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올리버 4

어리석다고? 아니, 그렇지 않아 / 메리 올리버

가끔 나는 나무 한 그루의 잎들을 세느라 종일을 보내지. 그러기 위해선 가지마다 기어올라 공책에 숫자를 적어야 해. 그러니 내 친구들 관점에서는 이런 말을 할 만도 해. 어리석기도 하지! 또 구름에 머리를 처박고 있네. 하지만 그렇지 않아. 물론 언젠가는 포기를 하게 되지만 그때쯤이면 경이감에 반쯤은 미쳐버리지 - 무수한 잎들, 고요한 나뭇가지들, 나의 가망 없는 노력. 그 달콤하고 중요한 곳에서 나, 세상-찬양 충만한 큰 웃음 터뜨리지. - 어리석다고? 아니, 그렇지 않아 / 메리 올리버 Sometimes I spent all day trying to count the leaves on a single tree. To do this I have to climb branch by branch and wr..

시읽는기쁨 2021.08.22

달력이 여름을 말하기 시작할 때 / 메리 올리버

나는 학교에서 나온다 재빨리 그리고 정원들을 지나 숲으로 간다, 그리고 그동안 배운 걸 잊는 데 여름을 다 보낸다 2 곱하기 2, 근면 등등, 겸손하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법, 성공하는 법 등등, 기계와 기름과 플라스틱과 돈 등등. 가을쯤 되면 어느 정도 회복되지만, 다시 불려간다 분필 가루 날리는 교실과 책상으로, 거기 앉아서 추억한다 강물이 조약돌을 굴리던 광경을, 야생 굴뚝새들이 통장에 돈 한 푼 없으면서도 노래하던 소리를, 꽃들이 빛으로만 된 옷을 입고 있던 모습을. - 달력이 여름을 말하기 시작할 때 / 메리 올리버 시인 메리 올리버(Mary Oliver, 1935~2019)가 2년 전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이제야 듣는다. 메리 올리버는 자연의 경이와 그 속에서 소박한 삶을 사는 기쁨을 노래한..

시읽는기쁨 2021.07.24

백조 / 메리 올리버

넓은 물 가로질러 무언가 떠 오네- 가냘프고 섬세한 배, 흰 꽃들 가득한- 불가사의한 근육들로 움직이네 마치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런 선물들을 메마른 기슭에 가져다주는 것이 감당하기 벅찬 행복인 것처럼. 이제 검은 눈을 돌리고, 구름 같은 날개를 가다듬고, 암회색 정교한 물갈퀴발을 끌며 오네. 곧 여기 닿겠지. 오, 나 어떻게 할까? 저 양귀비 빛깔 부리 내 손에 닿으면 시인 블레이크의 부인이 말했지 남편과 함께 있고 싶어요- 그이는 너무 자주 천국에 있어요. 물론! 천국으로 가는 길은 평범한 땅에 있지 않아. 상상력 속에 있지 네가 이 세상을 인지하는, 그리고 네가 세상을 찬미하는 몸짓들에. 오, 나 어떻게 할까, 무슨 말을 할까, 저 흰 날개들 기슭에 닿으면. - 백조 / 메리 올리버 자..

시읽는기쁨 2015.12.08

휘파람 부는 사람

메리 올리버는 미국의 생태 시인이다. 선입견 탓인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런 시인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그만큼 물질적이고 세속화된 나라를 대표하는 게 미국이기 때문이다. 이 책 은 올리버의 산문집이다. 산문 역시 시만큼이나 아름답다. 책에는 시도 몇 편 등장하고, 그런 시를 쓰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도 있다. 올리버의 생각과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올리버는 자신이 셸리, 파브르, 워즈워스, 바바라 워드, 블레이크, 바쇼, 마테를링크, 에머슨, 카슨, 알도 레오폴드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분들과 사상적으로 같은 계보에 속한다. 여기에 소로우가 빠지면 안 될 것 같다. 산문을 읽으면서 올리버는 여자 소로우라 불러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초절주의 전통을 잇는 시인이다. 여든이 넘은..

읽고본느낌 2015.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