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어리석다고? 아니, 그렇지 않아 / 메리 올리버

샌. 2021. 8. 22. 11:10

가끔 나는 나무 한 그루의 잎들을 세느라 종일을 보내지. 그러기 위해선 가지마다 기어올라 공책에 숫자를 적어야 해. 그러니 내 친구들 관점에서는 이런 말을 할 만도 해. 어리석기도 하지! 또 구름에 머리를 처박고 있네.

 

하지만 그렇지 않아. 물론 언젠가는 포기를 하게 되지만 그때쯤이면 경이감에 반쯤은 미쳐버리지 - 무수한 잎들, 고요한 나뭇가지들, 나의 가망 없는 노력. 그 달콤하고 중요한 곳에서 나, 세상-찬양 충만한 큰 웃음 터뜨리지.

 

- 어리석다고? 아니, 그렇지 않아 / 메리 올리버

 

 

Sometimes I spent all day trying to count the leaves on a single tree. To do this I have to climb branch by branch and write down the numbers in a little book. So I suppose, from their point of view, it's reasonable that my friends say: what foolishness! She's got her head in the clouds again.

 

But it's not. Of course I have to give up, but by then I'm half crazy wiyh the wonder of it - the abundance of the leaves, the quietness of the branches, the hopelessness of my effort. And I am in that delicious and important place, roaring with laughter, full of earth-praise.

 

- Foolishness? No, It's Not / Mary Oliver

 

 

메리 올리버(Mary Oliver, 1935~2019), 이름도 얼굴도 천상 시인이다.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녀의 삶 또한 시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 소개된 올리버의 시집은 단 한 권이다. 그것도 2020년에 나온 <천 개의 아침, A Thousand Mornings>이 유일하다. 올리버의 맑고 투명한 영혼은 자연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이 시집을 읽어 보니 그녀의 시는 자연에 내재한 신비성에 깊이 닿아 있는 느낌이다. 지상의 종교가 아닌 자연에서 샘솟아 나는 종교심이다. 메리 올리버는 이렇게 말했다.

"삶이 끝날 때, 나는 말하고 싶다. 평생 나는 경이와 결혼한 신부였노라고."

 

 

<천 개의 아침>에 실린 시 한 편을 더 옮긴다.

 

 

난 산속에 집을 마련하기로 결심했어, 추위와 정적 속에서 평온하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저 높은 곳에. 그런 장소에서는 계시를 발견할 수도 있다고 하지. 정신이 추구하는 걸, 정확히 이해하진 못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느끼게 될 수도 있는 곳. 물론 천천히. 난 휴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냐.

 

물론 그와 동시에 지금 내가 있는 곳에 머물 작정이야.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겠어?

 

- 난 결심했어 / 메리 올리버

 

 

I have decided to find myself a home in the mountains, somewhere high up where onr learns to live peacefully in the cold and the silence. It's said that in such a place certain revealations may be discovered. That what the spirit reaches for may be eventully felt, if not exactly understood. Slowly, no doubt. I'm not talking about a vacation.

 

Of course at the same time I mean to stay exactly where I am.

 

Are you following me?

 

- I Have Decided / Mary Ol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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