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 3

파티마의 은총

포르투갈에 있는 파티마는 프랑스의 루르드, 멕시코의 과달루페와 함께 가톨릭의 3대 성지로 꼽힌다. 세 군데 모두 성모 발현지다. 1917년 5월 13일, 작은 마을 파티마에 살던 세 아이에게 성모님이 나타나셨다. 그 뒤로 10월까지 매월 13일에 여섯 차례나 발현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파티마 대성당을 비롯해 많은 기념 건물이 들어서 있는 천주교의 대표 성지다. 지난 6월에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을 하면서 아내가 제일 가보고 싶어 한 곳이 파티마였다. 가톨릭 신자로서는 당연한 바람일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성지 인근에 있는 숙소에서 묵었고, 파티마에 머문 시간도 다른 팀에 비해 길었다. 그래서 아내는 세 번이나 성지를 찾을 수 있었다. 가던 날 오후에는 가이드의 안내로 성지 전반에 대한 설..

길위의단상 2019.09.16

은총의 감성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은총의 감성'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은총'이라는 말이 비종교인에게는 거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현재의 나를 이루는 것이 내 힘으로 된 것이 아니고 이웃이나 다른 외적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받아들이는마음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기독교인이든 불교도이든 종교인이란 은총을 믿는 사람들이다. 즉,대상이 누구든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 또는 최상의 것을 그로부터 거저 받았다는 감성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진정한 신앙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감성'도 내가 무척 좋아하고 아끼는 말이다. 감성은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마음에서 돋아나는 새싹이다. 사물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존재의 본모양대로 볼 수 있는 눈이다. 감성은 여리고 여성적이며 수동적..

참살이의꿈 2008.03.10

은총에 눈을 뜨니 / 구상

이제사 비로소 두 이레 강아지만큼 은총에 눈이 뜬다 이제까지 시들하던 만물만상이 저마다 신령한 빛을 뿜고 그렇듯 안타까움과 슬픔이던 나는 죽고 그 덧없음이 모두가 영원의 한 모습일 뿐이다 이제야 하늘이 새와 꽃만을 먹이고 입히시는 것이 아니라 나를 공으로 기르고 살리심을 눈물로써 감사하노라 아침이면 해가 동쪽에서 뜨고 저녁이면 해가 서쪽으로 지고 때를 넘기면 배가 고프기는 매한가지지만 출구가 없던 나의 의식 안에 무한한 시공이 열리며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소중하고 모든 것이 아름답다 - 은총에 눈을 뜨니 / 구상 '종교'보다는 '종교성'이라는 말이 좋다. '축복'보다는 '은총'이라는 말이 좋다. 벽돌로 지은 사원보다는 내 마음 안 그분의 거소가 더 진실되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 ..

시읽는기쁨 2006.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