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5

설봉공원에서 놀다

이천에 볼 일이 있는 아내와 동행했다가 - 운전기사 역할로 - 남는 시간에 설봉공원에서 혼자 놀았다. 다른 때 같으면 공원의 호수 둘레를 걷든지 설봉산에 오르든지 했을 텐데 이번에는 동선이 적은 쪽을 택했다. 어제 서울에 나갔다가 너무 늦게 들어와서 몸이 피곤해서였다. 설봉공원 안쪽에 들어갔더니 '이천 시립 월전미술관'이 있었다. 월전(月田) 장우성(張遇聖, 1912~2005) 화백의 작품을 상시 전시하는 미술관이다. 그림에 대해서 알지 못하지만 시간 여유가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미술관 뒤에는 월전의 작업실을 재현해 놓았다. 1996년의 작품 '야매(夜梅)'다. 달 밝은 밤에 핀 백매(白梅)를 그렸다. 淸影淸影 月明人靜夜深 맑은 그림자여 맑은 그림자여, 달 밝고 인적 없는 야심한 밤 1994년 작 '매..

사진속일상 2022.08.26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영월 창령사터 오백나한전이 열리고 있다. 부제가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이다. 창령사(蒼嶺寺)는 고려시대에 세워졌지만 조선조에 들어서 폐사된 절이다. 2001년에 창령사 절터에서 땅에 묻혀 있던 나한상들이 발굴되었다. 나한(羅漢)은 아라한(阿羅漢)의 줄임말로 산스크리터어 'arhat(아르핫)'을 한자로 음역한 것이다.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불교의 성자를 가리킨다. 부처님 입멸 뒤 그의 말씀을 경전으로 편찬하기 위해 모인 가섭을 비롯한 500명의 제자들이 오백나한이다. 본격적인 나한 신앙은 당나라 때부터 시작되었다. 이번에 창령사터에서 발굴된 나한상은 친근한 우리의 모습이어서 더 마음을 끈다. 인간의 다양한 희로애락 감정을 담고 있는데 특히 천진한 미소가 일품이다. 우리 내면에 잠자고..

사진속일상 2019.05.10

대고려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대고려전(大高麗展)'을 보다. 고려는 918년에 태조 왕건이 개국해서 1392년에 멸망하기까지 475년간 지속된 나라다. 작년이 개국 1100년이 된 해다. 고려는 조선 왕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고 있다. 그러나 고려는 굉장히 개방적인 국가였고, 나름의 문화를 꽃피운 나라였다. 13세기 개경은 50만 명이 거주한 대도시였고, 30리 떨어진 예성강변의 벽란도에는 장사를 하는 외국 배들이 쉼없이 드나들었다 한다. 이번 전시에는 5개국에 모은 450여 점의 고려 문화재가 선보인다. 불교 유물이 많아선지 스님들 모습이 많이 눈에 띈다. 포스터에 대표 유물로 소개된 표주박 모양이 병. 실제는 아주 작다. 정교한 무늬 장식이 일품이다. 고려청자. 기교가 대단하다. 일본에서 ..

사진속일상 2019.02.21

박물관 산책

전 직장 동료 두 분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났다. 정례적으로 만나던 모임이 흐지부지되고 고작 셋이 모였다. 그것도 1년 반만이었다. 한 분은 여전히 여일한 생활이고, 다른 분은 손주 때문에 삶이 확 바뀌었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건 젊게 사신다는 점이다. 생각이 젊다는 건 옆 사람에게도 생기를 준다. 국립박물관 뜰을 산책하고, 삼각지까지 서울 거리를 걸었다. 쌀쌀해진 맑은 가을날이었다. 도중에 설렁탕으로 점심을 하고, 카페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전쟁기념관까지 한 바퀴 둘러본 다음 헤어졌다. 오랜만의 만남인데 컨디션이 좋았으면 저녁 맥주가 곁들여졌을 것이다. 그런 것이 나이 든 뒤의 달라진 점이다. 마침 한글날이어서 한글박물관도 의미 있게 관람했다. 만약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

사진속일상 2016.10.10

국립중앙박물관과 용산가족공원

며칠 동안 집안에서만 빈둥거리다가 오늘은 아내와 가벼운 나들이를 했다. 공기는 차가웠지만 햇살이 환한 날이었다. 집에서 전철로 두 정거장 거리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있다. 부끄럽게도 아직 한 번도 가보지를 않았다. 그래서 박물관 구경도 하고 옆에 있는 공원도 산책하기로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5 년에 서울 용산의 지금 자리로 신축 이전을 했다. 전에는 미군 기지의 헬기장으로 쓰였던 장소다. 그때 부지런히 헬기가 뜨고내리는 광경이 연상되어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터도 넓고 건물도 박물관 이미지에 어울리게 잘 지어졌다. 오늘은 1 층에 있는 전시실만 관람했다. 1 층은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다. 박물관에서 실시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한 아이들이 많았다. 한 쪽에서는 잉카 유..

사진속일상 2010.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