 호학하는 사람의 두 가지 특징을 말한다. '불천노(不遷怒)'는 화를 다른 대상에게 옮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소인은 계속해서 투덜대고 화풀이를 한다. 마당의 ..

삶의나침반 2014.03.21

논어[74]

선생님 말씀하시다. "자그마한 고을에도 나만큼 성실한 사람은 있겠지만, 나만큼 학문을 좋아하지는 않을거다." 子曰 十室之邑 必有忠信如丘者焉 不如丘之好學也 - 公冶長 16 '호학(好學)'을 우리말로 옮기면 어떻게 될까? 단순히 '학문을 좋아함'이나 '배우기를 좋아함'이라고 하면 뭔가 미흡하다. 호학에는 더 깊은 뜻이 숨어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공자가 호학하는 사람을 자신과 안회로만 제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호학은 행(行)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첫머리에서 '學而時習之'라고 했을 때, '학(學)'과 '습(習)'이 나누어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천되지 않는 배움은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배운 그대로를 생활로 옮기는 태도야말로 호학의 기본 정신이다. 입시 준비를 하는 학생이나 고시촌 풍경을 호..

삶의나침반 2014.03.14

논어[73]

안연과 계로가 선생님을 모시고 있을 때, 선생님 말씀하시다. "너희들 소원을 한 번 말해 보련?" 자로가 말했다. "수레나 망아지나 예복이나 가벼운 가죽옷들을 친구들과 한께 쓰다가 부수어지더라도 나는 서운할 것 없습니다." 안연이 말했다. "잘한 것을 내세우고 싶지도 않고, 남에게 수고를 끼치고 싶지도 않습니다." 자로가 말했다. "선생님의 말씀도 듣고 싶습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늙은이를 편안하게 해 주고, 친구들과는 신의로 맺고, 어린이들이 따르도록 하련다." 顔淵季路侍 子曰 합各言爾志 子路曰 願車馬衣輕구 與朋友共 폐之而無憾 顔淵曰 願無伐善 無施勞 子路曰 願聞子之志 子曰 老者安之 朋友信之 少者懷之 - 公冶長 15 스승과 제자 사이의 대화가 정겹다. 따스한 봄날에 소풍이라도 나가서 담소하는 분위기..

삶의나침반 2014.03.09

논어[72]

선생님 말씀하시다. "말을 꾸며대며 얌전한 체 굽실굽실하는 짓을 좌구명은 수치로 여겼다. 나도 수치로 여긴다. 원한을 품은 채 친구인 체하는 짓을 좌구명은 수치로 여겼다. 나도 수치로 여긴다." 子曰 巧言令色足恭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匿怨而友其人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 公冶長 14 꾸미거나 위선을 떠는 삶을 공자는 싫어했다. 정직한 사람이란 겉과 속이 일치한다. 없으면서 있는 척, 모르면서 아는 척, 싫으면서 좋은 척하는 행동은 자신을 과시하거나 또는 아부해서 이득이나 대가를 바랄 때 하는 짓이다. 인간이라면 모름지기 이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자신에게 솔직한 것이 사람됨의 바탕이다. 에 여러 번 나오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은 아첨과 가식을 가리키는 대명사다. 이어서 나오는 '주공(足恭)'은 과공(過恭)과..

삶의나침반 2014.03.03

논어[71]

선생님 말씀하시다. "누가 미생더러 정직하다 하는고. 어느 사람이 식초를 얻으러 온즉 이웃에서 빌려다가 주었는데...." 子曰 孰謂微生高直 或乞醯焉 乞諸其隣而與之 - 公冶長 13 미생(微生, 尾生)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고등학교 윤리 시간이었다. 미생이 애인과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약속 시간이 되어도 애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비는 세차게 내리고, 강물은 점점 불어났다. 미생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교각을 붙잡고 끝까지 버텼다. 그러나 머리까지 차오른 강물에 결국은 익사하고 말았다. 약속은 목숨을 걸고라도 지켜야 한다는 교훈으로 윤리 선생님은 미생 이야기를 하신 것 같다. 당시의 어린 마음에 미생 일화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도 아마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4.02.26

논어[70]

선생님이 진나라에서 말씀하시다. "돌아가자, 돌아가자. 우리네 젊은이들은 미칠 듯 날뛰며, 멋대로 고집도 부리고, 아롱이 다롱이 문채는 빛나지만, 아직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있지 않느냐." 子在陳曰 歸與歸與 吾黨之小子 狂簡斐然成章 不知所以裁之 - 公冶長 12 공자가 각국을 유랑하는 동안 진나라를 여러 차례 들렀는데 마지막으로 있었던 때가 기원전 490년 부근이었다. 주유천하의 막바지로 공자 나이는 60세가 넘었다. 정치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미련을 접고, 고국 노나라로 돌아가 젊은이들을 가르치려고 결심을 했던 시기였다. 그때 공자의 마음이 이 말에 잘 나타나 있다. 공자의 말에는 일말의 회한도 들어있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다짐이 강하게 읽힌다. 어찌 보면 종교적 소명 의식과 비슷하다. 마치 목자..

