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26

바람의 집 / 이종형

당신은 물었다 봄이 주춤 뒷걸음치는 이 바람이 어디서 오는 거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4월의 섬 바람은 수의 없이 죽은 사내들과 관에 묻히지 못한 아내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은 아이의 울음 같은 것 밟고 선 땅 아래가 죽은 자의 무덤인 줄 봄맞이하러 온 당신은 몰랐겠으나 돌담 아래 제 몸의 피 다 쏟은 채 모가지 뚝뚝 부러진 동백꽃 주검을 당신은 보지 못했겠으나 섬은 오래전부터 통풍을 앓아온 환자처럼 살갗을 쓰다듬는 손길에도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러댔던 것 4월의 섬 바람은 뼛속으로 스며드는 게 아니라 뼛속에서 시작되는 것 그러므로 당신이 서 있는 자리가 바람의 집이었던 것 - 바람의 집 / 이종형 어제가 제주 4.3 사건 76주년이었다. TV로 추념식을 보며 이념 갈등으로 벌어진 우리 현대사의 ..

시읽는기쁨 2024.04.04

성지(13) - 관덕정, 김기량 순교현양비, 정난주 묘, 용수포구

3월 3일과 5일, 이틀에 걸쳐 제주도에 있는 성지 네 곳(관덕정, 김기량 순교현양비, 정난주 묘, 용수)을 찾았다. 19. 관덕정 1901년에 제주도에서 일어난 신축교안(辛丑敎案)으로 민란군에게 천주교인이 이곳에서 처형당했다. 1886년 한불조약으로 공식적인 천주교 박해가 끝났음에도 지방에서는 부패한 관리나 완고한 유생들과 천주교인들의 충돌이 일어났다. 신축교안도 그중 하나다. 가까이에 제주시 중앙 주교좌성당이 있다. 20. 김기량 순교현양비 김기량 베드로는 제주도 함덕 출신으로 소규모 무역상이었다. 중국 광동성 해역에서 표류하다가 영국 배에 구조되어 천주교를 접하게 되었다. 1857년에 제주도 출신으로는 최초로 세례를 받고 귀국했다.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복음을 전파하다가 체포되어 교수형으로 순교하였다..

사진속일상 2019.03.10

어쩌다 제주도 2박3일

여행 계획을 짠 첫째에게 갑자기 일이 생겨 우리 부부만 제주도에 다녀오게 되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어쩌다 가게 된 제주도다. 일정도 2박3일로 단축되었다. 아침 7시에 집에서 출발해서 계양역 공영주차장에 차를 파킹했다. 김포공항 주차장 요금이 대폭 인상되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한다면 5만 원 정도 절약할 수 있다. 제주도 하늘은 잔뜩 흐려 있다. 금방 비가 쏟아질 듯하다. 미세먼지 없는 공기가 제일 마음에 든다. 이번에는 무지개 렌트카를 이용했는데 무인 운영 시스템이 특이했다. 사무실에서 설명만 듣고 각자 지정된 차를 찾아가서 몰고 나가면 된다. 직원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제주도 렌트비는 사흘에 7만 원이니 너무 싸다. 이래..

사진속일상 2019.03.07

우리는 언제쯤

안 그래도 푹푹 찌는 날씨인데 더 열을 받게 하는 소식이 들린다. 도로 확장을 하려고 제주도 비자림로의 삼나무를 잘라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 사진처럼 2차선 도로를 4차로로 바꾸기 위해 2천 그루가 넘는 삼나무를 벨 예정이라고 한다. 저곳은 산굼부리 인근 지역이 아닌가 싶다. 제주도에 갈 때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아름다운 길이 있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웠던 곳이다. 삼나무 숲 사이로 난 2차로 길이 아름답고 낭만적이었다. 가까이 도시가 없으니 막히는 길도 아니다. 예쁜 길에 빠진 관광객이 탄 차가 서행을 하니 지역 주민으로서는 답답할 수도 있다. 그래도 삼사 분 정도 더 걸릴 뿐이다. 그 시간이 아깝다고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어내고 길을 넓히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 4차로로 되어 쌩쌩 달리면 길의 정..

길위의단상 2018.08.12

절물휴양림 새우난초

제주도 절물자연휴양림 안에 새우난초 꽃밭이 있다. 귀한 새우난초만으로 꽃밭을 꾸민 것은 처음 보았다. 새우난초는 제주도와 서해안에서 주로 자란다. 절물휴양림의 새우난초는 색깔로 보아 금새우난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 난초 종류는 워낙 변이가 많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린 절물휴양림에서 새우난초로 눈 호사를 했다.

