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 높고 높은 아파트 꼭대기에서 조심조심 살아가시는 당신을 보면 슬픈 생각이 듭니다 죽어도 이곳으론 이사 오지 않겠다고 봉천동 산마루에서 버티시던 게 벌써 삼 년 전인가요? 덜컥거리며 사람을 실어 나르는 엘리베이터에 아직도 더럭 겁이 나지만 안경 쓴 아들 내외가 다급히 출근하고 나면 아침마다 손주년 유치원길을 손목 잡고 바래다주는 것이 당신의 유일한 하루 일거리 파출부가 와서 청소하고 빨래해주고 가고 요구르트 아줌마가 외치고 가고 계단 청소 하는 아줌마가 탁탁 쓸고 가버리면 무덤처럼 고요한 14층 7호 당신은 창을 열고 숨을 쉬어보지만 저 낯선 하늘 구름조각말고는 아무도 당신을 쳐다보지 않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닌데 허리 펴고 일을 해보려 해도 먹던 밥 치우는 것말고는 없어 어디 나가 걸어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