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도반 / 이성선

샌. 2009. 1. 6. 20:00

벽에 걸어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석양 하늘 속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인 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알고도 애써 모른 척 밀어냈을까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두 나의 동행자라는 것

그가 또다른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는 지금

 

- 도반 / 이성선

 

나도 배낭을 지고 먼 길을 떠난다. 그곳은 꿈속에서만 있었는데 이렇게 현실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났다. 간절히 원하면 언젠가는 꿈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히말라야는 어느 날 그렇게 하늘의 선물처럼 나에게 내려왔다.

 

길 떠나는 시간이 되니 이 시가 더욱 가슴을 울린다. 배낭을 매었든 안 매었든 우리 모두는 길 떠난 사람들이다. 노을 진 석양 하늘을 무겁게 걸어가는 사람들이다.그 모습이누군들 서럽고 아름답지 않겠는가.우리는 서로가 외로운 동행자며 도반이라는 것, 낯선 땅 먼 길을 가는 것은 그런내 모습을 확인하려는 마음 때문인지 모른다.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두 나의 동행자라는 것

그가 또다른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