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6

레 미제라블(4)

4권의 부제는 '플뤼메 거리의 서정시와 생 드니 거리의 서사시'다.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사랑, 그리고 1832년 6월 항쟁을 두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빅토르 위고는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이 지향하는 세계를 펼쳐 보인다. 세상을 보는 자신의 견해를 직접 밝히기도 한다. 당시 프랑스는 왕당파와 공화파의 이념 대결이 치열했다. 마치 지금 우리의 보수와 진보 갈등을 보는 것 같다. 가족 간에도 이념의 차이로 갈라진다. 마리우스와 마리우스 외할아버스 관계가 대표적이다. 공화파의 과격 계열은 혁명을 통해서 세상을 뒤엎으려고 한다. 위고는 이렇게 말한다. "혁명은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되므로 존재한다." 혼란한 세상에서 고통을 받는 계층은 빈민이다. 소설에서 위고가 제일 연민을 가지는 대상이다. 공평한 분배와 사회..

읽고본느낌 2019.02.28

레 미제라블(3)

1800년대 초반의 파리 묘사가 인상적이다. 한 편의 세밀화를 보는 것 같다. 당시에도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첨예했다. 지금 우리 시대와 다를 바 없다. 보수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왕당파와 개혁을 꿈꾸는 자유주의파가 대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권의 주인공은 마리우스다. 마리우스는 사회 변혁을 바라는 청년 그룹을 통해 눈을 뜬다. 7, 80년대 우리나라에서 대학에 들어간 학생이 의식화되는 과정과 비슷하다. 마리우스는 할아버지의 후원을 거절하고, 가난하지만 주체적인 삶을 찾아 나간다. 열정적인 활동 이전에 이런 내적 성숙 과정이 있어야 한다. 여기 등장하는 마리우스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고결한 청년으로 그려지고 있다. 장발장과 팡틴은 자베르의 추적을 피해 조용히 숨어 살고 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

읽고본느낌 2019.02.11

정원사의 방울

위고의 2권에는 파리에 있는 봉쇄 수녀원 얘기가 나온다. 장발장이 자베르 형사를 피해 은신한 곳이다. 봉쇄 수녀원은 '봉쇄'라는 이름 그대로 외부와 단절된 곳이다. 더구나 남자는 절대 접근 금지 구역이다. 그래도 수녀원을 운영하자면 남자의 힘을 빌려야 할 때가 있다. 이 봉쇄 수녀원에는 정원사와 잡일을 겸하는 유일한 남자가 산다. 포슐르방이라는 노인으로 절름발이다. 장발장은 전에 포슐르방의 생명을 구해준 인연으로 그의 도움을 받아 수녀원에 피신할 수 있었다. 정원사 노인은 발목에 방울을 달고 있다. 그가 움직이면 방울 소리가 난다. 수녀들은 방울 소리가 나면 얼른 숨는다. 정원사와 부딪치지 않기 위해서다. 남자와 만나서는 안 된다는 대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정원사의 방울은 '내가 여기 있으니 피하시오' ..

참살이의꿈 2019.01.31

레 미제라블(2)

2권의 소제목은 '코제트'다. 밑바닥 삶을 살다 병으로 죽은 팡틴의 가련한 딸이다. 코제트는 엄마와 헤어져 탐욕스러운 테나르디에 부부 밑에서 학대받으며 살고 있었다. 두 번째로 탈주한 장발장이 코제트를 구출해 나온다. 추적하는 자베르 형사를 피해 수도원으로 도망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2권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워털루 전투와 봉쇄수도원을 묘사한 장면이다. 워털루 전투만 100페이지 가까이 서술되어 있다. 1815년 6월 18일의 워털루는 유럽 역사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인 전투였지만 여러 우연이 겹쳤다. 나폴레옹이 승리할 수도 있었지만 위고는 그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한다. 나폴레옹은 질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두 가지 결정적인 부분은 대포 소리를 못 들은 그루시와 오앵의 움푹 팬 길이다..

읽고본느낌 2019.01.27

레 미제라블(1)

민음사에서 나온 빅토르 위고의 완역본 다섯 권을 사서 1부를 읽었다. 올겨울에 전체를 읽어보려 한다. 총 페이지가 2,500쪽이나 된다. 장발장 이야기는 어릴 때 접하고, 소설도 축약본으로 읽은 적은 있으나 완역본은 처음이다. 전체를 읽어보겠다고 오래전부터 별렀던 책이다. 첫 권인 1부는 소제목이 '팡틴'이다. '레 미제라블'이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뜻인데, 여기에 걸맞은 인물이 팡틴이다. 남자에게 버림받고 미혼모가 된 팡틴은 딸 코제트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한다. 공장에서 쫓겨나서는 몸 파는 여자로까지 전락한다. 장발장인 마들렌 시장의 도움으로 구출되지만, 결국은 딸을 만나지 못하고 병사하는 불쌍한 여인이다. 가난과 차별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지 못했지만 영혼은 순수하고 고결했다. 혁명 이..

읽고본느낌 2019.01.05

나는 누구인가?

영화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인상적인 대사 중 하나가 장발장의 "나는 누구인가?"(Who am I?)라는 독백이다. 그는 자베르 경감을 피해 신분 세탁을 하고 시장이 되어 살아간다. 그러다가 다른 데서 장발장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하게 된다. 자신이 진짜 장발장이라고 고백하면 다시 감옥에 들어가고 모든 것을 잃는다. 숨기면 시장직을 유지하며 잘 살 수는 있으나 다른 사람이 억울하게 희생된다. 양심의 갈등으로 번민할 때 그가 스스로 묻는 말이 이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는 한 인간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자아 인식에 눈뜰 때 던지는 질문이다. 사춘기 열병의 원인도 결국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 때문이다. 평생을 두고 고뇌해야 할 화두를 받는 것이다. 그것은 질문으로 주..

참살이의꿈 2013.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