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사 11

장자[49]

안회가 말했다. "저는 진전이 있었습니다." 공자가 물었다. "무엇을 말하는가?" 안회가 답했다. "저는 인의(仁義)를 잊었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잘했다. 그러나 미진하다." 뒷날 안회는 다시 공자를 뵙고 말했다. "저는 진전이 있었습니다." 공자가 물었다. "무슨 진전인가?" 안회가 답했다. "저는 예악(禮樂)을 잊었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잘했다. 그러나 미진하다." 뒷날 안회는 다시 공자를 알현해 아뢰었다. "진전이 있었습니다." 공자가 물었다. "무슨 진전인가?" 안회가 답했다. "저는 좌망(坐忘)에 들었습니다." 공자는 움찔하면서 말했다. "좌망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안회가 말했다. "육신을 벗어나 총명을 물리치고 형체를 떠나 지혜를 버리고 큰 통철(洞徹)함에 대동(大同)함을 일러 좌..

삶의나침반 2008.11.27

장자[48]

안회가 공자에게 물었다. "맹손재는 자기 부모가 죽었을 때 곡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마음으로 슬퍼하지도 않았고 상중에 애통해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처럼 세 가지 예의조차 무시했는데 상을 잘 치렀다고 합니다. 노나라에서는 정말 실(實)이 없어도 명성을 얻는 것인지요? 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공자는 답했다. "맹손씨는 상례를 잘 했다. 뿐만 아니라 지자(智者)에 가까웠다." 顔回問仲尼 曰 孟孫才 其母死 哭泣不涕 中心不戚 居喪不哀 無是三者 以善處喪 蓋魯國 固有無其實 而得名者乎 回一怪之 仲尼曰 夫孟孫氏 盡之矣 進於知矣 - 大宗師 10 여기서는 형식과 본질의 문제가 대두된다. 형식은 본질을 담는 그릇이지만 자칫하면 본질을 망각하고 형식에만 집착하기도 한다.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다. 인(仁)이..

삶의나침반 2008.11.16

장자[47]

사람의 군자는 자연의 소인일 뿐이다. 人之君子 天之小人也 - 大宗師 9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이라는 용어는 주로 유가에서사용한다. 유가에서 군자란 인격이 완성된 이상적인 인간이다.반면 소인은 고상한 뜻보다는 현실의 이(利)와 욕(欲)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움직이는 사람이다. 군자는 모든 사람의 사표가 되며, 학문이나 수양을 하는 지향점이기도 하다. 그런 군자를 장자는 거침없이 자연의소인이라고 말한다. 세상의 관점과 하늘의 관점은 다르다. 세상이 칭송하는 삶이 오히려 자연의 입장에서는 반대일 수도 있다. 그리고 세상이 기피하는 삶이 참된 삶에 가까울 수도 있다. 여기서도 장자의 고정관념 깨기가 시도된다. 특히 위인이라고 부르는 인물들이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까. 자식들에게위인전을 읽히며그런 인물을 닮으리..

삶의나침반 2008.11.12

장자[46]

한동안 아무 일 없이 지내다가 상호가 죽었다. 장사를 치르지 못했다는 소식을 공자가 듣고 자공을 시켜 일을 돕게 했다. 자공이 가서 보니 어떤 자는 바둑을 두고 있고 어떤 자는 거문고를 두드리며 어울려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오 상호여! 이미 그대는 참(眞) 자네로 돌아갔거늘! 우리는 아직도 사람의 탈을 쓰고 있구려!" 자공은 종종걸음으로 나아가 말했다. "감히 묻겠는데 시체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 예입니까?" 두 사람은 서로 돌아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런 자가 어찌 예의 뜻을 알겠는가?" 莫然有間 而子桑戶死 未葬 孔子聞之 使子貢往侍事焉 或編曲 或鼓琴 相和而歌 曰 嗟來 桑戶乎 而已反其眞 而我猶爲人의 子貢趨而進 曰 敢問 臨尸而歌 禮乎 二人相視而笑 曰 是惡知禮意 - 大宗師 8 이번에는 자상호(子桑戶), ..

삶의나침반 2008.11.09

장자[45]

천지는 나에게 형체를 주어 실어주고 삶을 주어 수고롭게 하며 늙음을 주어 편안케 하고 죽음을 주어 쉬게 하지. 그러므로 내 삶을 잘하는 것은 내 죽음을 잘하는 수단이라네. 지금 대장장이가 쇠를 녹이는데 쇠가 펄펄 뛰면서 말하기를 '나는 반드시 명검이 되겠다'고 한다면 대장장이는 반드시 상서롭지 못한 쇠라고 생각할 것이네. 지금 사람 형체의 거푸집이 '사람으로만 있겠다'라고 말한다면 조물주는 반드시 상서롭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네. 지금 천지를 하나의 큰 용광로로 생각하고 조화옹을 대장장이로 생각한다면 어디로 간들 좋지 않겠는가? 육체가 태어남은 꿈이요, 죽음은 깨어남이거늘! 夫大塊載我以形 勞我以生 佚我以老 息我以生 故善吾生者 乃所以善吾死也 今之大冶鑄金 金踊躍 曰 我必且爲막야 大冶必以爲不祥之金 今犯人..

삶의나침반 2008.10.30

장자[44]

"죽으려 하면 죽지 않고 살려고 하면 살지 못하오. 만물이란 보내지 않을 수 없고 맞이하지 않을 수 없으며 파괴하지 않음이 없고 이루지 않음이 없소. 그 이름을 '혼돈의 안정'이라고 하오. '혼돈의 안정'이란 혼돈 이후에 이루어진다는 뜻이오." 殺生者不死 生生者不生 爲物 無不將也 無不迎也 無不毁也 無不成也 其名爲영寧 영寧也者 영而後成者也 - 大宗師 6 여왜의 말이 계속되고 있다. 첫머리의 "죽으려 하면 죽지 않고, 살려고 하면 살지 못하오."는 병법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그런 차원의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의 '나'가 죽어 없어질 때, 진정한 '나'로 태어날 수 있다는 뜻이리라. 예수의 말씀 중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라는 의미와 같다고 ..

