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더니 절에 가도 부처님보다는 오래된 나무만 살피게 된다. 우리나라 절은 보통 고목 한두 그루쯤은 있는 법이니 그런 나무 구경하는 재미가 나에게는 가장 좋다. 처음 만나게 되는 나무라면 더욱 반갑겠지만 여러 번 보더라도 또 그대로 반갑기는 마찬가지다. 나에게는 나무가 가장 은혜로운 설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강화도 전등사 대웅전 앞뜰에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다. 안내문이 없어 정확치는 않지만 내 눈에는 나이가 삼사백 살 쯤 되어 보이는 나무다.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단아한 모습이 인상적인 나무다. 마치 절을 지키는 정갈한 수도승 같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절을 찾아오는 손님을 허리 굽혀 공손히 맞이하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만약 이 느티나무가 없다면 전등사의 분위기는 달라졌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