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33

논어[101]

선생님 말씀하시다. "인격도 닦지 못하고 학문도 부실하며 옳은 일을 듣고도 행하지 못하고, 흠집을 고치지도 못하니, 그게 내 걱정이야." 子曰 德之不修 學之不講 聞義不能徙 不善不能改 是吾憂也 - 述而 3 공자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는 공자의 걱정이면서 우리 모두의 걱정이다. 공부의 목적은 올바른 사람이 되는 것인데 완성의 길은 멀다. 공자를 완전한 인격을 갖춘 성인(聖人)으로 보는 건 오해다. 그분 역시 인간의 한계에 대해 절망하고 근심했을 것이다. 다만, 마음을 닦고 옳은 일을 행하기 위해 애쓰는 호학정신(好學精神)에서 공자는 모범이 되는 분이다. 걱정한다는 건 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성찰하며 노력한다는 뜻이다. 흠집 하나 고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좋은 천성을 지키는 ..

삶의나침반 2014.09.08

논어[100]

선생님 말씀하시다. "잠잠히 마음 속에 새기고, 배우기를 싫어하지 않으며,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그런 일은 나도 하기 힘든 일이야." 子曰 默而識之 學而不厭 誨人不倦 何有於我哉 - 述而 2 젊었을 때 어느 스님으로부터 글씨 한 점을 받은 적이 있다. 선생이라고 했더니 '學而不厭 敎而不捲'이라는 글씨를 써 주셨다. '배우는데 싫증 내지 말고 가르치는 데 게으르지 말라'라는 의미였다. 표구해서 책상 앞에 걸어두고 내 좌우명으로 삼았는데 이사를 자주 다니면서 아쉽게도 잃어버렸다. 글자는 약간 틀리지만 출처가 란 건 한참 뒤에 알았다. 바로 여기 '술이'편이다. 망자도 '학생(學生)'이라고 표현하듯 유학은 인간을 끊임없이 배워나가는 존재로 본다. 배움은 완결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진행형이다. 공자..

삶의나침반 2014.09.01

논어[99]

선생님 말씀하시다."옮기기만 했지 창작하지는 않았고, 옛 것을 그대로 믿고 좋아함은 은근히 우리 노팽님에게나 비교해 볼까 한다." 子曰 述而不作 信而好古 竊比於我 老彭 - 述而 1 언젠가 그림을 그리는 분에게, 머리로 상상하는 경치를 그리면 더 멋진 그림이 나올 텐데 굳이 밖으로 나가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은 적 있다. 그렇게 되면 현실성이 떨어지고 상상력도 한계가 있다는 답변을 들은 것 같다. 그림이든 문학이든 모든 분야의 창작 활동은 모방에서 시작된다. 공자의 '술이부작(述而不作)'은 겸손이 아니라 사실이다. 세상에 새로운 것이란 하나도 없다. 그렇더라도 우리 공자님, 옛것을 너무 좋아하신다. 호고(好古), 온고(溫故)가 지나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사라져 간 옛 법도의 부활을 공자는 늘 꿈꾸고 ..

삶의나침반 2014.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