삶의나침반 2008.10.20

장자[43]

남백자규가 여왜선인에게 물었다. "당신은 나이가 많은데 얼굴이 어린아이 같으니 어쩐 일이요?" 여왜가 말했다. "나는 도를 알기 때문이오." 자규는 물었다. "도를 배울 수 있소?" 여왜가 답했다. "오! 어찌 가능하지 않겠소. 다만 당신은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니오. 복량의는 성인의 재능은 있으나 성인의 도가 없었소. 나는 성인의 도는 있으나 성인의 재능은 없었소. 내가 그를 가르치려 한 것은 성인이 될 기미가 있었기 때문이오. 꼭 그렇지만 않지만 성인의 도를 성인이 될 재목에게 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오. 나는 그에게 오직 스스로를 지키라고 가르쳐준 것뿐인데 사흘이 지나자 천하를 버릴 수 있었소. 이미 천하를 버린 이후에 나는 또 스스로를 지키도록 했더니 이레가 지나자 외물을 잊어버릴 수 있었소. 이미 ..

삶의나침반 2008.10.12

장자[42]

무릇 도(道)는 정이 있고 믿음이 있으나 다스림도 없고 형체도 없어 전할 수는 있으나 받을 수는 없으며 체득할 수는 있으나 볼 수는 없는 스스로 근본이요, 스스로 뿌리다. 천지가 있기 전에 옛날부터 이미 존재하여 귀신과 천제를 신령스럽게 하고, 천지를 낳았다. 태극보다 먼저 있었으나 높다고 하지 않고 육극의 아래에 있으나 깊다고 하지 않으며 천지보다 먼저 살았으나 장구하다고 하지 않으며 상고(上古)보다도 오래 되었지만 늙었다고 하지 않는다. 夫道有精有信 無爲無形 可傳而不可受 可得而不可見 自本自根 未有天地 自古以固存 神鬼神帝 生天生地 在太極之先 而不爲高 在六極之下 而不爲深 先天地生而不爲久 長於上古而不爲路 - 大宗師 4 중국철학을 공부하지 않았으므로 도(道)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막연히 도란 우주..

삶의나침반 2008.10.07

장자[41]

배를 골짜기에 감추고, 그물을 못에 감추고 그것으로 안전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밤중에 힘 있는 자가 훔쳐 달아나 버릴 줄은 어리석은 자는 알 리 없다. 크고 작은 것을 감추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지만 오히려 달아날 곳이 있다. 만약 천하를 그 천하 속에 감춘다면 훔쳐 달아날 데가 없을 것이다. 이것이 사물의 항구적인 큰 이치인 것이다. 夫藏舟於壑 藏山於澤 謂之固矣 然而夜半有力者 負之而走 昧者不知也 藏大小有宜 猶有所遯 若夫藏天下於天下 而不得所遯 是恒物之大情夜 - 大宗師 3 내 것, 내 마음에 경계를 짓고 지키려고 할 수록 잃어버리게 된다. 세상에는 더 힘 있는 자가 있는 법이다. 차라리 모든 경계를 허물고 천하를 내 것으로 한다면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게 된다. 예를 들어 건강을 잃을까, 목숨을 잃을까 ..

삶의나침반 2008.10.03

장자[40]

그러므로 좋아하는 것도 한결같고, 좋아하지 않는 것도 한결같다. 일치되는 것도 한결같고, 일치되지 않는 것도 한결같다. 일치되는 것은 자연과 더불어 무리가 되는 것이요, 일치되지 않는 것은 사람과 더불어 무리가 되는 것이다.. 자연과 사람이 서로를 이기려 하지 않아야만 이를 일러 진인이라 한다. 故其好之也一 其不好之也一 其一也一 其不一也一 其一與天爲徒 其不一與人爲徒 天與人不相勝也 是謂眞人 - 大宗師 2 진인을 묘사하는 마지막 부분이다. 진인은 이분법적 개념을 초월해 있다. 좋아하는 것[好]과 좋아하지 않는 것[不好], 일치되는 것[一]과 일치되지 않는 것[不一], 자연[天]과 사람[人]이 진인 안에서는 하나이다. 특히 끝에 나오는 자연과 사람이 서로를 이기려 하지 않는다는 구절은 음미할 만하다. 우리들 ..

삶의나침반 2008.09.28

장자[39]

옛 진인들은 생을 즐거워할 줄도 몰랐고, 죽음을 싫어할 줄도 몰랐다. 태어남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죽음을 거부하지도 않는다. 홀연히 가고 홀연히 올 뿐이다. 시작을 꺼리지도 않고 끝마치는 것을 탓하지도 않는다. 받으면 기뻐하고 잃으면 제 자리로 돌아간다. 이것을 일러 마음으로 도를 버리지 않고 인위로 하늘을 돕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을 진인이라 한다. 古之眞人 不知悅生 不知惡死 其出不欣 其入不拒 숙然而往 숙然而來已矣 不忘其所始 不求其所終 受而喜之 忘而復之 是之謂不以心損道 不以人助天 是之謂眞人 - 大宗師 1 참사람, 진인(眞人)은 장자가 그린 이상적 인간이다. 편견과 아집에서 해방된 사람, 도(道)와 하나가 된 사람이 진인이다.유가의 성인과 달리 진인에서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다. 그래선지 진인하면..

삶의나침반 2008.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