삶의나침반 2014.02.20

논어[69]

계문자는 세 번 곱씹어 생각한 뒤라야 실행에 옮긴다. 선생님이 이를 듣고 말씀하시다. "두 번도 좋지!" 季文子 三思而後行 子聞之曰 再斯可矣 - 公冶長 11 계문자는 지나치게 신중한 제자였던 것 같다. 너무 생각이 많으면 결단성이 부족하고 우유부단해지기 쉽다. 아마 자로였다면 세 번의 세 번이라도 곱씹어 생각하라고 말했을 것이다. 공자는 각 제자의 기질이나 근기에 맞게 가르침을 준다. 불교에서는 방편(方便)이라고 한다. 이를 무시하고 말에만 매달리면 그때부터 미혹이 시작된다. 대표적인 게 문자주의 입장에서 성경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현인들이 남긴 말이나 글 자체가 진리는 아니다. 주인은 달을 가리키는데 개는 엉뚱한 데를 쳐다보고 짖어댄다.

삶의나침반 2014.02.14

논어[68]

자로는 전에 들었던 일을 실행하지 못했을 때는, 더 듣게 될까봐 두려워하였다. 子路 有聞未之能行 唯恐有聞 - 公冶長 10 행동파인 자로답다. 들었지만 실행하지 않아도 아무 거리낌이 없는 사람에 비하면 자로는 몇 단계 위의 사람이다. 이 글을 보면 자로는 들은 건 꼭 실천하려고 했던 것 같다. 자로는 행(行)이 우선인 사람이었다. 심사숙고하느라 머뭇거리는 사람이 있고, 자로처럼 좌고우면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도 있다. 옳은 일에 앞장서는 건 용기 있는 행위다. 그러나 자신의 행동에 대한 지나친 확신은 맹목적이 되기 쉽다. 성찰이 따르지 않는 행동은 돈키호테식 '돌격 앞으로'가 될 위험이 있다. 군자는 지(知)와 행(行)이 균형을 이루는 사람이다.

삶의나침반 2014.02.05

논어[67]

자공이 말했다. "선생님께서 옛 글을 강론하시는 것은 언제나 들을 수 있지만, 인성이니 천도니 하는 따위는 좀처럼 들을 수가 없다." 子貢曰 夫子之文章 可得而聞也 夫子之言性與天道 不可得而聞也 - 公冶長 9 임어당은 에서 각 나라의 국민성을 나타내기 위해 만든 재미있는 수식을 소개하고 있다. 현실주의(Reality)는 R, 이상주의(Dream)는 D, 감수성(Sensibility)은 S, 유머(Humor)는 H로 나타내고, 각각을 화학기호처럼 1부터 4까지의 숫자로 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국은 R3D2S2H1, 프랑스는 R2D3S3H3, 미국은 R3D3S2H2, 독일은 R3D4S1H2, 일본은 R2D3S1H1 로 평가했다. 독일인은 감수성이 부족한 이상주의자이고, 일본인은 감수성이나 유머 감각에서..

삶의나침반 2014.01.30

논어[66]

자공이 말했다. "나는 남에게서 당하기 싫은 일은 나도 남에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야, 너도 하기 어려운 일이야!" 子貢曰 我不欲 人之加諸我也 吾亦欲無加諸人 子曰 賜也 非爾所及也 - 公冶長 8 아마 자공이 어떤 사람에게서 부당한 일을 당한 모양이다. 자신은 남에게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거라고 스승에게 말한다. 이때 공자의 대답은 분명하다. "사야, 그건 너도 어려운 일이야!" 남에게서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 모든 윤리와 종교의 핵심이다. 인류의 스승들은 하나같이 이 황금률을 강조했다. 예수는 좀 더 능동적으로 말했다. "여러분은 무엇이든지 사람들이 여러분을 위해 해 주기 바라는 것을 그대로 그들에게 해 주시오. 이것이 율법과 예언자들의 정신입니다."(마태..

삶의나침반 2014.01.25

논어[65]

재여가 낮잠을 잔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썩은 나무는 새길 수가 없고, 썩은 흙담장은 흙손질할 수 없다. 재여 같은 애는 꾸짖기도 싫다." 다시 이어서, 선생님 말씀하시다. "전에 나는 남의 말을 들으면 그대로 믿었는데, 이제 나는 남을 말을 듣고도 그 행동을 보아야 하겠다. 재여 때문에 이렇게 달라진 거야!" 宰予 晝寢 子曰 朽木不可彫也 糞土之墻不可오也 於予與何誅 子曰 始吾於人也 聽其言而信其行 今吾於人也 聽其言而觀其行 於予與改是 - 公冶長 7 이렇게 심한 꾸지람이라면 단순한 낮잠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동안 지켜보고 쌓인 게 있으니까 낮잠 자는 모습으로 인해 화가 폭발한 게 틀림없다. 꾸짖기도 싫다는 건 완전히 포기했다는 말이다. 더구나 남의 말을 그대로 믿지 못하게 된 건 오로지 재여 때문이라고 한..

