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불 5

한밤중의 전화벨 소리

한밤중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무섭다. 누구나 급한 일이 아니고서야 잠잘 시간에 전화를 걸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밤에 머리맡에 있던 휴대폰이 부르르 떨었다. 화면을 보니 동생 이름이 떴다.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입원하셨다는 연락이었다. 다음 날 내려가서 닷새 동안 병실 지킴이를 했다. 다행히 심각한 병은 아니어서 일주일 정도의 입원으로 퇴원이 가능했다. 어머니는 아흔이 되실 때까지 한 번도 입원해서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없을 정도로 강건하신 분이다. 퇴원 날짜를 받아 놓고 나는 농담 삼아 말했다. "돌아가시기 전에 입원해 보는 경험도 했으니 감사하세요." 2인실에 있었는데 막바지에 옆 침대에 천하무적 환자가 들어왔다. 80대 할머니였는데 호통을 치면 간호사들이 꼼짝 못 했..

사진속일상 2020.09.26

무릉리 마애여래좌상

영월군 수주면 무릉리의 주천강 절벽 위에 있는 석불이다. 부처님은 둥글게 생긴 바위에 조각되어 있는데 바위 전체가 부처님의 몸통 같다.귀엽고 유머러스하다. 일부러 들어 올려놓았다 싶을 정도로 바위가 절벽 위에 묘하게 얹혀져 있다. 통통한 얼굴이 바위와 잘 어울리는 부처님이시다. 옆에는 작은 법당이라도 있을 법한데, 대신 무릉리의 요선계 계원들이 '요선정(邀僊亭)'을 세워 놓았다. 안내문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이 불상은 전체 높이가 3.5m에 이르는 고려시대의 마애불좌상인데, 암벽 위의 높은 부조로 불상을 새겼다. 살이 찌고 둥근 얼굴에 눈, 코, 입과 귀가 큼직큼직하게 표현되어 있다. 불상이 입고 있는 옷[佛衣]은 두꺼워 신체의 굴곡이 드러나지 않는다. 상체에 비해 앉아 있는 하체의 무릎 폭..

사진속일상 2011.11.17

안동 제비원 석불

아주 어렸을 때 동네 어른들이 '제비원 소주'를 마시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그래서 '제비원' 하면 금방 '소주'가 연상된다. 지금 안동 소주의 원조가 제비원 소주일 것이다. 그때 왜 이름이 특이하게 '제비원'일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제비원의 정식 행정지명은 안동시 이천동(泥川洞)이다. 사람들이 제비원이라 부르는 건 이곳에 전해지는 설화 때문이다. 옛날 이곳에는 관리들이 출장길에 묵어가는 '원(院)'이 있었는데, 부모 없이 자란 '연이'라는 처녀가심부름하며 살고 있었다. 부근에 살던 부잣집 김씨 총각이 죽어 저승에 갔는데 염라대왕이 "너는 세상에서 못된 일을 많이 하여 저승 창고가 비었다. 착한 일을 많이 한 연이의 재물을 빌려 인정을 베풀라." 하여 이승으로 되돌아왔다. 그리하여 재물을 나누..

사진속일상 2011.11.06

백제의 미소

아름다운 부처님과 만나다. 천진난만한 미소가 따스하게 느껴지는 부처님이시다. '백제의 미소'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서산마애삼존불(瑞山磨崖三尊佛)이다. 서산시 운산면 가야산 계곡의 돌 계단을 조금 올라가면 눈 앞에 바위 절벽이 나타나고아랫부분에 불상 셋이 조각되어 있다. 가운데가 여래입상이고 좌우에 보살입상과 반가사유상이 있는데 세 분의 미소가 정말 걸작이다. 무엇이 좋으셔서 저리 맑고 곱게 웃으실까? 바라보는 중생의 마음도 덩달아 환해지고 평화로워진다. 큰 절의 법당에 모셔진 으리으리한 불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친근감이 드는 부처님이시다. 부처님이 가르치신 모든 것은 저 미소 속에 다 들어있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자리도 역시 저 미소가 아닐까. 전에는 불상을 보호하기 위해 전각이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사진속일상 2009.07.25

선법사 마애불의 아름다움

하남을 지나다가 교산동에 있는 선법사에 들렀다. 객산 아래에 있는 작은 절인 선법사에는 '태평이년명마애약사불좌상(太平二年銘磨崖藥師佛坐像)'이라는 마애불이 있다. 절 한 켠의 삼각형 모양의 돌에 새겨진 이 불상은 작고 정교하며 무척 아름답다. 부처님에게 이런 표현을 써도 되는지 모르지만 내가 본 첫 인상은 귀엽고 예쁘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불상 크기가 1 m도 채 되지 않아 나에게는 더욱 의미있게 느껴졌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명제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 불상 옆에는 어설픈 글씨로 적힌 명문이 있는데, 그 내용에 따르면 불상의 조성 시기가 고려시대인977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천년도 더 전에 만들어졌다는 얘기인데 그런 역사성이 이 불상을 더욱 귀하게 느끼게 했다. 불상 바로 옆에는 ..

사진속일상 2007.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