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히말라야 / 이시영

샌. 2009. 1. 31. 17:17

라다크에서 어느 할아버지는 다람쥐처럼 조르르 지붕에 올라가 비 새는 곳을 수리하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집앞 흔들의자에 앉아 소년처럼 잠시 붉은 얼굴로 타는 노을을 바라보다 그만 저 세상으로 가시었다 사람의 삶이 아직 광활한 자연의 일부였을 때

 

- 히말라야 / 이시영

 

히말라야 기슭에 사는 네팔 사람들은 히말라야를 닮았다. 라마 호텔 롯지의 늙은 주인의 얼굴에서도 문명인에게서는 볼 수 없는 인간적 품위와 위엄이 느껴졌다. 물론 라마 호텔은 이름만 호텔이지 겨우 바람만 막는 허술한 숙소였다. 그들은 비록 가난하지만 마음마저 궁핍한 것은 아니었다. 히말라야 쪽 네팔인들은 티베트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많이 산다. 나이가 든 그들의 모습에서는 자연과 하나가 된 인디언의 풍모가 연상되었다.

 

사람의 삶이 아직 광활한 자연의 일부인 곳이 남아 있다면 그곳은 티베트나 네팔의 히말라야 지역이 아닐까 싶다.비록 물질적으로는 모자라고 남루할지라도 그들에게서는 싱싱한 자연의 생명력이 느껴졌다. 우리가 잃어버린 그 약동하는 생명력의 기운을 접하며 나는 가슴이 울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