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

해리스 vs 트럼프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인 해리스(Kamala Harris)와 트럼프(Donald Trump)의 미국 대통령 선거 TV 토론이 어제 있었다. 우리 시간으로 아침 10시에 시작했는데 생중계를 보느라 처음부터 끝까지 TV 앞을 지키고 있었던 건 처음이었다. 남의 나라 정치 쇼에 내가 왜 이렇게 관심이 큰지 나 스스로도 의아했다. 해리스라는 새로 등장한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컸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 트럼프는 워낙 비호감이라 해리스를 응원하며 토론을 지켜봤다. 노회한 트럼프를 여유 있게 상대하면서 토론을 주도해 나가는 해리스가 멋있었다. 부드러우면서 강인해 보이는 이미지도 좋았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해리스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으면 좋겠다. 미국의 국내 정책에 대한 논쟁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

길위의단상 2024.09.12

힐빌리의 노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가 J.D. 밴슨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1984년 생인 밴슨은 정계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정치 신인이다. 그는 2016년에 자전적 소설인 를 썼고, 2020년에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유명해졌다. 이번에 밴스가 부통령 후보에 지명되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보게 된 영화다. 'hillbilly'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두멧사람, 시골사람이라는 뜻으로 특히 미국 애팔래치아 산맥 남부의 산악 지대 주민을 가리키는 말이다. 밴스가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 영화에도 이들의 삶이 궁핍하고 거칠게 그려져 있다. 러스트 벨트(rust belt)에 해당하는 지역인데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더욱 열악한 상태에 빠진 것 같다. 잘 드러나지 않는 미국의 어두운..

읽고본느낌 2024.07.28

브레이킹 배드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는 시리즈 5까지 62회로 된 미국 드라마다. 10여 년 전에 방영된 드라마지만 워낙 명성이 자자해서 이번에 작심하고 보게 되었다. 한 회를 50분으로 잡으면 전체가 300시간이 넘는 분량이다. 중반부까지는 지리한 부분이 있어서 그만둘까도 했는데 그때까지의 시간 투자가 아까워서 결국 끝까지 갔다. 후반부에서는 이야기 전개가 아슬아슬하면서 예상 밖의 장면이 자주 나와 다음 회를 클릭하는 손길이 빨라졌다. 다 보는데 삼 주 가량 걸렸다. 고등학교 화학교사인 월터는 폐암에 걸려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아 놓은 돈도 없고 당장 치료비도 걱정이다. 더구나 아들은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고, 아내는 둘째를 임신중이다. 월터는 자신이 죽은 뒤 가족..

읽고본느낌 2024.03.03

성난 사람들

지난달에 미국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이 에미상 8개 부문을 수상했다. 10부작으로 된 이 드라마는 한국계 배우가 다수 참여했고, 전체적으로 미국에서 살아가는 동양인의 삶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였다. 호기심이 생긴 차에 넷플릭스에서 이틀에 걸쳐 몰아봤다. 미국 문화가 낯설어선지 껄끄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게 봤다. 미국 사회에서 동양인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미디어를 통해서는 주로 성공한 교포의 삶이 소개되지만 밑바닥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은 주목하지 않는다. '성난 사람들'은 약자로서의 동양인의 심리에 내재한 불만과 트라우마를 잘 드러냈다고 본다. '성이 났다'는 것이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미국 사회의 틀 안에서 생기는 심리적 원인이 있다..

읽고본느낌 2024.02.08

코로나 격리의 지루함을 달래준 두 영상

어떤 사람은 코로나로 격리되어 있을 때 그간 시간 여유가 없어 못 본 영화와 드라마를 실컷 봤다고 한다. 증상이 경미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러질 못했다. 머리가 띵 하고 의욕이 없으니 정신 집중이 필요한 독서나 영화 감상 따위에는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대신에 유튜브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영상을 봤다. 'Just for Laughs Gags'라는 캐나다 TV 프로그램인데 길거리에서 의외의 상황을 만들어서 놀라는 시민들의 반응을 보고 즐기는 내용이다. 캐나다식 몰래카메라인 셈이다. 길이가 3분 정도로 짧고 스피디하게 전개되어 보는 데 지루할 틈이 없다. 마지막에 몰래카메라를 알게 된 사람들의 반응이 특히 재미있다. 덕분에 많이 웃을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으로 캐나다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점도 ..

