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산 14

감사하며 오른 백마산

아내의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요 몇 년간 산행이라면 엄두를 못 냈는데 꾸준한 치료와 트레이닝으로 다시 도전하게까지 되었다. 몸 상태를 체크할 겸 같이 백마산 등산에 나섰다. 무리가 되면 되돌아오려 했으나 예상외로 가뿐했다. 도리어 내가 뒤따라가기 바빴다. 아내는 하루도 빼지 않고 뒷산에서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하루 운동량이 내 열 배는 될 것이다. 이러다가는 체력이 역전될지 모르겠다. 몸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타난다는 걸 아내가 증명해 보이고 있다.  백마산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백마산은 500m가 채 안 되는 낮은 산이지만 그럴지라도 부부가 같이 산행을 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중년 부부는 가끔 만나지만 우리처럼 7학년 부부는 드물다.   내려오는 길에는 종교 문제로..

사진속일상 2024.10.21

마름산을 걷다

산길을 걷기에는 지금이 제일 좋은 때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발걸음이 자꾸 산으로 향한다. 오늘은 마름산을 걸었다. 백마산까지는 가지 않고 중간에서 빠져나와 초월읍사무소로 하산했다. 정충묘의 적목련을 보기 위해서였다. 너른골 풍경은 해가 다르게 바뀐다. 내가 이사 올 때만 해도 앞에 보이는 아파트는 없었다. 지금은 바로 밑에서 종합운동장 공사가 시작되었다. 앞으로 역 주변으로는 상업 시설물이 엄청나게 들어설 것이다. 아직 남아 있는 진달래와 산벚꽃을 품고 숲은 연초록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산자락에 있는 닻미술관 벚꽃이 눈부셨다. 화사한 벚꽃 아래 벤치에 앉아 꽃비도 맞았다. 걷기의 끝인 대로변에는 자목련으로 유명한 정충묘가 있다. 이곳 자목련은 절정을 지나고 있다. 작은 배낭을 메고 봄 산길을 걷는 걸..

사진속일상 2024.04.11

초여름 백마산

여름 산행의 방해꾼은 산모기와 날벌레들이다. 이놈들이 따라붙으면 여간 성가시지 않다. 몇 해 전 여름에 백마산에 갔다가 너무 심하게 달려들어서 등산을 포기하고 돌아선 적이 있었다. 집 주변에 있는 산 중에서는 유독 백마산이 제일 심하다. 이번에는 모기 기피제를 몸에 뿌리고 산에 들었다.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킹을 할 때는 악명 높은 샌드플라이를 막느라 얼굴 방충망을 가지고 갔다. 실제로 현지에서 효과를 톡톡이 봤다. 우리나라 여름 산은 방충망을 덮어쓸 정도까지는 아니다. 써 보면 생각보다 많이 답답하다. 이번에 사용한 모기 기피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모기는 많이 막아주는 것 같은데 날벌레는 여전했다. 얼굴 앞에 안개처럼 모여 있다가 가미가제 특공대 마냥 눈으로 돌진해 왔다. 대여섯 마리가 눈 속으..

사진속일상 2022.06.03

마름산과 국수봉 걷기

오늘은 작은 산 둘을 연계하여 걷는다. 백마산 줄기에 있는 마름산과 맞은편에 있는 국수봉을 잇는 길이다. 동네 뒷산 정도라 등산이라 할 수 없는 평이한 산길 걷기다. 어느새 산은 가을물이 들기 시작한다. 나무들 사이로 너른골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요사이 오전에는 습도가 높아 시야가 깨끗하지 않다. 일요일 아침, 아내는 성당에 가고 나는 산길을 걷는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산길을 걷는 것이 종교의식으로 신을 경배하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신의 은총을 가리키는 표상이 아닌가. 성스런 예술품으로 둘러싸인 자연의 예배당에서 내 영혼은 맑고 순수해진다. 지저귀는 새소리, 속삭이는 바람소리는 신을 향한 찬미가다. 나는 존재의 근원과 연결된 듯한 경외감과 평온에 잠긴다..

사진속일상 2021.10.31

백마산 왕복

며칠 비가 내린 뒤라 산길은 폭신하다. 10월은 산길 걷기 좋은 때다. 살갗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의 감촉이 새롭다. 땀이 나도 금방 마르니 훨씬 덜 지친다. 또한 성가신 날벌레가 사라져서 좋다. 익어가는 숲의 향기도 달다. 흠흠, 연신 코를 벌름거리며 걷는다. 곤지암으로 가는 이웃 차에 편승해 경안교 들머리에서 내려 산에 오른다. 전망 좋은 활공장이 곧 나타난다. 경기광주역 주변으로 새로운 주거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산 아래 공터에는 종합경기장이 세워진다. 백마산에 오르는 중간 지점에 있는 쉼터다. 정자가 새로 만들어졌다. 여름에는 이곳까지 오는 데도 헐떡였지만 오늘은 쉬지도 않고 가뿐하게 왔다. 가을이라는 계절 때문이다. 가을 산길에서 흔히 보는 누리장나무 열매다. 백마산은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 길면..

