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4

문도선행록

김미루 작가의 치열한 예술혼과 도전 정신을 존경한다. 예술이란 무엇일까? 예술이란 "사람되기를 배우기(Learning to be human)"라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다. 작가의 작업 과정을 보면 인간의 길을 물으며 정진하는 수도자의 모습이 연상된다. 이라는 책 제목 그대로다. 이 책은 2012년부터 3년 동안 사하라 사막, 아라비아 사막, 타르 사막, 고비 사막을 헤매며 문명이 내팽개친 정신을 찾아 나선 고독한 모험의 발자취를 그리고 있다. 자신의 누드로 이미지를 전달하는 작가는 여기서는 사막의 낙타를 통해 자연과의 교감 및 상생의 길을 보여준다. 도시의 버려진 풍경이나 돼지, 애벌레를 소재로 한 작품과는 달리 낙타 시리즈에서는 인간의 손에 때 묻지 않은 원초의 순수한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마치 에덴동..

읽고본느낌 2021.01.08

사진 직설

사진에 젬병이지만 관심은 많다. 평생 사진을 업으로 삼고 일가견을 이룬 사람 얘기 듣는 걸 좋아한다. 물론 직접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다. 이 책은 최건수 사진 평론가가 풀어놓는 사진 세상 이야기다. 따분한 사진 이론이 아니라 술자리에서 얼굴을 맞대고 사진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사진계의 현실을 드러내는 직설(直說)이 따끔하다. 이 책 은 아마추어가 아니라 예술 사진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다. 나와는 관계가 없지만 사진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읽은 효과는 있다. 사진은 찍는 게 아니라 보는 것이다. 사진은 사물과 나와의 대화다. 선생은 사진을 배우려는 한 스님에게 이렇게 충고했다고 한다. "스님, 찍지 말고 관조(觀照)하세요. 그러면 보여요. 스님들이 왜 면벽을..

읽고본느낌 2020.12.16

풍선과 소녀

그림에 문외한이니 내막을 모르지만 지난주에 일어난 일을 보면 예술 세계란 게 참 희한하다. '풍선과 소녀'라는 뱅크시의 그림이 소더비에서 경매에 부쳐졌다. 예상보다 높은 15억 원에 낙찰되었는데, 바로 뒤에 해프닝이 일어났다. 그림이 액자 밑으로 빠져나가며 갈가리 찢어진 것이다. 뱅크시가 액자 뒤에 기계 장치를 해 두고 경매가 끝나자마자 그림이 파손되도록 원격조정했다는 것이 나중에 알려졌다. 뱅크시가 무엇을 노렸든지 간에 이런 것도 예술 행위의 일종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우선 나는 그림값이 왜 그렇게 비싸야 하는지 이해 불가다. 미술 전시회장이나 경매장은 예술을 핑계로 돈 많은 사람이 투기질하는 무대인 것 같다. 그림이 예술 자체의 가치보다는 재테크의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는 도구..

길위의단상 2018.10.12

슬플 때는 난 시골길을 걸어요

“슬플 때는 난 시골길을 걸어요. 그리고 나무를 가만히 껴안죠.” 영화 ‘세라핀’에 나오는 대사 중에서 유난히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 ‘세라핀’은 실존했던 비운의 화가 세라핀 루이(Seraphine Louis, 1864-1942)의 일생을 그리고 있다. 그녀는 수도원에서 생활하던 중 그림을 그리라는 신의 계시를 받고 수도원을 나온다. 그리고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해서 생계를 유지하며 밤에는 그림을 그린다. 정규 교육이나 그림 수업을 전혀 받지 않은 그녀의 내부에서는 마치 하늘의 명령처럼 그림에 대한 열정이 분출되어 나온다. 그녀의 그림 소재는 꽃과 나무다. 가난한 그녀는 흙이나 천연염료로 물감을 만들어서 그림을 그린다. 심지어는 교회의 성모마리아상 앞의 촛농을 훔치기도 하고, 동물의 피를 구해서 자..

읽고본느낌 2009.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