꽃들의향기 2017.05.25

제주도(2) - 민속촌, 외돌개

장모님과 함께 하는 제주도 여행 사흘째, 민속촌과 외돌개, 허브동산을 둘러보았다. 노인 취향의 장소를 선택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덕분에 민속촌과 허브동산을 우리도 처음으로 가 볼 수 있었다. 제주도는 지금 중국인 관광객이 없으니 조용해서 좋았다. 그 많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게 신기했다. 나흘간 있으면서 딱 한 번 중국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것도 개인적으로 온 젊은이 셋이였다. 조심해 보이는 기색이 완연했다. 사드가 준 선물이었다. 이번 기회에 제주도에 가자, 라고 하는 주변 사람들이 많다. 민속촌은 제주도의 옛날 주택을 잘 재현해 놓았다.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을 해야 제주도에 대한 공부가 될 것 같다. 바닷가 산책로로 외돌개 해변을 찾았다. 이곳은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에 무난한 길이다. ..

사진속일상 2017.05.20

제주도(1) - 우도, 비자림

효도관광으로 장모님을 모시고 제주도에 다녀왔다. 이번에는 걷기는 피하고 동선이 짧도록 일정을 짰다. 다행히 장모님은 지팡이를 짚으시기는 하지만 평지길을 걷는데는 무난하시다. 아직 제주도 여행 정도는 무리가 없다. 3박을 한 곳은 '샤론의 집' 펜션이었다. 독채에 우리만 머물러서 다른 숙박객의 방해를 받지 않았다. 다들 수면에 예민해서 한밤중의 소음이 제일 걱정이었는데, 가장 조용하고 편안한 여행이 되었다. 둘째날은 우도(牛島)에 갔다. 작년에는 아내와 섬을 한 바퀴 걸어서 돌았는데, 이번에는 장모님 때문에 렌트카를 가지고 들어갔다. 작은 섬이지만 차가 있으니 편리하긴 했다. 섬을 반시계방향으로 일주했다. 우도봉에서 바라본 풍경. 검멀레해수욕장의 후해석벽(後海石壁). 마침 썰물이어서 비양도 등대까지 걸어 ..

사진속일상 2017.05.19

2016 제주도(5) - 기타

8박9일이라는 긴 일정 탓에 제주도를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었다. 서귀포를 중심으로 남쪽 지역의 명소를 주로 찾아다녔다. 이번 여행은 첫째와 함께 한 데 의미가 있었다.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과 함께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안덕계곡 산굼부리 아쿠아리움 쇠소깍 큰엉 외돌개 비자림 6박한 숙소, 금호리조트 2박한 숙소, 팜힐 이중섭 거리의 카페 제주공항 이번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제주도의 맛있는 음식을 맛 본 것이었다. 흑돼지 / 돈사돈 갈치구이 / 해마루 옥돔구이 / 길섶나그네 방어회 / 동성수산 보말칼국수 / 수두리 모듬회 / 쌍둥이횟집

사진속일상 2016.01.21

마라도 해국

1월인데도 해국을 볼 수 있다는 건 신기하다. 제주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마라도에서 본 해국은 꽃만 아니라 초록색 잎도 싱싱했다. 바닥만 보면 봄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다. 다만 겨울의 거센 바람 때문에 줄기가 자라지 못하고 땅에 바싹 붙어 있었다. 사람은 집이라도 만들어 비바람을 피하지만 식물은 제 몸으로 받아내는 수밖에 없다. 키를 낮추어 견뎌낼 뿐이다. 시련은 생명을 강하게 만든다. 자연과 생물과의 상호작용이다.

꽃들의향기 2016.01.19

2016 제주도(3) - 송악산 주변

제주도에 있는 내내 흐리고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 이어졌다. 어떤 날은 창문을 스치고 지나가는 거센 소리에 새벽잠을 깨기도 했다. 삼다도에서 바람만은 기세가 여전한 것 같다. 딱 하루 송악산과 용머리해안에 간 날은 해가 나고 바람도 잦아들어 따스했다. 여행은 날씨가 도와줘야 한다. 송악산 분화구는 출입이 금지되었고, 대신 둘레를 한 바퀴 도는 길이 잘 만들어졌다. 길이가 2.8km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해안 산책로다.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길이 아닌가 싶다. 송악(松岳)이라는 이름으로 보아 옛날에는 소나무가 많았던가 보다. 지금은 일부에만 소나무 숲이 남아 있다. 썰물이 되어 길이 열리기를 기다리느라 한 시간여를 대기했다가 용머리해안에 입장했다. 그동안은 물때를 맞추지 못해 들어가 보지를 못한 ..