삶의나침반 2014.01.20

논어[64]

선생님이 자공에게 말씀하시다. "너와 회와 누가 더 나을까?" 자공이 대답했다. "제가 어찌 회를 당하리까? 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압니다.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구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만 못하지. 나나 너나 그만 못하지!" 子謂子貢曰 女與回也 孰愈 對曰 賜也 何敢望回 回也 聞一以知十 賜也 聞一以知二 子曰 弗如也 吾與女弗如也 - 公冶長 6 스승의 짓궂은 질문이다. 안회가 가장 뛰어난 제자라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자공에게 다시금 확인시킨다. 자공은 공손하게 대답한다.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지만, 자신은 둘만 안다고 말한다. 겸손한 것 같지만 뭔가 가시가 들어 있는 듯하다. 하나를 들으면 하나를 알 뿐이라고 자신을 낮추는 게 보통이지 않은가. 그런데 자공은 스스로 ..

삶의나침반 2014.01.14

논어[63]

맹무백이 물었다. "자로는 사람답게 되었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모르겠는데요." 다시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제후국의 국방장관쯤 됨직하지만, 사람답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염구는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구는 도지사나 국장쯤 됨직하지만, 사람답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적은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예복을 갖추고 외국 사신쯤 접대함직하지만, 사람답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孟武伯問 子路仁乎 子曰 不知也 又問 子曰 由也 千乘之國 可使治其賦也 不知其仁也 求也何如 子曰 求也 千室之邑 百乘之家 可使爲之宰也 不知其仁也 赤也何如 子曰 赤也 束帶立於朝 可使與賓客言也 不知其仁也 - 公冶長 5 '사람됨[仁]'에 대한 공자의 잣대는 무척 엄격하다. 노나라 대부인 맹무백..

삶의나침반 2014.01.08

논어[62]

선생님 말씀하시다. "갈 길을 찾을 수 없는 세상이다. 배를 타고 바다로나 나갈까 보다. 나를 따라올 자는 아마 유일 거야!" 자로가 이 말을 듣고 벙실벙실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는 나보다 용기가 있지. 머뭇머뭇 생각하지도 않았을 거다." 子曰 道不行 乘부浮于海 從我者其由與 子路聞之喜 子曰 由也 好勇過我 無所取材 - 公冶長 4 이 대목에서는 세상에 대한 공자의 실망이 절실히 느껴진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배를 타고 멀리 벗어나고 싶어했을까? '도불행(道不行)'의 세상에 대한 한탄이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다. 그러나 공자는 도피나 은둔의 길을 택하지 않았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뛰어들어 그가 꿈꾼 이상을 펼쳐보려 애썼다. 도가 학파와 대비되는 점이다. 공자도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3.12.27

논어[61]

선생님이 칠조개를 벼슬 살게 하였더니, 대답하기를 "저는 아직 자신이 없습니다." 선생님이 기뻐하였다. 子使 漆雕開仕 對曰 吾斯之未能信 子說 - 公冶長 3 칠조개에게 벼슬자리를 주었더니 칠조개는 자신이 없다며 사양한다. 이를 보고 공자가 기뻐했다는 기록이다. 앞 절과 합쳐서 보면 공자가 칭찬하는 사람 윤곽이 나온다. 과묵하고 겸손한 사람이다. 비단 공자만이 아니라 어느 시대에나 이런 사람은 신뢰를 받는다. 큰 인물이라면 마땅히 이런 인품을 갖춰야 한다. 스승으로부터 좋은 직장을 소개받았는데, 감당할 능력이 안된다며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인품이라면 공자도 기뻐했을 게 틀림없다. 공자는 사람됨을 보기 때문이다.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잘 꾸며 상품성을 높여야 하는 현대에서 칠조개 같은 사람은 버텨내기 힘들 ..

삶의나침반 2013.12.23

논어[60]

어느 사람이 말했다. "옹은 사람답기는 하지만 무뚝뚝합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재잘거려서야 됩니까! 입술에 붙은 말로 지껄이면 미움받기 꼭 알맞지요. 사람답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찌 재잘거려서야 됩니까!" 或曰 雍也 仁而不녕 子曰 焉用녕 禦人以口給 屢憎於人 不知其仁 焉用녕 - 公冶長 2 공자는 말 많은 걸 무척 싫어했다. 옹(雍)이라는 제자가 너무 무뚝뚝해서 탈이라는 어느 사람의 말에 공자는 반대로 답한다. 오히려 무뚝뚝하니 좋은 일이다. 제일 하급이 인(仁)하지 않으면서 말만 재잘거리는 사람이다. 인(仁)하지 않더라도 재잘거리지만 않는다면 사람다운 길로 갈 자격은 있다. 공자는 어눌한 걸 오히려 장점으로 본다. 사실 말에 대한 경계는 어느 경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성경에도 '미련한 자는 말을..

삶의나침반 2013.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