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브레이킹 배드

샌. 2024. 3. 3. 11:12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는 시리즈 5까지 62회로 된 미국 드라마다. 10여 년 전에 방영된 드라마지만 워낙 명성이 자자해서 이번에 작심하고 보게 되었다. 한 회를 50분으로 잡으면 전체가 300시간이 넘는 분량이다. 중반부까지는 지리한 부분이 있어서 그만둘까도 했는데 그때까지의 시간 투자가 아까워서 결국 끝까지 갔다. 후반부에서는 이야기 전개가 아슬아슬하면서 예상 밖의 장면이 자주 나와 다음 회를 클릭하는 손길이 빨라졌다. 다 보는데 삼 주 가량 걸렸다.

 

고등학교 화학교사인 월터는 폐암에 걸려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아 놓은 돈도 없고 당장 치료비도 걱정이다. 더구나 아들은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고, 아내는 둘째를 임신중이다. 월터는 자신이 죽은 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돈을 마련하기로 하고 비밀리에 마약 제조 사업에 손을 댄다. 그 선택이 자신은 물론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핵폭탄급의 영향을 미친다.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이야기 구성이 탄탄하면서 월터에 의해 폭풍 속으로 휩쓸려들어간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뛰어났다. 인간의 욕망이 얽히고설키면서 엄청난 사건들을 만들어 낸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천재형의 월터가 왜 그런 비이성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그는 늘 '가족을 위해서(for my family)'라고 변명하다가 마지막에 가서 '나를 위해서(for me)'였다고 말한다. 그 일을 할 때 기분이 좋았다고, 월터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월터는 죽는 순간까지 자긍심을 버리지 않았다. 월터를 움직인 내적 충동은 합리적인 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악을 월터가 솔직하게 드러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보통의 우리들은 교묘하게 위장하며 살아갈 뿐이다.

 

월터가 그 길을 선택했을 때 이미 파멸은 예정되어 있었다. 선택을 한 이상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월터는 중간에 멈출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스스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돌아오는 것은 냉혹한 인과응보의 법칙일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장르를 좋아하지 않지만 현실을 잊고 무언가에 빠지고 싶을 때 볼 만한 드라마다. 그만큼 몰입감이 강하다. 나도 근래 주변 상황으로 인해 무기력하고 우울했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접하는 미국인의 문화에 대해서는 어색한 부분이 많다. 그들 사이에서 적응해 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제목인 'Breaking Bad'는 미국 남부 지방의 은어로 '옳은 것에서 벗어나다' '막나가다' '반항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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