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뿌리풀이 물별 뜬 강물을 향해 뿌리줄기로 열심히 기어가는 습지입니다 모래 위에 수달이 꼬리를 끌고 가면서 발자국을 꽃잎처럼 찍어 놓았네요 화선지에 매화를 친 수묵화 한 폭입니다 햇살이 정성껏 그림을 말리고 있는데 검은제비꼬리나비가 꽃나무 가지인 줄 알고 앉았다가는 실망했는지 이내 날아갑니다 가끔 소나기가 갯버들 잎을 밟고 와서는 모래 화선지를 말끔하게 깔아놓겠지요 그러면 수달네 식구들이 꼬리를 끌고 나와서 발자국 매화꽃잎을 다시 찍어놓을 것입니다 그런 밤에는 달도 빙긋이 웃겠지요 아마 달이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날은 보나마나 수달네 개구쟁이 아이들이 발자국 매화꽃잎에 위에 똥을 싸 놓고서는 그걸 매화향이라고 우길 때일 것입니다 - 병산습지 / 공광규 검암습지, 마애습지, 풍산습지, 구담습지, 지보습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