길위의단상 2022.08.20

링컨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작품이라서 더 관심이 생겼다. 영상의 마술사라는 스필버그 감독이 링컨이라는 위대한 정치인을 어떻게 그려내는지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역시 최고의 감독이라는 걸 이 작품을 보고 나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는 1864년과 1865년에 걸친 링컨 대통령의 마지막 두 해를 집중적으로 그린다. 당시는 남북전쟁의 막바지였고, 링컨은 노예 해방을 위한 13차 헌법 수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영화의 대부분이 수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하원과의 줄다리기다. 당시 미국 정치의 내막을 잘 모르면 지루할 수 있지만 감독의 역량이 이를 커버한다. 정파들 사이의 불꽃 튀는 싸움이며, 뒤에서 조종하는 링컨의 포용력과 수완이 볼 만하다. 단조롭게 보일 장면들이 이어지지만 연출의 힘이 ..

읽고본느낌 2021.12.22

터닝 포인트: 9/11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

9/11 테러가 일어난 지 20년이 지났다. 며칠 전에 그라운드 제로에서 추도식이 열리는 뉴스를 봤다. 21세기에 접어들자마자 발생한 이 미증유의 테러로 미국만 아니라 전 세계가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여객기가 무역센터에 충돌하고 이어서 건물이 붕괴하는 장면은 지금 봐도 모골이 송연하다. 최근에 넷플릭스에 나온 다큐멘터리 드라마 '터닝 포인트: 9/11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Turning Point: 9/11 and the War on Terror)'은 테러가 일어난 배경과 미국의 보복 과정을 복기하듯 보여준다. 사건에 관여한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9/11과 이후 경과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사실성 높은 다큐멘터리다. 발단은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었다. 미국은 반..

읽고본느낌 2021.09.16

미주 여행 - 모뉴먼트 밸리와 파웰 호수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는 애리조나주와 유타주에 걸쳐 있는 지역으로 나바호(Navajo) 인디언의 성지다. 현재는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되어 있다. 백인에게 쫓겨난 인디언의 슬픈 역사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장소다. 모뉴먼트 밸리는 철분이 포함된 붉은 바위산과 파란 하늘이 멋진 대조를 이룬다. 한반도 면적과 비슷한 붉은 대평원에 치솟은 거대한 바위 기둥과 언덕의 모습은 자연의 신비와 경이를 잘 보여준다. 이곳은 2,000m가 넘는 고원지대로 우리가 찾았을 때도 상당히 추었다. 겨울옷으로 무장해야 했다. '황야의 무법자' 같은 서부 영화들이 여기서 촬영되었다. 주로 존 웨인이 주연한 영화가 많았는지 그의 이름이 붙은 포인트도 있다. 모뉴먼트 밸리를 가장 조망하기 좋은 곳에는 더 뷰(..

사진속일상 2013.03.07

미주 여행 - 브라이스 캐니언, 안텔로프 캐니언, 자이언 캐니언

이번 여행에서는 그랜드 캐니언 외에 브라이스, 안텔로프, 자이언 등 3개의 캐니언을 더 들렀다. 이들 캐니언은 차로 두세 시간이면 갈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 브라이스 캐니언(Brice Canyon) - 오랜 시간 풍화작용에 의해 부드러운 흙은 사라지고 단단한 암석만 남아 지금은 수만 개의 분홍색, 크림색, 갈색의 돌 첨탑들이 도열하고 있다. 이곳에도 여러 개의 뷰 포인트가 있는데 그중 선셋 포인트(Sunset Point)도 있다. 석양을 받은 이곳 풍경은 불타듯 화려할 것 같다. 돌기둥 사이로는 걸을 수 있는 트레일 길도 나 있다. 개인적으로 찾아와서 넉넉하게 둘러보고 싶다. 안텔로프 캐니언(Antelope Canyon) - 붉은색의 사암층을 수만 년 동안 물이 흐르며 이리저리 깎아낸 후 지금은 좁은..

사진속일상 2013.03.06

미주 여행 - 그랜드 캐니언

전날 밤 늦게 라스베가스에 도착했는데 그랜드 캐니언에 가기 위해서는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했다. 캐나다와 달리 미국에 들어와서는 일정이 빡세졌다. 또, 다른 여행팀과 합류하게 되어 대형버스에 38명이 함께 다니게 되었다. 그러나 그랜드 캐니언을 본다는 기대만으로도 온통 설레기만 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 바로 그랜드 캐니언을 보는 것이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국어 교과서에 실린 천관우 씨의 그랜드 캐년 기행문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글이 소년의 마음을 얼마나 들뜨게 했는지 모른다. 나도 언젠가는 그랜드 캐니언에 가리라고 그때 다짐했었다. 그 바람이 40여년이 지나 이루어졌다. 라스베가스에서 그랜드 캐니언까지 가는 데는 5시간이 걸렸다. 길 옆으로는 단조로운 황무지가 끝없이 이어졌다...

사진속일상 2013.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