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5

이웃집 능소화

능소화(凌霄花)는 특이한 한자 이름을 가지고 있다. '없신여길 능(凌)'에 '하늘 소(霄)'를 쓴다. '하늘을 능가하다' '하늘을 업신여기다'라는 뜻이다. 이름에 어떤 사연이 숨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능소화는 오랫동안 꽃을 볼 수 있다. 6월에 피기 시작해 9월까지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고향 마을의 이웃집 마당에 핀 능소화가 담을 넘어와 주황색 꽃을 드리웠다. 활짝 핀 꽃, 봉오리를 맺은 꽃이 보이고, 바닥에는 떨어진 꽃들도 있다. 능소화는 동백처럼 꽃송이가 통째로 떨어진다. 낙화한 꽃이 주는 정취를 즐길 수 있는 꽃 중 하나다.

꽃들의향기 2023.09.12

고향의 여름꽃

고향 마을을 산책하다가 과수원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옛 친구지만 고향에 내려가도 오가다가 마을길에서 우연히 만나 얼굴을 본다. 서로 연락해서 식사 한 끼 할 기회가 별로 안 생긴다. 사람을 만나기보다 조용히 있다가 오고 싶은 내 성향 탓이 크다. 친구의 사과 농장 입구에 능소화가 환하게 피어 있다. 고향집에 어머니가 키운 접시꽃이다. 어머니는 집만 아니라 동네 골목에도 꽃을 심고 잡초를 뽑으며 깨끗하게 만드신다. 부지런하기로 치면 어머니를 당할 사람은 없으리라. 가만히 있는 법이 없다. 그런데 아들인 나는 반대이니 이 역시 불가사의다. 이웃집 마당의 무궁화가 여느 해보다 더 풍성하고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꽃들의향기 2021.07.09

내가 사랑하는 길

이웃 동네로 넘어가자면 산자락으로 난 이 길을 지나야 한다. 내가 제일 아끼며 사랑하는 길이다. 길이가 200m 남짓 정도로 짧지만 여기에 들면 아늑하고 편안해진다. 사람의 통행도 거의 없다. 돌더라도 다들 차를 이용하지 산길을 걸어서 옆 동네로 갈 사람은 없다. 어쩌다 드물게 나 같은 어슬렁족을 만나기도 한다. 곧 여기에 아파트 건설이 예정되어 있어 이 길도 상당 부분이 훼손될 것이다. 이미 길 곳곳에 포클레인이 할퀸 흔적이 보인다. 진즉에 이 길의 사계를 담아둘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는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 단풍나무가 많아 길 한편이 붉게 물들면 여느 이름난 단풍 명소 못지않다. 올 가을 단풍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길을 지나 이웃 동네로 넘어가서 목현천과 경안천으로 이어지는 길을 ..

사진속일상 2021.06.23

능소화의 계절

일주일 가까이 눈부시게 맑은 여름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장마철이지만 습도가 낮아 공기도 건조하고 깨끗하다. 세상은 시끄러운데누구 말대로 날씨는 환장하게 좋다. 골목길을 지나다가 활짝 핀 능소화를 만났다.이 꽃을 보며 여름이 왔음을 새삼 다시 느낀다. 능소화는 여름에 어울리는 꽃이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피어있는 주황빛 능소화는 뜨겁고 화려하다. 능소화에는 사람의 시선을 통째로 사로잡는 마력이 있다. 화려하면서 기품이 있지만, 어떻게 보면 애잔하고 육감적이다. 능소화(凌宵花)라는 이름부터가 도발적이다. 하늘을 업신여길 정도로 도도하다는 뜻일까. 덩굴을 내며 위로 올라가는 모습하며, 동백처럼 통째로 떨어지는 꽃송이가 이름값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능소화를 보며 느끼는 감상은 사람마다 ..

사진속일상 2008.06.26

능소화

이곳 단독주택가의 골목길을 걸어가다 보면대문가에 능소화가 피어있는집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노란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능소화는 지금의 계절과 잘 어울리는 꽃이다.나팔 모양으로 생겼는데 영어 이름도'trumpet creeper'라고 한다. 한때는 이 꽃의 꽃가루가 실명의 원인이 된다고 해서 많이 베어지기도 했는데, 다행히도 이 동네에는 아직도 능소화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능소화는 옛날에는 양반의 꽃으로 불리었다고 한다. 능소라는 한자 뜻이 웅비의 기상을 가졌다는데 과거에 급제해서 입신양명하려는 양반들과 어울리는 꽃이어서 그랬는 것 같다. 따라서 상민들이 이 꽃을 키우다가는 곤장을 맞기 일쑤였다고 한다.신분사회의 슬픈 단면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능소화는덩굴식물로 다른 나무라든가 인공의 구조물을 타고..

꽃들의향기 200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