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 끊인 곳 홀로 앉은 가을 산(山)의 어스름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 울림은 헛되이 빈 골 골을 되돌아올 뿐. 산(山)그늘 길게 늘이며 붉게 해는 넘어가고, 황혼과 함께 이어 별과 밤은 오리니. 생(生)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갓 괴로울 뿐. 그대 위하여 나는 이제도, 이 긴 밤과 슬픔을 갖거니와 이 밤을 그대는, 나도 모르는 어느 마을에서 쉬느뇨. - 도봉(道峯) / 박두진 A로부터 박두진 시인을 뵌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A가 고등학생이었던 시절 - 그렇다면 60년대 후반이었겠지 - 학교 '문학의 밤' 행사 때 시인이 오셔서 문학반 친구들이 낭송한 자작시를 강평해주셨다는 것이다. 그때 시인의 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