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 3

염세 철학자의 유쾌한 삶

쇼펜하우어를 염세 철학자로 규정하면 곤란하다. 그는 세상의 근본을 고통이라 봤지만 반면에 지혜를 통해 기쁨과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쇼펜하우어가 주장한 것은 동양 불교의 선(禪)이나 도가 사상과 닮은 데가 있다. 20대 초반에 읽었던 를 통해 그가 생을 부정하는 철학자가 아님을 확인했었다. 제목이 도발적인 은 그의 저작 중에서 유쾌하기 살아가기 위한 가르침을 뽑아서 소개한다. 쇼펜하우어는 철학을 통해 지혜에 이르는 길을 보여준다. 그러기 위해서 인간은 고독해야 한다. 고독을 통해서만 인간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면서 통찰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글에는 고독을 찬양하는 내용이 많다. 그중에서 고슴도치 비유는 유명하다. "고슴도치 무리는 추운 겨울이 오면 얼어 죽지 않도록 서로 온기를 나누려고..

읽고본느낌 2023.02.16

웃으면서 비관

언젠가 밤에 차를 타고 올림픽대로를 달리고 있었다. 강변을 따라 선 고층 아파트의 창마다 켜 놓은 불빛이 환했다. 나는 저 집들마다 어떤 기구하고 아픈 사연들이 있을까, 라며 착잡한 마음으로 흘러가는 불빛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때 옆에 있던 지인이 말했다. "와, 불빛이 꽃처럼 예쁘다. 창 너머 가족의 단란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똑같은 불빛을 보는 마음의 눈이 이렇게 다르구나, 하면서 나는 지인의 옆얼굴을 부러워서 쳐다보았다. 반이 남아 있는 술잔을 보며 어떤 사람은 "반이나 남아 있다"라고 기뻐하고, 어떤 사람은 "반밖에 없다"라고 슬퍼한다고 한다.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에 따라 현상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 달라진다. 인간에게는 행복 유전자가 있고 개인에 따라 타고난 양이 다르다고 한다. 인간..

참살이의꿈 2022.01.17

비관적으로 바라보기

악마가 말했다. “자식이 있는 자는 자식 때문에 기뻐하고, 소가 있는 자는 소로 인해 기뻐한다. 인간이 집착하는 것은 기쁨이다. 집착할 것이 없는 자는 기뻐할 일이 없다.” 붓다가 대답했다. “자식이 있는 자는 자식 때문에 근심하고, 소가 있는 자는 소로 인해 근심한다. 실로 인간의 근심은 무엇인가에 집착하는 데서 생겨난다. 집착할 것이 없는 자는 근심할 일도 없다.” 같은 대상을 두고도 바라보는 관점은 서로 다르다. 세상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악마는 소유물을 기뻐했지만, 붓다는 소유물에 대한 집착을 부정했다. 낙관적 세계관이 행복을 가져다준다며 우리 사회는 그런 가치관을 지향하도록 가르친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을 정신병자 보듯이 하기도 ..

길위의단상 2005.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