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방 7

장자[137]

내가 어찌 남보다 뛰어나겠소? 나는 오는 것을 물리치지 않고 가는 것을 붙잡지 않았을 뿐이오. 나는 득실은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므로 근심하는 기색이 없었을 뿐 내가 어찌 남보다 뛰어나겠소? 또한 고귀함이 재상 자리에 있는지 나에게 있는지도 알 수 없었소. 고귀함이 재상 자리였다면 나에게는 고귀함이 없는 것이요. 고귀한 것이 나였다면 재상 자리는 고귀함이 없을 것이오. 바야흐로 유유자적하고 사방팔방에 노닐고자 하거늘 어느 겨를에 사람의 귀천에 마음을 쓰겠소? 吾何以過人哉 吾以其來不可각也 其去不可止也 吾以爲得失之非我也 而無憂色而已矣 我何以過人哉 且不知其在彼乎 其在我乎 其在彼也 亡乎我 在我也 亡乎彼 方將躊躇方將四顧 何暇至乎人貴人賤哉 - 田子方 7 손숙오(孫叔敖)는 세 번이나 재상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재상..

삶의나침반 2010.09.18

장자[136]

이는 내기꾼의 발사일 뿐 실제 상황의 발사는 아니다. 시험 삼아 그대와 더불어 높은 산에 올라 벼랑을 밟고 백 길 밑의 연못을 바라보며 활을 쏠 수 있겠는가? 是射之射 非不射之射也 嘗與汝登高山 履危石臨百인之淵 若能射乎 - 田子方 6 열어구(列禦寇)가 활 솜씨를 자랑했다. 활시위를 당길 때도 팔꿈치에 올려놓은 물 잔이 고요했고 늘 백발백중이었다. 그러나 백혼무인(伯昏无人)이 그를 높은 산 벼랑에 데려갔다. 열어구는 활을 쏘기는 커녕 땅을 엉금엉금 기면서 땀이 흘러 발꿈치까지 젖었다.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 삶과는 다르다.건강할 때는 큰소리를 치지만 죽음의 낭떠러지 앞에서 두려워 떨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청빈과 무소유를 동경하더라도 막상 지갑에서 나가는 한 푼 돈에 마음을 앗기는 것이 인간이다. 고상..

삶의나침반 2010.09.11

장자[135]

문왕이 장으로 유람을 나갔다가 낚시를 하는 한 사내를 보았다. 그러나 그의 낚시는 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었다. 낚시질을 하지 않고 낚는 자야말로 최상의 낚시꾼이다. 文王觀於臧 見一丈夫釣 而其釣莫釣 非持其釣 有釣者也 常釣也 - 田子方 5 오은선 씨의 히말라야 14좌 등정 여부를 놓고 말들이 많다. 올랐느니, 못 올랐느니, 세계 최초의 기록이니, 아니니, 하며 산악인들끼리 나누어져 티격태격하고 있다. 아마 장자가 이 모습을 본다면 혀를 끌끌 찰 것 같다. 산을 오르지 않고 산을 오르는 자야말로 진정한 산꾼이라는 말, 뭘 뜻하는지 생각 좀 해 보라고 할 것이다. 앞 장에서도 그림을 그리려고 하지 않는 화공이 진짜 화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서도 말한다. 낚시질을 하지 않고 낚는 자야말로 최상의 낚시꾼이다. ..

삶의나침반 2010.09.05

장자[134]

송나라 원군이 초상을 그리려 하자 많은 화공들이 모여들었다. 수인사로 읍을 하고 서 있는 자, 붓을 빨고 먹을 가는 자, 밖에 있는 자도 반이나 되었다. 한 화공이 늦게 도착했는데 서둘지도 않고 천천히 걸어와 수인사로 읍을 하고는 서 있지도 않고 숙사로 돌아갔다. 공이 사람을 시켜 살펴보라고 했더니 옷을 벗고 맨발로 무릎을 꿇고 앉아 그림 그릴 채비를 하고 있었다. 원군이 말했다. "옳거니! 이자야말로 진짜 화가로구나!" 宋元君將畵圖 衆史皆至 受揖而立 지筆畵墨 在外者半 有一史後至者 천천然不趨 受揖不立 因之舍 公使人視之 則解 衣般반박 君曰 可矣 是眞畵者也 - 田子方 4 비 내리는 일요일, 동기들과의 산행 약속은 취소 되었다. 집에서 장자를 계속 읽는다. 마음 다스리는데는 장자보다 더 좋은 보약은 없다. 별..

삶의나침반 2010.08.29

장자[133]

군자가 진실로 그 도를 안다면 반드시 그런 옷을 입지 않을 것이니 그런 옷을 입었다면 반드시 도를 알지 못할 것입니다. 君子有其道者 未必爲其服也 爲其服者 未必知其道也 - 田子方 3 장자가 노나라 애공을 찾아갔다. 애공이 노나라에는 유사(儒士)들이 많다고 자랑을 했다. 장자는 유복을 입었다고 다 유사가 아니라면서 유복을 입으면서 유도(儒道)가 없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명령을 내려보라고 한다. 그러자한 사람을 제외하고 전부 유복을 벗었다. 시니컬한 장자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예화다. 그리고 유가(儒家)와 도가(道家)의 차이도 잘 나타나 있다. 장자가 볼 때 어떤 가치를 내세우면 이미 그것은 도그마화 되고 본질에서 벗어난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다. 유가나 도가나 인간의 완성이라는 측면에서 지향하는 방..

삶의나침반 2010.08.29

장자[132]

공자가 말했다. "도에 노니는 것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노담이 말했다. "이것을 얻으면 지극히 아름답고 지극히 즐거운 것이다. 지극한 아름다움을 얻어 지극한 즐거움에 노니는 사람을 지인(至人)이라 한다." 공자가 말했다. "그 방술을 듣고 싶습니다." 노담이 말했다. "풀을 먹는 짐승은 철이 바뀌는 덤불을 걱정하지 않고 물에 사는 벌레는 철이 바뀌는 늪을 걱정하지 않는다. 조그만 변화가 생겨도 대도를 잃지 않으므로 희로애락이 가슴속에 들어와 머물지 않는다. 무릇 천하라는 것도 만물이 일체가 되는 곳이요, 그 일체됨을 알고 만물이 대동하면 내 몸은 티끌 같고 사생종시(死生終始)는 낮과 밤과 같아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할 것이니 하물며 얻고 잃음, 화와 복이 끼어든다고 어지럽히겠는가? 관속(官屬)을 진흙처..

삶의나침반 2010.08.22

장자[131]

문후가 물었다. "그대의 스승은 누굽니까?" 전자방이 답했다. "동곽순자입니다." 문후가 물었다. "그렇다면 그대는 어찌 그를 칭찬하는 일이 없습니까?" 전자방이 답했다. "그분의 사람됨은 천진스럽습니다. 모습은 하늘같이 공허하고 천품은 천진을 보존하였고, 맑기로는 만물을 수용합니다. 사물이 무도하면 단정한 모습으로써 깨우치도록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사사로운 마음을 없애줍니다. 제가 어찌 감히 그분을 칭찬할 수 있겠습니까?" 曰 子之師誰邪 子方曰 東郭順子 文侯曰 然則 夫子何故未嘗稱之 子方曰 其爲人也 眞 貌而天虛 緣而보眞 淸而容物 物無道 正容以悟之 使人之意也消 無擇何足以稱之 - 田子方 1 "당신의 스승은 누굽니까?" 라는 질문에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누굽니다,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할 것이 ..

삶의나침반 2010.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