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3

빛의 과거

오랜만에 나온 은희경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자전소설에 장기가 있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과거를 재현한다. 이 소설은 1977년에 대학에 입학하여 시작한 기숙사 생활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나도 같은 70년대에 대학을 다녔으므로 비슷한 시대 환경을 경험했다. 그래서 더욱 공감할 수 있었고, 그 시절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은희경 작가의 문장은 입에 착착 달라붙는 듯 감칠맛이 난다. 감성적인 여성 작가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 권의 책을 단 한 차례도 지루하지 않게 읽기가 드문 데 작가의 글은 그렇지 않다. 빨리 끝날까 봐 두려울 정도로 이야기에 빠져드는 마력이 있다. 그중에서 작가가 사랑에 빠졌을 때를 묘사한 아름다운 부분은 이렇다. 1977년의 6월과 7월은 일생에서 내가 가장..

읽고본느낌 2020.11.30

삶은 농담이다

방학이 되어 찾아온 자유시간이 감사하다. 느닷없이 받아든 선물에 어리둥절하는 아이처럼 아직도 들뜬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 이 축복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마음은 여전히 설렌다. 매일 휴대폰 알람에 억지로 잠이 깨어 출근하고정해진 시간표대로 지내야 하는 일과에서 한 순간에 해방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몸과 마음이 적응하는데는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리라.지난 가을에 허리 쪽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 히말라야로의 출발을 앞두고 있을 것이다. 내가 빠진트레킹 팀은 모레 안나푸르나로 출발한다. 덕분에 올 방학은 길고 온전한 휴식이 주어졌다.이 선물 보따리를 앞에 두고 가능하면 천천히 끈을 풀고 싶다. 어제는책장에서 오래된 소설 한 권을 꺼내 들었다. 마침 손에 잡힌 것이 은희경의 '새의 선물'이..

읽고본느낌 2009.12.30

촌놈

이웃 블로그에서 '촌놈'에 관한 짧은 글을 흥미있게 읽었다. 은희경의 소설 '비밀과 거짓말'에 나오는 대목이라고 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문득 어느 지인의 얼굴이 떠올랐는데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어느 누구나 정도의 문제지 촌놈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 나라고 예외가 아니다. 나는 아니라고하지만 자신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문 법이다. 촌놈을 좋아할 사람은 적겠지만 소시민으로서의 촌놈은 남에게 그다지 큰 피해를 끼치지는 않는다.예를 들면 촌놈이 종교를 가지면 광신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정도다. 싫으면 피하면 된다. 문제는 촌놈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촌놈 되기를 부추기는 풍조가 되면 아예 망조가 든 나라다. 촌놈들에 의해 어떤 촌놈은 영..

길위의단상 2009.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