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고향에서 올라올 때 어머니가 여러 종류의 채소를 싸주셨다. 그 더미 속에 묻혀 달팽이 한 마리가 따라온 걸 집에 와서야 발견했다. 줄을 잘못 섰다가 졸지에 정든 땅과 생이별한 신세가 된 것이다. 다시 돌려보낼 길은 없고 집에서 한 번 길러보자 하고 화분에 배춧잎을 깔아 새 터를 마련해 주었다. 그런데 웬걸, 다음 날 아침에 보니 달팽이가 행방불명되고 말았다. 온 베란다를 뒤졌지만 도저히 찾지 못했다. 새 환경이 낯설었는지 어디로 숨어버린 것 같았다. 그 뒤로 며칠 동안 수색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달팽이는 잊혀졌다. 사라졌던 달팽이가 오늘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화분에 붙어 있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여섯 달 만이었다. 살아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안 했는데, 돌아온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