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8

자살률 1위

2018년도 OECD 보건 통계가 나왔다. 그중에서 눈길을 끄는 항목이 있다. 여전한 자살률 1위와 건강 만족도 최하위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5.8명으로 압도적 1위다. OECD 35개국 평균이 11.6명인데 그 두 배가 넘는다. 자살률이 제일 낮은 터키에 비하면 무려 23배에 달한다. 2위와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 자살률은 지금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수치다. 한 해에 자살로 죽는 사람이 1만 명이 훨씬 넘는다. 경제 수준에서는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이 정도면 먹고 살만큼은 되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삶이 고달픈 사람이 많을까?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유달리 높다. 그만큼 사회적 돌봄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얘기다. 청소년은 성적 스트레스와 가족과의 갈등이 ..

길위의단상 2018.07.13

나, 다니엘 블레이크

현대 사회의 복지제도의 맹점을 고발하는 영화다. 무대는 복지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는 영국이다. 목수로 살아가던 다니엘 블레이크는 심장병에 걸려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질병 수당을 신청하지만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탈락하고 소송까지 간다. 실업수당마저 만만치 않다. 그런 과정에서 규정과 매뉴얼대로만 움직이는 공무원 때문에 특히 고통을 받는다. 이 영화는 법과 원칙, 매뉴얼이 지배하는 세상이 얼마나 냉혹한지 잘 보여준다. 전 정권에서 법과 원칙을 그렇게 강조했지만 결국 약자에게만 가혹한 결과가 되었다.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으면 아무리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도리어 독이 될 수 있다. "자존심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라는 블레이크의 말이 의미하는 바다. 그러나 블레이크는 좌절하지..

읽고본느낌 2017.06.05

노인이 행복한 나라

얼마 전에 KBS TV에서 세계에서 노인 복지 제도가 가장 잘 되어 있는 스웨덴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좋은 면만 보여준 건지는 모르지만, 스웨덴은 무척 부러운 시스템을 갖춘 나라였다. 교육이나 복지 제도에서 본받을 나라가 스웨덴인 것 같다. 스웨덴은 GDP의 34%를 복지에 쓰고, 그중에서 1/2이 노인복지 예산이다. 모든 노인이 월 140만 원 정도의 기초연금을 받으니 생활에 쪼들리는 사람은 없다. 여기에 직장 연금이나 개인연금이 보태지면 더 넉넉해진다. 더구나 스웨덴은 노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잘 준비되어 있어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배우며 삶을 즐길 수 있다. 또, 의료비 상한제가 있어 병원 치료를 걱정하지 않는다. 노년의 불안이 있을 수 없다. 선진국이란 단순히 잘 사는 나라가..

참살이의꿈 2014.02.19

대동사회

(禮記)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옛날 공자께서 신농씨 제사에 참석하시고 나서 성문 위에서 쉬다가 서글프게 탄식하셨다. 자유가 곁에 있다가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왜 탄식하십니까?"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대도(大道)가 행해졌을 때는 천하가 공공의 것이었고 어질고 능력 있는 자를 뽑아서 신의를 가르치고 화목을 닦게 하니 사람들은 그 부모만을 홀로 부모라 여기지 않았고, 그 자식만을 자식으로 여기지 않았다. 늙은이는 편안하게 일생을 마치게 했으며, 젊은이는 다 할 일이 있었으며, 어린이는 잘 자라날 수 있었으며, 과부 홀아비 병든 자를 불쌍히 여겨서 다 봉양했다. 남자는 직업이 있고 여자는 시집갈 자리가 있었으며, 재물을 땅에 버리는 것을 싫어했지만 반드시 자기를 위해 쌓아두지는 않았다. 몸소 일하지 않..

참살이의꿈 2012.12.25

발 등에 떨어진 불

첫째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임신 과정을 지켜보며 한국에서 아이를 갖는다는 게 무척 힘들다는 걸 느꼈다. 우선 병원의 과잉(?) 진료비에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병원에서 권하는 검사를 안 받는다, 할 수도 없다. 첫째도 초음파 정밀 검사, 양수 검사, 유전자 판별 검사 등을 받느라고 200만 원이 넘는 돈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검사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외국에서는 35세가 넘는 고령 임산부가 아니면 초음파 이외의 검사는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우리나라는 조금만 이상이 보여도 온갖 정밀 검사를 받으라고 권한다. 두 달 전에는 태아에게 다운증후군이 염려된다고 해서 특별 검사를 받기도 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가족들이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모른다. 의사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질병 ..

길위의단상 2012.09.17

당황과 황당

티뷰론을 타고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이며 달릴 때... 스쿠프가 추월을 하면 당황스럽지만 티코에게 추월당하면 황당하다. 맛있게 사과를 먹다가... 벌레 한 마리가 나오면 당황스럽지만 벌레 반쪽만 있으면 황당하다. 그이가 외박을 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팬티를 뒤집어 입고 있으면 당황스럽지만 여자 팬티를 입고 있으면 황당하다. 여자가 트럭 뒤에서 쪼그리고 앉아 볼일을 보는데... 트럭이 앞으로 가버리면 당황스럽지만 뒤로 후진해 오면 황당하다. 남자가 트럭 옆에 서서 볼일을 보는데... 트럭이 앞으로 가버렸는데 상대편에서 남자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으면 당황스럽지만 여자가 쪼그려 앉아 있다면 황당하다. . . 그리고 최근에는 . . . .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로... 시장직은 목 매달아 놓고 무릎 꿇고 ..

길위의단상 2011.08.22

보편적 복지와 기본소득

지난해부터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더니 지금은 전반적인 국가 복지에 대한 논쟁으로 번져가고 있다. 어느 정파거나 복지를 정책의 우선과제로 삼지 않고서는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없게 되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도 삶의 질을 중시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복지 정책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입장이 다르다.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를, 한나라당은 선택적 복지를 주장한다. 보편적 복지는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복지 혜택을 주는 개념이다. 빈부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것이 보편적 복지다. 반면에 선택적 복지는 복지 혜택을 특정 계급으로 한정하는 개념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일률적인 무상급식은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맞춤형 복지라는 표현까지 쓰며 효율적인 복지 정책을 써야 ..

참살이의꿈 2011.01.18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며칠 전부터 롯데마트에서 튀김닭 한 마리를 5천 원에 판매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반 치킨집에서의 가격이 15000원이니까 무려 1/3 가격이다. 당장 동네의 영세 치킨업자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이것은 기업의 윤리성을 망각한 대형 유통업자들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대기업과 영세한 자영업자는 애초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 헤비급과 플라이급 권투 선수의 시합은 해보나마나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권리를 내세우며 찬성하는 자유시장론자들도 있다.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면 좋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고가 나간 뒤 롯데마트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한 푼이라도 싸게 파는 곳에 소비자는 몰리게 마련이다. 이기적 기업가와 이기적 소비자로 이루어진 것이 시장의 생리다. 이번 파동은 대기업의 마케팅 차원의..

읽고본느낌 2010.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