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15

도올의 로마서 강해

내가 한때 회심을 하게 된 계기가 '로마서'였다. 수녀원의 조용한 방에서 로마서를 읽으면서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라는 구절이 나를 찔렀다. - 복음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과 올바른 관계에 놓아주시는 길을 보여 주십니다(로마서 1,17). - 이제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과 올바른 관계에 놓아주시는 길이 드러났습니다(로마서 3,21) - 하느님께서는 믿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무런 차별도 없이 당신과의 올바른 관계에 놓아 주십니다(로마서 3,22). -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모든 사람을 죄에서 풀어주시고 당신과 올바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은총을 거저 베풀어 주셨습니다(로마서 3,24). - 아무 공로가 없는 사람이라도 하느님을 믿으면 믿음을 통해서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얻게 됩니다(로..

읽고본느낌 2022.02.22

억울한 빌라도

빌라도만큼 억울한 사람도 없다. 기독교인들은 예배나 미사에서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시고" 라며 신앙 고백을 한다. 전 세계 기독교인 숫자가 23억이니 주일날이면 적어도 수억 명이 예수의 고난이 빌라도 탓임을 기억하는 것이다. 예수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사람이 빌라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을 보면 빌라도는 예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예수를 구해주려고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당시 유대교 성직자들은 하느님을 모독했다는 명목으로 예수를 붙잡아 총독인 빌라도에게 넘겼다. 빌라도의 사형 판결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빌라도는 무력 투쟁이나 봉기를 하지 않은 예수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예수는 로마 식민 통치의 위험인물이 아니었다. 빌라도는 예수가 스스로를 변호하지 않는 것을 도리어 이상하게 생각했..

길위의단상 2014.08.29

인간의 선

고분고분하거나 말을 잘 들으면 착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어렸을 때는 이런 칭찬에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나서는 달라진다. 정신적 미성숙자가 아니라면 그런 칭찬은 더 이상 칭찬이 아니다. 권위나 체제는 순종하는 인간을 원한다. 잘 길들여진 국민을 양성하는 것이 근대 교육의 출발점이었다. 겉으로는 그럴싸한 목표를 내걸지만 속내는 지금도 여전하다. 착하다, 선하다, 바르게 산다는 의미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왜곡되어 있다. 선(善)이란 무엇인가? 그 사람은 선해, 착해, 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 라고 할 때 선하고 착하다는 건 무엇일까? 우리 시대의 자본주의 구조 자체가 선하지 않다면 개인의 선량함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체제의 가르침에 순종하며 착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결..

참살이의꿈 2014.07.14

성탄절의 기도

더 낮아지고 더 비워지기를 바라는 기원이 촛불로 타오르는 아침에.... "그분께서는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 고린토2서 8, 9 "주님은 거대한 분이시지만 스스로 작아지셨습니다. 주님은 부유하지만 스스로 가난해지셨습니다. 주님은 권력자이시지만 스스로 연약해지셨습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 "맨 처음 말씀이 계셨다. 말씀이 하느님과 함께 계셨으니 그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그분은 맨 처음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만물이 그분으로 말미암아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빛이 어둠 속에 비치고 있건만 어둠은 빛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말씀이 참된 빛이셨으니 그 빛이 세상에 오시어 모든 사람을 비추고 있다. 그분이 세상에 계..

사진속일상 2013.12.25

코헬렛의 행복

성경 구약의 '코헬렛'은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라는 탄식으로 시작된다. 개신교 성경은 '전도서'라고 하는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로 번역되어 있다. 뒤에 가면 하느님에 대한 신앙으로 귀결되지만, 도입 부분에 나오는 인생무상에 대한 내용은 성경이 아니라 철학서를 연상시킨다. 기독교에 입문해서 처음 성경을 통독했을 때, 구약에서는 이 '코헬렛'을 제일 좋아했다. '코헬렛'의 저자가 솔로몬이라 배웠지만 성서학자에 따르면 BC 200년대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거의 700년이나 차이가 난다. 읽다 보면 내용이 매끄럽게 연속되지 않는데 아마 여러 책이 편집된 때문일 것이다. '코헬렛'에는 세상을 보는 유대인의 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 '코헬렛'은 신앙을 강조하기보다 인생을 얼마나..

