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만나

샌. 2011. 3. 3. 09:58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하던 때 이야기다. 그들이 시나이 산 가까이 있는 신 광야에 이르렀을 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를 향해 불평한다. 광야에는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팠다. “우리를 굶겨 죽이려고 이 광야로 끌고 왔소? 차라리 이집트 땅에서 빵을 배불리 먹던 때가 더 좋았소.” 모세는 곧 주님의 영광을 보게 될 것이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자 저녁에 메추라기 떼가 날아와 진영을 덮었고, 아침에는 서리처럼 잔 알갱이들이 광야 위에 깔렸다. 이것이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하늘에서 내려주신 양식인 ‘만나’다. 그 맛이 꿀 섞은 과자 같았다고 한다. 성경은 계속해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모세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주님께서 너희에게 먹으라고 주신 양식이다. 주님께서 내리신 분부는 이렇다. ‘너희는 저마다 먹을 만큼 거두어들여라. 너희 식구의 머릿수대로 한 오메르씩, 저마다 자기 천막에 사는 이들을 위하여 가져가거라.’ 이스라엘 자손들은 그렇게 하였다. 더러는 더 많이, 더러는 더 적게 거두어들였다. 그러나 오메르로 되어 보자, 더 많이 거둔 이도 남지 않고, 더 적게 거둔 이도 모자라지 않았다. 저마다 먹을 만큼 거두어들인 것이다.’ - 탈출기 16, 15 - 18

만나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 다음에 나온다. 모세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만나를 아침까지 남겨두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욕심을 내서 남겨 두었더니 구더기가 꾀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 그래서 그들은 아침마다 제가 먹을 만큼만 거두어들였다. 해가 뜨거워지면 만나는 녹아 버렸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정착지에 다다를 때까지 사십년 동안 만나를 먹었다. 가나안 땅 경계에 이를 때까지 하늘에서 내려온 만나를 먹었던 것이다. 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나누어 가졌다. 더 많이 거둔 이도, 더 적게 거둔 이도 없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만나는 쌓아둘 수가 없었다. 낮이 되어 해가 뜨면 만나는 녹아 버렸다. 만약 만나를 보관할 수 있었다면 많이 가질려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것이다. 계급과 빈부격차가 생기고 싸움이 일어났을지 모른다.

광야는 하느님과 대면하는 곳이다. 하느님이 임재하시는 장소다. 인간의 능력이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이때 하느님의 음성이 들리고 은총이 내린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만나로 광야 체험을 했다. 거기서는 부자나 빈자나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모두가 똑 같이 먹었다. 만나는 다음 날이면 썩어 없어졌다. 어차피 사라질 것이니까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기가 먹을 만큼만 거두어 들였다. 더 이상의 욕심을 부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돈과 재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만약 돈에도 시한이 있어 그 기간 안에 쓰지 못하면 가치가 소멸되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그래도 돈을 많이 벌려고 안달을 할까? 아니면 세상이 좀더 평화로워질까? 단 하루 몫의 만나만 내려주고 쌓아두면 썩게 만든 하느님은 인간의 본성을 너무나 잘 알고 계셨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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