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5

소설 무소유

소설 형식을 빌려 정찬주 작가가 쓴 법정스님의 일대기다. 초판이 2010년에 나왔으니 스님이 돌아가신 해에 출판한 책이다. 작가는 스님과 가까이 지내면서 여러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한 인물을 그릴 때 대체로 미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에는 보이지 않는다. 스님의 생각과 삶이 사실 그대로 실려 있다. 법정스님 하면 누구나 무소유를 떠올린다. 스님이 봉은사 다래헌에 계실 때인 1976년에 쓴 는 국민의 필독서가 되었고 무소유의 정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스님 자신이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기 때문에 울림이 더욱 컸을 것이다. 이 소설에는 법정스님이 통영 미래사에서 효봉스님 시자로 있을 때 무소유의 가치를 깨닫는 일화가 나온다. 어느 날 효봉스님의 걸망을 빨려고 하다가 걸망 안에서 비누조각을 발견했..

읽고본느낌 2022.12.07

디오게네스의 자신감

고등학생일 때 윤리 과목을 좋아했다. 선생님이 전해 주는 여러 철학자들의 삶과 일화가 재미있었고, 그들의 명언이 멋지게 들렸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제일 감명을 받았던 철학자는 디오게네스였다. 사람을 찾는다고 대낮에 등불을 들고 아테네 거리를 돌아다녔다거나, 알렉산더 대왕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도리어 햇빛을 가리니 비켜달라고 했다는 얘기는 너무나 통쾌했다. 저렇게 당당하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디오게네스는 견유학파에 속한다. '견유(犬儒)'란 '개 같은 선비(철학자)'라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모욕적인 명칭으로 들리지만 디오게네스가 스스로를 '개'라고 지칭했으니 잘못된 것도 아니다. 어느 날 사람들이 그에게 뼈다귀를 던져주며 놀리자 개처럼 한 발을 들고 오줌을 갈겨댔다는 일화가 전한다. '견유..

참살이의꿈 2021.09.21

다읽(9) - 무소유

"나는 가난한 탁발승(托鉢僧)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요포(腰布)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評判) 이것뿐이오." 법정 스님의 수필 '무소유' 첫부분은 이같은 간디의 말로 시작한다. 에서 이 구절을 읽고 당신이 무척 부끄러웠다고 고백한다. 당신이 가진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몇 달 전에 H 스님의 무소유 논란이 일었고, 인기 스타였던 스님은 한 순간에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수도자의 세속적인 소유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한참동안 이어졌다. "무소유란 물질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자신이 소유한 물질에 대한 애착이 무(無)라는 얘기다." 공공연히 이런 생각을 밝히는 수도자도 있다. 잘못하면 ..

읽고본느낌 2021.03.25

어린 왕자가 사는 별나라에 가고 싶다

무소유와 청빈의 삶을 사셨던 법정 스님께서 떠나셨다. 장례 의식 역시 따로 관이나 수의를 마련하지 않은 채 진행되었고, 사리를 찾지도 말고 탑도 세우지 말라며 마지막까지 말과 행함의 일치를 보여주셨다. 스님이 쓴 책 제목이기도 한 ‘맑고 향기롭게’라는 말이 스님의 일생을 대변하지 않나 싶다. 스님은 돌아가시기 전에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기 위해 자신이 쓴 모든 책을 절판하라고 유언으로 남기셨다. 안타깝지만 스님의 뜻이 이해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시중에는 그런 소문이 더해져 사람들이 스님의 책을 마구 사들이는 바람에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소유의 가르침과 소유에의 집착 사이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모든 사람이 스님처럼 완전한 무소유를 실천할 수는 없다...

참살이의꿈 2010.03.17

너무 가난해서 너무 행복한 삶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양식은 각양각색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나의 삶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삶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크고 작은 꿈을 꾸지만 이내 현실의 벽에 부닥치면서 이상과의 괴리만 느끼며 부득이 꿈을 접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부의 사람들은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며 만들어 갑니다. 참으로 존경스러운 분들이지요.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세상의 보편적 가치관이나 인간이 만든 제도, 물질의 구속에서 벗어난 사람들입니다. 물처럼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지요. 오늘 아침에는 김미순님이 쓴 ‘너무 가난해서 너무 행복한 삶’이라는 책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이 책을 손에 잡으면 맑은 솔바..

읽고본느낌 2005.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