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4

베트남전쟁

우리 세대는 베트남보다 월남이라는 말이 익숙하다. 월남 전쟁이 한창일 때 나는 중학생이었다. 극장에 가면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월남 소식이 꼭 나왔다. 한국군의 전투 장면과 베트콩 몇 명을 사살했다는 승전 소식, 그리고 대민 봉사활동이 주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또, 면사무소에 근무하셨던 아버지가 가지고 오신 월남 화보집을 재미있게 보았다. 매끄러운 종이에 선명한 칼러 사진이 실린 책이 아주 고급스러웠다. 월남의 아름다운 풍광도 그때 접했다. 씩씩한 군가와 함께 가슴 두근거리게 하던 파월장병 환송식도 기억에 새겨 있다. 그러나 월남전의 의미에 대해 관심을 가질 나이는 아니었다. 1975년에 베트남전쟁이 끝났으니 올해가 종전 40주년이 되는 해다. 우리나라는 1964년부터 1973년까지 베트남에 32만..

읽고본느낌 2015.11.22

호치민 평전

1960년대 중반 우리나라가 베트남전쟁에 참전하면서 베트남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당시에 나는 중학생이었는데 영화관의 대한뉴스에서 국군이 베트콩을 물리치는 장면이 나올 때면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또, 아버지가 면에서 갖고 오시는 월남 소식을 알리는 책이 있었다. 반짝이는 지질에 선명한 칼러사진이 눈을 끌었던 화보였다. 그 책에는 국군의 활약상, 대민봉사하는 모습, 그리고 월남을 소개하는 사진이 많았다. 도대체 전쟁을 하는 나라답지 않게 월남은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하얀 아오자이에 모자를 쓴 월남 처녀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때 호지명(胡志明)이라 불린 호치민은 어린 나에게는 악당 월맹의 괴수였다. 몇 년 전에 베트남에서 근무하고 돌아온 친구에게서 호치민이 얼마나 베트남 국..

읽고본느낌 2012.02.28

아침 / 호치민

감옥 벽 위로 해가 떠올라 감옥 문을 비추는구나 감옥 안은 아직 깜깜하지만 바깥에는 땅 위로 햇살이 퍼지네 일어나서 모두 경쟁하듯 이를 잡고 종이 여덟 번 치면 아침 식사 시간 형제여, 나온 것은 다 먹게나 이제 곧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니 - 아침 / 호치민 호치민[胡志明]은 프랑스와의 독립전쟁 중이던 1942년에 국제적 지원을 얻기 위해 중국으로 가는 길에 경찰에 체포된다. 호치민은 중국 감옥 안에 있는 동안 를 썼는데 그 안에 그가 지은 시가 전한다. 유교의 선비 집안에서 태어난 호치민은 유교적 소양을 쌓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공산주의 혁명가이기 이전에 인문주의자며 시인이기도 했다. 이 시를 보면 그가 낙관주의자이기도 했음을 알 수 있는데, 실제로 어떤 경우에도 희망과 유머를 잃지 않았다고 ..

시읽는기쁨 2012.02.24

묻는다 / 휴틴

땅에게 묻는다 : 땅은 땅과 어떻게 사는가? 우리는 서로 존경하지. 물에게 묻는다 : 물은 물과 어떻게 사는가? 우리는 서로 채워주지. 풀에게 묻는다 : 풀은 풀과 어떻게 사는가? 우리는 서로 짜여들며 지평선을 만들지. 사람에게 묻는다 : 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사는가? 사람에게 묻는다 : 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사는가? 사람에게 묻는다 : 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사는가? - 묻는다 / 휴틴 휴틴은 현재 하노이에 살고 있는 베트남 시인이라고 한다. 월남전에 참전하기도 했다는데, 이념의 차이로 서로를 죽이는 전쟁의 경험이 시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사는 모습을 보면 만물 중에서도 가장 어리석지 않은가. 인간만큼 욕심 많고 그래서 만족할 줄 모르는 존재도 없는 것 같다. 욕심 뿐만이 ..

시읽는기쁨 2008.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