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꼬마가 와서 대추를 따네
늙은이가 문을 나와 꼬마를 내쫓네
꼬마가 홱 돌아서며 늙은이에게 하는 말
내년 대추 익을 때까지 살지도 못할 거면서
- 대추 따기를 노래함 / 이달
隣家小兒來撲棗
老翁出門驅小兒
小兒還向老翁道
不及明年棗熟時
- 撲棗謠 / 李達(1539~1609)
버릇없는 꼬마한테 한 수 가르침을 받는 노인이라는 설정이 재미있다. 시 내용이 역시 이달(李達)답다. 허균이나 허난설헌이 나올 때마다 꼭 등장하는 시인 이달이다. 늙은이의 입장이 되어 이 시 속으로 들어가 보면, 꼬마의 한 마디가 번쩍하는 번갯불이 되는 간접 경험을 하게 된다. 지금 우리의 행태도 저 노인과 다르지 않음이다. 내 것, 네 것을 가르는 게 본래 부질없는 짓이렷다.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를 웃긴 꽃 / 윤희상 (0) | 2015.08.29 |
---|---|
묵화 / 김종삼 (0) | 2015.08.16 |
일흔 살의 인터뷰 / 천양희 (0) | 2015.07.23 |
익어 떨어질 때까지 / 정현종 (0) | 2015.07.17 |
여름에는 저녁을 / 오규원 (0) | 2015.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