참살이의꿈 2013.12.02

어떤 사마리아 사람

어느 날 예수를 떠보려고 한 율법학자가 찾아와 영원한 생명을 얻는 방법을 물었다. 예수는 율법에 무엇이라고 적혀 있는지 반문했다. 율법학자가 "네 온 마음으로, 네 온 영혼으로, 네 온 힘으로, 네 온 정신으로 너의 하느님이신 주님을 사랑하시오. 그리고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시오." 라고 적혀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예수는 올바로 말했다고 칭찬하며, 그대로 한다면 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율법학자는 스스로 의로운 체하려고 누가 자신의 이웃인지 물었다. 아마 다시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모른다. 그때 예수께서 비유를 들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그의 옷을 벗기고 매질하여 반쯤 죽여 놓고 물러갔습니다. 그..

참살이의꿈 2013.07.22

대동사회

(禮記)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옛날 공자께서 신농씨 제사에 참석하시고 나서 성문 위에서 쉬다가 서글프게 탄식하셨다. 자유가 곁에 있다가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왜 탄식하십니까?"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대도(大道)가 행해졌을 때는 천하가 공공의 것이었고 어질고 능력 있는 자를 뽑아서 신의를 가르치고 화목을 닦게 하니 사람들은 그 부모만을 홀로 부모라 여기지 않았고, 그 자식만을 자식으로 여기지 않았다. 늙은이는 편안하게 일생을 마치게 했으며, 젊은이는 다 할 일이 있었으며, 어린이는 잘 자라날 수 있었으며, 과부 홀아비 병든 자를 불쌍히 여겨서 다 봉양했다. 남자는 직업이 있고 여자는 시집갈 자리가 있었으며, 재물을 땅에 버리는 것을 싫어했지만 반드시 자기를 위해 쌓아두지는 않았다. 몸소 일하지 않..

참살이의꿈 2012.12.25

또 다른 예수

1945년 12월 어느 날, 한 이집트 농부가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500km 떨어진 나일강 상류 나그함마디라는 곳 산기슭에서 땅을 파다가 토기 항아리를 발견했다. 농부는 그 안에 들어 있던 파피루스 종이 문서를 시장 골동품상에게 팔아 담배, 설탕 등과 맞바꾸었다. 이 문서가 바로 도마복음이다. 1947년에 발견된 사해 두루마리와 함께 성서 고고학상 최대의 성과였다. 발견된 도마복음은 기원후 350년경에 필사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도마복음이 씌어진 것은 기원후 약 100년경으로 요한복음과 비슷한 시대일 것으로 본다. 도마복음은 예수 어록으로만 되어 있으며, 공관복음에 나오는 예수님 말씀과 50% 정도는 일치한다. 그러나 공관복음에서 자주 나오는 기적, 종말, 부활, 믿음, 심판, 대속 같은 단어는 거의 볼..

읽고본느낌 2012.12.02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오래전 교회 다닐 때 외웠던 성경 구절 중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고 중얼거리게 되는 게 몇 있다. 그중의 하나가 로마서에 나오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이다. 요사이는 가톨릭에서 사용하는 새번역 성경을 보지만 어떤 때는 개신교에서 쓰는 고어체의 옛 성경 문장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라사대' '~느니라' 등에는 향수 같은 게 배어 있다. 가톨릭 성경에는 이 문장이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 되어 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나에게는 어렵고 힘들때이 구절이 부지불식간에 떠오른다. 그때에 나를 위로하는 말씀이다. 바울이 쓴 이 문장을 통해 믿는 사람의 하늘에 대한 절대 신뢰를 읽는다. 그리고 이것이 신앙의 핵심이 아닌가 생각..

참살이의꿈 2012.02.29

만나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하던 때 이야기다. 그들이 시나이 산 가까이 있는 신 광야에 이르렀을 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를 향해 불평한다. 광야에는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팠다. “우리를 굶겨 죽이려고 이 광야로 끌고 왔소? 차라리 이집트 땅에서 빵을 배불리 먹던 때가 더 좋았소.” 모세는 곧 주님의 영광을 보게 될 것이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자 저녁에 메추라기 떼가 날아와 진영을 덮었고, 아침에는 서리처럼 잔 알갱이들이 광야 위에 깔렸다. 이것이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하늘에서 내려주신 양식인 ‘만나’다. 그 맛이 꿀 섞은 과자 같았다고 한다. 성경은 계속해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모세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주님께서 너희에게 먹으라고 주신 양식이다. 주님께서 내리신..

