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상 2

소를 웃긴 꽃 / 윤희상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 밑에서 마침 꽃이 핀 것이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 소를 웃긴 꽃 / 윤희상 시를 처음 읽는 순간 뭔가 번쩍 하고 뇌리를 친다. 그러면서 느낌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그저 얼떨떨하다. 좋은 시는 대부분 그렇다. 이 시가 그랬다.

시읽는기쁨 2015.08.29

돌을 줍는 마음 / 윤희상

돌밭에서 돌을 줍는다 여주 신륵사 건너편 남한강 강변에서 돌을 줍는다 마음에 들면, 줍고 마음에 들지 앟으면, 줍지 앟는다 마음에 드는 돌이 많아 두 손 가득 돌을 움켜쥐고 서 있으면 아직 줍지 않은 돌이 마음에 들고 마음에 드는 돌을 줍기 위해 이미 마음에 든 돌을 다시 내려놓는다 줍고, 버리고 줍고, 버리고 또다시 줍고, 버린다 어느덧, 두 손에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빈 손이다 빈 손에도 잡히지 않을 어지러움이다 해는 지는데 돌을 줍는 마음은 사라지고 나도 없고, 돌도 없다 - 돌을 줍는 마음 / 윤희상 우리 사는 모습이 대개 이와 다르지 않다. 끊임없이 줍고 버리고 하는 중에 어느덧 해는 기울고 가야 할 시간이 코 앞에 닥친다. 돌은 지천으로 널려있건만 마음에 드는 돌 하나 구하지 못하고 남는 것은..

시읽는기쁨 2007.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