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 밑에서
마침 꽃이 핀 것이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 소를 웃긴 꽃 / 윤희상
시를 처음 읽는 순간 뭔가 번쩍 하고 뇌리를 친다. 그러면서 느낌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그저 얼떨떨하다. 좋은 시는 대부분 그렇다. 이 시가 그랬다.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 프란시스 잠 (0) | 2015.09.18 |
---|---|
실언 / 고증식 (0) | 2015.09.05 |
묵화 / 김종삼 (0) | 2015.08.16 |
박조요(撲棗謠) / 이달 (0) | 2015.07.29 |
일흔 살의 인터뷰 / 천양희 (0) | 2015.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