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이 필 때면 매년 세미원을 찾는다. 비 예보가 있는 날, 2020년의 연꽃을 보러 세미원에 갔다. 연꽃을 감상하는 데는 맑은 날보다는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이 더 낫다. 연꽃밭에서 한가로이 앉아 차라도 한 잔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세미원만 해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북적인다. 서울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이날도 휴일인가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곱기로 치면 발그레 익어가는 연꽃 색깔에 비길 꽃이 있을까? 어느 시인처럼 나도 묻는다. "아수라의 늪에서 / 오만 번뇌의 진탕에서 / 무슨 / 저런 꽃이 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