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유 3

종남별업 / 왕유

중년 이후에는 도를 더욱 좋아하여 만년에 종남산 기슭에 별장을 마련했네 흥이나면 홀로 그곳으로 찾아가나니 얼마나 좋은지는 오로지 나만이 알 뿐이라 걷고 또 걸어 물길 시작되는 곳에 이르러 가만히 앉아서 피어오르는 구름을 본다 우연히 산속에서 산골 노인을 만나 담소를 나누다가 돌아가는 길 잊었다네 中歲頗好道 晩家南山수 興來每獨往 勝事空自知 行到水窮處 坐看雲起時 偶然치林수 談笑無還期 - 終南別業 / 王維 시불(詩佛)로 불리는 왕유(701~761)의 전원 예찬이다. 왕유는 종남산 기슭에 터를 마련하고 관료 노릇을 하는 틈틈이 은둔 생활의 정취를 즐겼다. 말년에는 별장을 짓고 속세에서 떠나 불교에 심취하며 초연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이 시는 그 시절에 지은 것 같다. 세상사를 잊은 유유자적이 부럽다. 오두막일..

시읽는기쁨 2019.06.22

전원락(田園樂) / 왕유

桃紅復含宿雨 柳綠更帶朝煙 花落家童未掃 鶯啼山客猶眠 붉은 복사꽃은 간밤 비 머금어 더 곱고 버들은 새벽 안개 속에 더욱 푸르나니 꽃잎 떨어지는데 아이는 쓸 생각을 않고 꾀꼬리 우는데도 손님은 그저 잠만 자네 - 전원에 사는 즐거움 / 왕유(王維) 김홍도의 '낮잠' 그림 중 하나를 본다. 나무 아래에 누워 낮잠을 자는 노인의 모습이 유유자적이다. 이 그림에 적힌 시가 왕유(王維, 701~761)의 '전원락(田園樂)' 연작시 7수 중 여섯 번째 작품이다. 시를 그림으로 옮긴 것이라면 앞의 나무는 버드나무, 뒤는 복사꽃이리라. 그림 속 노인이 부럽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시동 하나 데리고 자연에 묻혀 속세를 잊고 살아가는 모습이 선경이 따로 없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현대인의 로망이 이 그림에 담겨 있다. 나는 ..

시읽는기쁨 2018.06.16

현저동 위성류

위성류를 아시나요? 나무에 별 관심이 없으면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만나기 어려운 나무다. 나도 용주사에선가 딱 한 번 보았을 뿐이다. 그런 위성류가 서울에 있다. 위성류(渭城柳)는 한자 이름을 풀면 '위성의 버드나무'라는 뜻이다. 이별을 노래한 왕유(王維)의 시에 위성의 버드나무가 나온다. 渭城朝雨읍輕塵 客舍靑靑柳色新 勸君更盡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 위성의 아침비는 가볍게 먼지를 적시고 여관의 버드나무는 더욱더 푸르고 싱싱하네 권하노니 다시 한 잔을 다 드시게 서쪽으로 양관을 나서면 친구가 없으리니 위성(渭城)은 중국 장안의 북쪽 교외에 있던 도시였다.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멀리 여행하는 사람들과 헤어지던 곳이다. 길 떠나는 사람에게 버드나무를 건네주는 것은, 버드나무 류..

천년의나무 2012.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