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소유와 자유의 황금분할

샌. 2011. 2. 9. 11:35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어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으려 한다. 돈이 많으면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갖고 싶은 것도 무엇이든 살 수 있으며, 가고 싶은 곳도 얼마든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황홀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벌려고 무진 애를 쓴다. 그것이 자유의 전부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토록 원하던 돈을 조금이라도 만지기 시작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자유'는 얻는 듯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는 박탈당하기 시작한다. 점점 가족들과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사적인 휴식도 줄어만 간다.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있을 자유는 손톱만큼도 얻을 수 없게 된다. 무한한 자유를 얻으려고 했지만 사실 일할 자유 외에는 다른 어떤 자유도 누리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반쪽짜리 자유만 손에 잡히는데, 이것은 사실 자유라고 할 수 없으며 오히려 굴레가 될 뿐이다."

"자유를 얻기 위해서 소유를 꿈꾸었던 사람들은 소유했을 때야 비로소 자유와 소유는 동시에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소유를 사무치게 원하는 사람은 자유를 포기해야 하고 자유를 사무치게 원하는 사람은 소유를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 중에 가장 현명한 사람은 내가 원하는 소유와 자유의 '황금분할'이 과연 어느 지점인가를 충분히 생각한 뒤에 자기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일 것이다."

윗글은 정혜신 님이 쓴 <불안한 시대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책에서 인용했다. 소유와 자유의 딜레마라고 할까, 많은 성인들이 말씀하셨듯이 소유와 자유는 반비례하는 것인지 모른다. 소유를 욕망하는 사람은 자유를 포기해야 하고, 자유를 원하는 사람은 소유를 버려야 한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자유와 소유를 동시에 누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착각하기 쉬우나 님이 지적했듯 그것은 자유의 이름을 빌린 굴레일 뿐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진정한 내적 자유는 박탈당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소유만 추구하는 욕망덩어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나 절대자유를 위해 무소유를 실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실세계를 지혜롭게 살아가지만 소유와 자유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공자가 말한 중용의 개념을 빌려온다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中)을 지키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중(中)이 가운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현대인들이 지나치게 소유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다. 돈이 최고라는 무의식적 세뇌과정을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소유욕망 충족을 위해 일생을 보낸다. 인생의 목표가 오직 일과 돈에 있는 것 같다. 더욱 슬픈 것은 자신이 시스템에 갇힌 줄도 모르고 내면의 행복이 파괴되는 줄도 모르면서 희희낙락 살고 있다는 점이다. 너무 소유에 집착하다보니 세계와 자신을 성찰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다.

행복이란 적절한 선에서 소유 욕망을 정지시키고 내적 자유를 누릴 때 찾아온다. 어리석은 사람은 소유가 많으면 행복해질 거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소유 욕망은 본질상 만족을 모르기 때문에 늘 상대적 결핍감에 시달린다. 또 남에게 빼앗길까 봐 불안해한다. 그것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자유와 행복을 회복하는 길이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안빈낙도(安貧樂道)라고 하지만 가난은 불편하고 궁색하다. 나에게 있어 소유와 자유의 황금분할은 어디쯤 될까? 그 속에 행복의 키워드가 들어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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