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 3

인듀어런스

20세기 초반은 극점 탐험의 시대였다. 1911년의 남극점에 먼저 도달하기 위한 아문센과 스콧의 경쟁은 유명하다. 둘의 명성에 가려진 또 다른 위대한 탐험가가 있다. 남극 대륙 횡단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영국의 어니스트 셰클턴(Ernest Shackleton, 1874~1922)이다. 셰클턴은 1909년에 남극점에 도전했다가 식량 부족 때문에 155km 앞에서 돌아서야 했다. 만약 무리하게 전진했다면 스콧처럼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2년 뒤 아문센이 남극점을 정복하자 셰클턴은 목표를 바꾸어 남극 대륙 횡단에 나선다. 27명의 대원과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장도에 오른 것이다. 알렉산더가 쓴 는 이 탐험에 관한 기록이다. 동행한 사진사 헐리가 찍은 사진이 당시의 생생한 모습을 전해주며 우리를 현장으로 안내한다..

읽고본느낌 2022.03.08

지조론 / 박주택

견딜 때까지 견디게나. 최후의 악이 부드럽게 녹아 인격이 될 때까지. 고통? 견디게나. 편안한 시간이란 쉬 오지 않는 법. 상처가 깊으면 어때. 깊을수록 정신은 빳빳한 법. 생각 끝의 끝에서라도 견디게나. 그 어떤 비난이 떼를 지어 할퀸다 할지라도 벼랑 끝에 선 채로 최후를 맞을지라도. 아무렴! 끝끝내 견디다가 산맥의 지리쯤은 미리 익혀놓은 후 영영 죽을 목숨일 때 바위, 뻐꾸기, 청정한 나무, 뭐 그쯤으로 환생하게. - 지조론 / 박주택 죽비처럼 정신을 번쩍 들게하는 시가 있다. 느슨하고 나른해지는 정신이 화들짝 놀란다. 좀더 치열하고 깊이 살아야 하는데라는 반성이 뒤따른다. 이 시를 만났을 때 문득 추사의 세한도가 떠올랐다. '歲寒然後知松栢'(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송백의 진가를 알게 된다). 시인은 ..

시읽는기쁨 2008.11.19

생명의 서 / 유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沙漠)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砂)의 끝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對面)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 생명(生命)의 서(書) / 유치환 젊었을 때 이 시의 강렬한 시어들을 무척 좋아했다. '독한 회의' '작열' '영겁..

시읽는기쁨 2007.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