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원 11

2022 세미원 연꽃

세미원(洗美苑)은 집에서 가까워 연꽃이 피는 시기에는 꼭 찾아가 보는 곳이다. 오늘은 아내와 강상면에 다녀오는 길에 세미원에 들렀다. 평일인데 여느 해와 달리 주차장은 만차였고, 매표소에서도 줄을 서야 했다. 느린 걸음으로 연꽃을 구경하며 세미원을 한 바퀴 돌았다. 매년 연꽃을 찍어보지만 10년 전 사진이나 올 사진이나 별 차이가 없다. 답답하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든 테크닉이든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참 어렵다. 노력한다고 인간의 심성이 달라지지 않는 것과 닮았다. 인간은 각자가 받은 틀을 평생 간직하며 한 세상을 살아가게 되나 보다. 연꽃밭에서 든 생각이다. 금년 들어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셀카놀이를 하게 된 것이다. 순전히 재미가 있어서다. 남한테 부탁해도 되지만 셀카가 훨..

꽃들의향기 2022.07.22

2020 세미원 연꽃

연꽃이 필 때면 매년 세미원을 찾는다. 비 예보가 있는 날, 2020년의 연꽃을 보러 세미원에 갔다. 연꽃을 감상하는 데는 맑은 날보다는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이 더 낫다. 연꽃밭에서 한가로이 앉아 차라도 한 잔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세미원만 해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북적인다. 서울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이날도 휴일인가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곱기로 치면 발그레 익어가는 연꽃 색깔에 비길 꽃이 있을까? 어느 시인처럼 나도 묻는다. "아수라의 늪에서 / 오만 번뇌의 진탕에서 / 무슨 / 저런 꽃이 피지요?"

꽃들의향기 2020.07.10

비에 젖는 세미원 연꽃

장마 속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세미원에 가다. 아침밥을 먹고 나서 바로 출발했더니 사람이 적어 좋다. 연꽃은 한창 때를 지난 것 같다. 피어 있는 꽃보다는 이미 져 버린 게 많다. 그래도 꽃봉오리가 계속 올라오니 8월까지는 아쉽지 않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연꽃은 굵은 눈물방울을 머금고 있다. 꽃이라고 서러움이 없겠는가. 오히려 꽃이기에 남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외로움과 슬픔이 있으리라. 연잎이 넓은 이유는 떨어지는 꽃잎을 고이 받아주기 위해서인가 보다. 한 생을 마친 꽃잎이 연잎 품에서 안식을 취한다. 연꽃 구경을 하고 있는데 한 무리의 단체 관광객이 다가온다. 약 40명 정도는 되어 보인다. 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가까이 있어도 너무 조용하다. 조곤조곤 말하는 일본어가 들린다. 역시 일본 ..

꽃들의향기 2019.07.26

세한정 소나무

양평 세미원에 세한정(歲寒庭)이라는 정원이 있다. 추사의 세한도(歲寒圖)를 그대로 옮겨 놓은 공간이다. 건물은 전혀 세한도 분위기를 못 내지만 소나무는 그림 속 노송과 닮았다. 세한정을 조성하면서 비슷하게 생긴 나무를 구해 이곳에 옮겨놓은 듯하다. 그림에는 나무 네 그루가 그려져 있는데, 눈길을 끄는 나무는 단연 오른쪽에 있는 소나무다. 벼락을 맞은 듯 줄기는 부러졌고, 가지 하나만 옆으로 뻗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추사의 곤고한 삶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세한도의 주제는 신의라 할 수 있다. 발문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제일 늦게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드는 것을 안다'고 하였으니, 소나무와 잣나무는 사철을 통해 시들지 않는 것이지만, 춥기 이전에도 하나..

천년의나무 2018.07.11

세미원 연꽃

답답해하는 아내를 위해 세미원으로 연꽃 구경을 갔다. 장마중이라 비가 오락가락했다. 세미원에서는 연꽃 축제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꽃 풍년이 되면 오히려 빨리 식상해진다. 어렵게 꽃을 찾아내는 기쁨이 없다. 지나가는 사람도 말했다. "꽃이 많으니 그게 그거고, 심드렁해지네." 만약 이 넓은 데서 연꽃 한 송이만 피어 있다면 얼마나 애지중지 지켜볼 것인가. 꽃은 여일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하늘에 별이 많으면 별을 찾기 어렵고, 땅에 꽃이 많으면 꽃에 감탄하기 쉽지 않다.

꽃들의향기 2014.07.27

세미원 연꽃과 호명호수

오랜만에 아내와 드라이브를 나갔다. 햇빛는 났지만 다행히 그리 더운 날씨는 아니었다. 먼저 양수리에 있는 세미원에 들러서 연꽃을 구경했다. 세미원에는연꽃,노랑어리연꽃, 열대수련, 수련이 주종이다. 세미원에는 새 건물이 들어서고 입장료를 받는 등 전과는 달라졌지만 연꽃은 3 년 전 모습과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그래도 세미원은 연꽃 속에서 마음껏 행복해질수 있는 장소다. 나 역시 오랜만에 카메라에 망원렌즈를 달고서 연꽃들을 찍어 보았다. 연꽃 구경을 마친 뒤 북한강변에 있는쌀밥집에서 점심을 맛나게 먹은 후 호명산으로 향했다. 작년에 가평 양수발전소를 개방했다고 해서 산 위에 있는 호명호수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발전소 고개에 차를 세우고 산 능선을 따라 호명호수까지 걸었다. 산길은 약 2 km 정..

사진속일상 2009.07.23

세미원의 연꽃

터에서 돌아오는 길에 세미원에 들렸다. 양수리의한강변에 자리한 세미원은 작년에 비해 규모도 커졌고 훨씬 깨끗하게 단장이 되어 있었다.연꽃의 아름다움이 주변의 한강 풍경과어울려서 아주 분위기 있는 곳이 되었다. 위로 고가도로가 지나가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과 여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폐장이 될 때인 저녁 무렵에 찾아가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빠른 걸음으로 한 바퀴 돌며 눈에 띄는대로 연꽃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연꽃에는 뭔가 탈속적이고 고결한 이미지가 느껴진다. 피안의 세계를 향한 희구랄까, 이곳 이름이 세미원(洗美苑)인 것도 연꽃의 그런 이미지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꽃들의향기 2006.08.18

두물머리

터에 가는 길에 두물머리에 잠시 들리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경기도 남양주시 양서면 양수리에 해당되는 곳이다. 그동안 차로 지나다니기만 했지 내려서 강변에 나가보기는 처음이다. 사람이없는 곳을 찾아서 강가에 서니 갈대를 비롯한 수생식물들이 강을 가득 덮고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강에도, 산에도 가을이 잔뜩 익었다. 바로 머리 위를 지나가는 고가도로에서 들리는 자동차 소음만 아니라면 몇 시간이고 이 고즈넉한 풍경과 같이 있고 싶어진다. 그래도 짧은 시간이지만 도시인의 탁한 눈이 맑게 씻어짐을 느끼며 자리를 뜬다. 인근에 세미원(洗美苑)이라는 수련 전시장이 있다. 이미 철 지난 연못에는 한 생을 마친 연잎이 마른 몸을 물 위에뉘고 편히 쉬고 있다. 오후의 가을 햇빛이 눈부시다. 실..

사진속일상 2004.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