사진속일상 2021.10.11

땀 쏟으며 오른 백마산

올해는 장마가 길다. 중부지방은 다음 주가 지나야 끝난다는 예보다. 8월 초순까지도 장맛비가 오락가락할 모양이다. 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비 멈춘 날, 백마산에 올랐다. 산행 장비를 꾸린 건 오랜만이다. 작년 10월이 마지막이었으니 아홉 달이 넘었다. 지금은 발바닥 통증이 많이 가라앉아서 가벼운 산행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습도 높은 눅눅한 날씨 때문에 땀을 엄청나게 흘렸다. 수건 두 개가 금방 축축해졌다. 산 입구에서는 산모기가 떼로 달려들더니 다행히 산속에 들어가니 덜해졌다. 산모기를 쉼 없이 괴롭히는 잡념과 망상으로 해석한다면, 산에 오르는 과정을 깨달음의 길로 비유해도 괜찮겠다. 번뇌의 바탕은 탐욕과 시기다. 높이 올라가면 보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지상의 집착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 어쩌다 돌..

사진속일상 2020.08.01

백마산에 오르다

올해 들어 산행이 뜸해졌다. 체력이 저하된 탓은 아니고, 발바닥에 생긴 통증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적당한 걸음은 괜찮은데 많이 걸으면 발이 경고를 보내온다. 가능하면 산행을 자제하고 있다. 오랜만에 배낭 속에 한 끼 식사를 챙겨 길을 나선다. 집 가까이 있는 백마산 산행이다. 바로 지척에 있는 산인데 한 해 반만에 찾는다. 새광주주유소에서 버스를 내리면 바로 백마산행의 기점이다. 조금 걸어 올라가면 패러글라이딩 활강장이 나오는데, 한창 개발되고 있는 광주시의 서부 지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런 산길 참 좋다. 내 앞에 펼쳐져 있는 풍경만 봐도 마구 엔도르핀이 샘솟는다. 휴일이지만 사람 만나기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좋은 길이 호젓하기까지 하니 금상첨화다. 이 쉼터는 누군가가 항상 깔끔하게 쓸어 놓는..

사진속일상 2019.10.19

백마산에서 외대로

경안교에서 출발하여 백마산 줄기를 타다가 이번에는 외대 용인캠퍼스로 빠지는 길을 택했다. 새로운 길을 걸어보는 설렘은 언제나 좋다. 백마산 줄기에 있는 등산 코스는 모두 밟아보고 싶다. 어제 비가 내리고 대기는 깨끗하게 청소되었다. 오후에 비 예보가 있지만 배낭을 메고 상큼하게 집을 나섰다. 잠시만 버스를 타면 백마산 등산로 입구다. 걸어가도 되는 거리다. 집을 중심으로 고만고만한 거리에 기다리는 산들이 여럿 있다. 내 발이 둔해서 자주 못 찾을 뿐이다. 조금 걸으면 활공장이 나오는데, 날씨 좋은 휴일에는 여기에서 행글라이더가 뜬다. 광주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조망 포인트다. 새로 들어설 아파트 단지 기초 공사가 한창이다. 용인외대를 가기 위해 백마산 줄기를 타다 보면 여러 개의 봉우리를 넘는다. 차례대..

사진속일상 2018.05.03

아내와 백마산에 오르다

집 가까이 있는 산이지만 아내와 함께 한 건 처음이다. 이만큼이나마 걸을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하다. 나도 여름에는 거의 산에 들지 못했다. 다리는 무겁고, 숨은 차고 헉헉댔다. 몸은 예민하다. 산에 적응되어 있자면 꾸준한 산행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한다. 경안교에서 산 능선을 타고 마름산을 거쳐 백마산을 찍은 뒤, 초월역으로 내려왔다. 휴일인데도 백마산은 호젓할 뿐이다. 서울에서 떨어져 사는 이점이 이런 데 있다. 가을 드는 산길을 자분자분 잘 걸었다. 산에서 내려다보이는 광주시 교외 지역이 많이 변했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어느덧 7년째다. 삭막해서 어찌 살까 싶었는데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어느 곳이나 나름의 장점이 있다. 원래 생각은 5년 정도 살고 더 시골로 내려갈까 했는데, 지금은 떠날 이유..