사진속일상 2016.01.19

한겨울 벌노랑이

제주도 초지에는 한겨울에도 벌노랑이가 피어 있었다. 어쩌다 핀 한두 개체가 아니라 넓은 풀밭 전체에 골고루 꽃을 피웠다. 벌노랑이는 중부 지역에서 늦봄이 되어야 피는 꽃이다. 벌노랑이 외에도 제비꽃, 개망초, 엉겅퀴 등도 볼 수 있었다. 이런 꽃에서 제주도의 색다른 기후를 경험한다. 이곳 벌노랑이는 키가 자라지 못한다. 방목하는 소가 자주 뜯어먹기 때문일 것이다. 얼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려는 본능이 계절에 관계없이 꽃을 피우게 하는지 모른다. 예뻐서 더욱 안쓰럽게 보인 벌노랑이였다.

꽃들의향기 2016.01.17

2016 제주도(2) - 곶자왈

제주도 말로 '곶'은 숲을 뜻하고, '자왈'은 자갈을 가리킨다. '곶자왈'이란 화산암 바위 덩어리와 나무, 이끼, 덩굴식물이 어우러진 숲이란 의미다. 제주도의 특유한 풍경 중 하나다. 이번 여행에서 곶자왈은 두 군데를 찾아 보았다. 교래곶자왈과 화순곶자왈이다. 거문오름 탐방 때 지난 곶자왈과 비자림을 포함하면 총 네 군데다. 교래곶자왈은 한라산 동쪽 중산간지대에 있는데, 교래자연휴양림이라는 이름으로 개방되고 있다. 큰지그리오름까지 다녀오는 왕복 8km의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흙길은 부드럽고 폭신하다. 오름 아래까지 이런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서귀포는 따스했는데 산간지대인 이곳은 싸늘하고 흐린 날씨다. 대신 찾는 사람이 적은 장점은 있다. 돌, 나무에는 이끼가 자욱하다. 색다른 풍경이다. 작년에 ..

사진속일상 2016.01.16

2016 제주도(1) - 오름

회사에 다니는 첫째가 연초에 시간 여유가 생겨 아내와 셋이서 제주도에 다녀왔다. 4박5일을 계획했으나 상황이 변해서 다시 4박을 연장해 총 9일이 되었다. 이번에는 관광지를 바쁘게 돌아다니기보다 맛있는 걸 먹으며 쉬는 위주로 컨셉을 잡았다. 그냥 현지 날씨에 맞추어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였다. 이번에 오름은 세 곳을 올랐다. 정물오름, 거문오름, 큰지그리오름이었는데 그중에서 정물오름은 나 혼자서 찾아간 곳이다. 정물오름은 제주도 서쪽 이시돌목장 옆에 있다. 남쪽 방향으로는 바다가 보이는 전망이 참 좋은 표고 469m의 오름이다. '정물'이라는 샘이 있어 붙은 이름이다. 오름의 형태는 남서쪽에서 다소 가파르게 솟아올라 꼭대기에서 북서쪽으로 완만하게 뻗어내렸다. 북서쪽으로 넓게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가지고 ..

사진속일상 2016.01.15

제주도 4박5일 - 스마트폰 사진

어렵사리 다녀온 올들어 첫 여행이었다. 원래는 연초에 가기로 하고 숙소와 교통편을 모두 예약해 놓았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생활할 장기 숙소를 구할 계획이었다. 허나 늘 그렇듯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인간사 자질구레한 일 탈도 많아서 일마다 어그러져 뜻대로 되는 게 없어라 젊었을 땐 집 가난해 아내 늘 구박하고 말년에 봉급 많으니 기생들만 따르려 한다 주룩주룩 비 오는 날 놀러 갈 약속 있고 개었을 땐 대부분 할 일 없어 앉아 있다 배불러 상 물리면 맛있는 고기 생기고 목 헐어 못 마실 때 술자리 벌어지네 귀한 물건 싸게 팔자 물건 값이 올라가고 오랜 병 낫고 나니 이웃에 의원 있네 자질구레한 일 맞지 않음이 이와 같으니 양주에서 학 타는 신선 노릇 어찌 바랄까 이규보의 '위심(違心)'이라..