참살이의꿈 2011.03.03

가서 당신도 그렇게 행하시오

그 율사가 스스로 의로운 체하려고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하니 예수께서 대꾸하셨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그를 벗기고 때리고 하여 반쯤 죽여 놓고 물러갔습니다. 마침 한 제관이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를 보고는 피해 갔습니다. 마찬가지로 한 레위 사람도 와서 보고는 피해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한 사마리아 사람이 길을 가다가 와서 보고 불쌍히 여겨 다가가서 기름과 포도주를 부어 상처를 싸맨 다음 그 사람을 자기 짐승에 태워 객사로 데려다가 돌보아 주었습니다. 이튿날 그는 두 데나리온을 꺼내 객사 주인에게 주면서 ‘저 사람을 돌보아 주시오. 비용이 더 들면 돌아올 때 갚아 드리겠소.’ 하였습니다. 이 세 사람 가운데 누가 강도 맞은 사람의 이웃이 되..

참살이의꿈 2010.07.31

마르코 100번 읽기

존경했던 이현주 목사님의 강연을 찾아다니고, 목사님이 쓴 책들을 열심히 읽던 때가 있었다. 기독교를 통한 구원과 참살이에 온 맘을 바쳤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목사님의 어느 강연에서 성서읽기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목사님이 특이한 방법 한 가지를 소개해 주었다. 네 복음서 중에서 하나를 골라 100번을 읽으라는 것이었다. 조건은 모든 선입견을 버리고 복음서를 처음 읽는다는 자세로 100번을 계속 읽으면 아무리 우둔한 사람도 예수님의 가르침에 나름대로의 깨우침을 얻게 된다고 했다. 한 복음서를 100번 읽는다는 자체가 마치 불자가 부처님께 삼천 배를 올리는 것과 같은 정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옛말에 무슨 뜻인지 모르는 글도 자꾸 읽다가 보면 언젠가는 뜻을 터득하는 때가 온다고도 했다. 같은 복음..

참살이의꿈 2007.11.15

베짜타 못

‘얼마 뒤에 유다인의 명절이 되어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 가셨다. 예루살렘 양의 문 곁에는 히브리말로 베짜타라는 못이 있었고 그 둘레에는 행각 다섯이 서 있었다. 이 행각에는 소경과 절름발이와 중풍병자 등 수많은 병자들이 누워 있었는데 (그들은 물이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님의 천사가 때때로 못에 내려와 물을 출렁거리게 했는데, 물이 출렁거린 맨 먼저 물에 들어가는 사람은 어떤 병에 걸렸든 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는 삼십팔 년이나 앓고 있는 병자도 있었다. 예수께서 그 사람이 거기 누워 있는 것을 보시고 또 아주 오래된 병자라는 것을 아시고는 그에게 "낫기를 원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병자는 "선생님, 그렇지만 저에겐 물이 움직여도 물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가..

참살이의꿈 2006.03.04

사랑의 찬가

하늘에서 한 천사가 추방되어 지상에 내려온다. 그는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를 알아내야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 그 후 구두장이인 세몬의 집에서 6년을 지내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리고 마지막에 잘 자란 쌍둥이 자매를보고나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쌍둥이 자매가 갓 태어났을 때 천사는 산모의 영혼을 거둬오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받았는데 산모의 불쌍한 처지를 보고그만명령을 어기게 된 것이었다. 결국 산모의 영혼을 빼앗았지만 그는 추방되었다. 그런데 부모없이도 이웃의 사랑에 의해 잘 자란 쌍둥이를 보고 천사는 사람이 무엇으로 살아가는지를 확신하게 된다. 모든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것은 각자가 자신의 일을 걱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 속에는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을 걱정함으로써 ..

길위의단상 2004.02.01

행복한 사람

설을 지내면서 가장 많이 주고받은 인사말은 아마 `건강하세요`와 `복 많이 받으세요`였을 것이다. 세배를 다니면서 윗 어른들에게는 주로 건강을 묻게 된다. 시골 어르신들 대부분이 몸에 질병 한 두 가지는 달고 사시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복잡하고 오염된 환경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지만, 농촌에서는 과도한 육체적 노동이 몸을 망가뜨리는 주범이 되고 있다. 현실은 도시나 농촌 모두 건강의 조건인 조화로운 삶에서 일탈되어 있다. 서로 건강을 기원하지만 사실 삶의 패턴을 바꾸지 않는 한 건강한 삶으로 가는 길은 멀어 보인다. 현대 사회의 특징이 병 주고 약 주는 사회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건강은 최고의 관심사가 될 것이고, 의료 산업은 번창할 것이다. 그래서 머리 좋은 학생..

길위의단상 2004.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