사진속일상 2017.10.15

백마산길을 걷다

지난해 이맘때 트레커에서 백마산길을 걸었는데, 올해는 나 홀로 같은 코스를 밟았다. 여럿이 시끌벅적한 것보다는 혼자 걷는 산행이 나에게는 맞는다. 평일 백마산 능선은 호젓하게 걷기 좋은 길이다. 사람 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다. 금년 들어서는 등산을 거의 하지 못했다. 지지난달에 어쩌다 축령산에 오른 게 전부다. 다시 산과 친해져야겠는데 체중이 불어선지 몸이 무겁고 게을러지고 있다. 아무래도 심기일전해야겠다. 산에 들면 산으로부터 받는 기가 있다. 몸은 피곤해도 활기가 돋는다. 도시 길을 걸을 때와는 완연히 다르다. 산의 정기를 온전히 흡수하기 위해서는 침묵 속에서 걷는 게 좋다. 정신을 흩트리지 말고 자연에 나를 맡겨야 한다. 산길을 걷는 것은 육체의 활동과 함께 정신의 정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럴 때..

사진속일상 2017.06.08

마름산과 경안천을 걷다

여름 산행에서 제일 힘든 게 산모기의 공격이다. 한 번 따라붙으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이만저만 성가신 게 아니다. 오늘은 백마산에 오르려고 산에 들었는데 시작부터 대여섯 마리가 달라붙는다. 아무리 쫓아내도 소용 없다. 습도가 높은 날이어서인지 더 심했다. 결국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내년에 갈 밀포드 트레킹에서도 '샌드플라이'를 조심하라는 경고를 듣고 있다. 샌드플라이는 살을 헤집고 피를 핥아 먹는 날벌레다. 한 번 물리면 몇 주 동안 고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망 달린 모자를 구입하려고 한다. 명소에 가기 위해서는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 활공장에서 전망이 열린다. 마름산 꼭대기는 누군가 정갈하게 빗질을 해 놓았다. 일주일 전에 트레커와 왔을 때도 눈길을 끌었는데 오늘도 똑 같다. 매..

사진속일상 2016.06.11

백마산과 발리봉을 지나다

트레커 산행에 오랜만에 참여했다. 직전이 작년 10월이었으니 8개월 만이다. 히말라야를 인연으로 만난 트레커도 어느덧 7년째가 되었다. 늘 산에서 만나서일까, 언제나 즐겁게 동행하는 관계다. 이번 산행은 우리 동네의 백마산 줄기 걷기였다. 쌍령동을 들머리로 해서 백마산과 발리봉을 지나 산이리로 내려오는 경로다. 30분 넘게 기다린 끝에 서울에서 내려온 일행과 등산로 입구에서 만났다. 휴일이라 도로 정체가 있었다. 이 산줄기는 봉우리마다 꽤 오르내림이 있다. 어떤 사람은 힘들어 하고, 어떤 사람은 운동이 되어 좋다고 한다. 같은 여건이지만 마음에 따라 보는 게 다르다. 서울 근교 산이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있게 걸었다. 한 자리에서 1시간 넘게 쉬기도 했다. 대부분이 밀포드를 가는 관계로 뉴질랜드 관련..

사진속일상 2016.06.05

백마산에서 양벌리로 내려오다

거의 석 달 만에 산에 올랐다. 집 가까이 있는 백마산이다. 걸어서 30분이면 입구에 닿는다. 이곳에 이사 온 지 4년이 되었는데 백마산을 찾은 것은 이번이 겨우 세 번째다. 곁에 있는 걸 너무 소홀히 했다. 경안교에서 백마산에 올랐다가 양벌리 대주아파트로 하산했다. 거기서부터는 동네를 지나고 경안천변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산길 6km에 2시간 30분, 평지길 9km에 2시간 30분, 총 5시간 걸었다. 오랜만에 밖에 나와서 힘들었으나 이 정도면 내 걸음으로는 적당한 길이다.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코스가 백마산 외에 칠사산과 국수봉도 있다. 모두 아담한 산들이다. 산만 아니라 사람 사는 마을을 지나고 강도 지난다. 움직이지 않아서 그렇지 걸으면 참 좋다. 멀리만 욕심내지 말고 가까이 있는 길을 ..

사진속일상 2015.02.13

광주 백마산

경기도 광주의백마산(白馬山)은 광주시 초월읍과 오포읍의 경계를 이루는 산줄기에 있다. 해발 463 m의 아담한 산이다. 남쪽으로는 용마봉, 발리봉, 노고봉, 마구산을 지나 태화산까지 이어진다. 백마산에서 태화산까지 종주하는데는 8시간이 넘게 걸린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백마산 등산 들머리 중 하나인 초월읍사무소에 닿는다. 처음 가는 터라읍사무소 오른쪽으로 난 큰 골목길을 따라 주택가를 지나서 진새골로 접어들었다. 계속 올라가면 산행 기점이 나오는데 중간에 몇 번이나 산으로 들었다가 되돌아나오기를 반복했다. 안내 표시가 없어 30분 넘게 헤매고 다니다 겨우 산에 드는 길을 찾았다. 산은 높지 않지만 봉우리들 사이의 오르내림이 심해서 쉬운 길은 아니었다. 백마산 정상에는 작은 표지석 하..

사진속일상 2011.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