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2

장자[212]

성인은 자연에 맡기는 것을 편안해하고 맡기지 못하면 불안해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연에 맡기지 않는 것을 편안해하고 자연에 맡기는 것을 불안해한다. 聖人安其所安 不安其所不安 衆人安其所不安 不安其所安 - 列禦寇 2 성인이 가는 길은 일반 사람들과 반대다. 사람들이 계단을 내려갈 때, 성인은 올라간다. 사람들이 "예스" 라고 할 때, 성인은 "노" 라고 한다. 사람들이 넓은 길을 갈 때, 성인은 좁은 길을 찾는다. 성인이란 편안한 자리를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이다. 반면에 사람들은 편안한 자리를 불안하게 느낀다. 그런 가치전도적 상황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장자는 이것을 '하늘에서 도망치려는 형벌'[遁天之刑]이라고 불렀다.사람들이 희희낙낙하는 것은 형벌임을 모르기 때문이다. 무지가 차라리 고맙다고 할까.

삶의나침반 2012.07.05

우리가 소년 소녀였을 때 / 심보선

우리에게 그 어떤 명예가 남았는가 그림자 속의 검은 매듭들 몇 개나 남았는가 기억하는가 우리가 소년 소녀였을 때 주말의 동물원은 문전성시 야광처럼 빛나던 코끼리와 낙타의 더딘 행진과 시간의 빠른 진행 팔 끝에 주먹이라는 결실이 맺히던 뇌성벽력처럼 터지던 잔기침의 시절 우리가 소년 소녀였을 때 곁눈질로 서로의 반쪽을 탐하던 꽃그늘에 연모지정을 절이던 바보,라 부르면 바보,라 화답하던 때 기억하는가 기억한다면 소리 내어 웃어 보시게 입천장에 박힌 황금빛 뿔을 쑥 뽑아 보시게 그것은 오랜 침묵이 만든 두 번째 혀 그러니 잘 아시겠지 그 웃음, 소리는 크지만 냄새는 무척 나쁘다는 걸 우리는 썩은 시간의 아들 딸들 우리에겐 그 어떤 명예도 남아 있지 않다 그림자 속의 검은 매듭들 죄다 풀리고야 말았다 - 우리가 ..

시읽는기쁨 2008.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