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4

산소를 보수하다

고향에 내려가서 지난여름에 폭우로 무너진 산소를 보수했다. 포클레인과 인부 한 명이 추가로 따라와서 일을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 경사면 여러 곳에 쇠 파이프를 박아넣고 걸침목을 했으니 이제 무너져 내릴 일은 없을 것 같다. 겸해서 깔끔하게 벌초도 했다. 이번에 산소를 정리하고 납골묘를 만들려고 했으나 아무 때나 손대는 게 아니라고 해서 생각을 접었다. 기존 묘는 나중에 찾아오지 못하더라도 그대로 두어서 자연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 들판에는 벼가 익어가고,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기대를 접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다고 혈연을 깡그리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찌 할 수 없는 일에는 지나친 신경 낭비를 하지 말자.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

사진속일상 2023.09.11

산소 풀 뽑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날씨다. 4월에 때아닌 눈이 내리더니 태풍급의 강풍이 며칠째 불고 있다. 비닐하우스 농가의 피해가 크고, 서울에서는 전철이 멎기도 했다. 고향에 오가는 길에서도 눈을 만났고, 달리는 차가 기우뚱거려 조심해야 했다. 한식(寒食)에는 산소에 난 풀 제거 작업을 했다. 잔디 사이에 돋은 풀을 하나하나 캐내느라 어머니와 둘이서 했는데도온종일이 걸렸다. 망초, 쇠뜨기, 꽃다지가 유난히 많았다. 밭에다 산소를 쓴 탓에 잡초 씨앗이 많이 날아든다. 그래도 초봄에한 번 작업을 해주면이후에는 산소 돌보는 게 훨씬 수월하다. 그것도 일이라고 오후에는 무척 힘이 들었다.아파트에서 편히 지내던 몸이 이게 웬 고생이냐고 했다. 겉으로 표시도 못하고 많이 부끄러웠다.머리 따로 몸 따로..

사진속일상 2012.04.07

산소에 측백을 심다

이번 한식에는 고향에 내려가서 산소 주위에 측백나무를 다시 심었다. 전에 심었던 것은 염소가 올라와 잎을 다 뜯어먹어서 대부분 고사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염소는 못 먹는 게 없다. 봄햇살 따스한 날이었다. 밭가에 있던 오동나무도 베어내고 톱으로 썰어 두었다. 어머니와 둘이서 작업을 했는데 오랜만의 노동인지 힘이 들고 금방 지쳤다. 일에 익숙하지 않은 탓일 것이다. 뒷산에는 자주괴불주머니가 변함없이 피어났다. 전에 이웃에 살았던 친척들이 들리는 바람에 서울로 출발하는 시간이 늦어졌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사촌들이 반가웠다. 형은 여전히 큰소리 뻥뻥 쳤고, 어른들은 그런 형을 여전히 사랑스러워했다. 내려가던 날은 벚꽃을 보러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청풍으로 갔다. 그러나 청풍호를 따라이어진 벚나무는 아직 개..

사진속일상 2009.04.06

농막을 고치다

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님이 일하시는 밭의 오래된 농막을 고쳤다. 물론 손재주 좋은 동생들이 대부분의 일을 했다. 이 농막이 밭에 세워진 것은 아마 30 년도 더 되었을 것이다. 너무 오래 손을 보지 않아 지붕이헤어져 제 구실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형제들이 모여 같이 손을 합쳤다. 전날 밤에는 고향집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오랜만에 형제간의 우애를 나누었다. 그간 소원했던 기간도 있었는데 비록 전부 모이지는 못했지만 서로간의 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고마운 시간이었다. 아마 그때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고 물었다면, 서로간의 따스한 정으로 사는 것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어떨 때는 형제 사이가 남보다 못하기도 있지만그래도 핏줄이란 건 무시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것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함께 해야..

사진속일상 2006.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