사진속일상 2014.06.16

제주도 4박5일 - 한라산 사라오름

한라산 백록담에 오르다가 체력이 방전되어 포기하고 샛길로 찾아간 사라오름이다. 꿩 대신 닭이었다. 성판악 코스가 이렇게 돌투성이로 험한 길인 줄은 미처 몰랐다. 20년 전 한겨울에 이 길로 백록담에 올랐는데 그때는 눈으로 다져져 있어 평탄했던 기억만 남아 있었다. 성판악 코스를 너무 우습게 봤다. 9시에 성판악 탐방안내소를 출발하여 속밭 대피소, 사라악샘을 거쳐 진달래밭 대피소(1,500m)에 도착하니 오후 1시 가까이 되었다. 백록담 등정 제한 시간에는 겨우 맞추었으나 자신이 없었다. 흙길 4시간이었다면 무리가 되지 않았겠으나 돌길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더구나 등산화가 아닌 트레킹화를 신어서 발바닥도 아팠다.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간단한 점심을 하고 내려오는 길에 들른 곳이 사라오름이다. 사라오름은..

사진속일상 2014.06.15

제주도 4박5일 - 우도 걷기

제주도 4박5일 여행의 둘째 날은 우도(牛島)를 걸어서 일주했다. 올레 1-1 코스인 이 길은 마을과 밭을 지나고 바다를 끼고 걷는 재미가 아기자기하다. 잔뜩 흐린 날, 성산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20분 정도 걸려 우도 천진항에 닿았다. 배에서 내린 승객은 버스를 타거나 자전거, 스쿠터를 빌려 우도 구경을 시작했다. 걸으려 작정한 사람은 아내와 나, 둘밖에 없었다. 반시계방향으로 섬을 돌기로 했다. 길은 해안가를 벗어나 밭 사이로 꼬불꼬불 나 있었다. 밭의 경계를 나누는 돌담이 이색적이었다. 밭은 새로 경작을 시작하려는지 이랑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우도의 특산품은 땅콩이라고 한다. 밭길에 올레 표시가 잘 안 되어 있어 이리저리 많이 헤맸다. 그러나 어디를 걸어도 길인 것을, 멀리 보이는 우도 등대..

사진속일상 2014.06.14

제주도(3) - 한라산 영실

겨울 산행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라산 영실코스를 걸어보기로 했다. 길이 미끄러우면 적당한 데서 내려오면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 조심해야 할 구간은 그늘진 곳 일부였고, 나머지는 보통의 운동화로도 충분했다. 영실에서 한라산을 오르는 들머리는 해발 1,280m에서 시작한다. 영실에서는 한라산 백록담까지 오를 수는 없고, 대부분은 윗새오름(1,711m)을 거쳐 어리목으로 하산한다. 우리는 영실에 차를 주차해 놓았으므로 윗새오름까지 오른 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약 4시간이 걸렸다. 영실기암. 이곳 영실 계곡의 웅장한 모습이 부처님이 불제자들에게 설법하던 영산과 비슷하다 해서 영실(靈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작은 바위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 제자들 모습이다. 영실 계곡의 중심인 병풍바위로 수직 암..

사진속일상 2013.12.16

제주도(2) - 올레 7, 8, 9코스

올레 7코스는 외돌개에서 월평마을까지 13.8km다. 서귀포 해안을 대표하는 풍광인 외돌개에서 7코스가 시작된다. 12월이지만 가을 분위기가 나는 길. 야자수가 있는 풍경. 바닷가에서 맛보는 회 한 접시. 범섬. 아픔의 현장, 강정 해안. 8코스는 월평마을에서 대평포구까지 19.2km다. 8코스를 대표하는 갯깍주상절리대. 웅대한 규모에 놀랐다. 암벽에 핀 꽃. 하얏트리젠시호텔 앞으로 올레길이 지나간다. 6코스에 있는 칼호텔은 길을 폐쇄했는데 하얏트는 길을 개방해 주어서 고마웠다. 중문해수욕장. 8코스의 바다 풍경. 9코스는 대평포구에서 화순해변까지 7.1km다. 대평포구에서 바라본 박수기정. 박수기정은 '샘물이 솟는 절벽'이라는 뜻이다. 올레 9코스는 박수기정 위를 지나게 된다. 옛날에는 박수기정 위 평..

사진속일상 2013.12.15

제주도(1) - 올레 5, 6코스

딸이 비행기표를 건네주는 바람에 생각지도 않던 제주도를 가게 되었다. 갑자기 이루어진 여행이라 부랴부랴 숙소를 정하고, 주로 올레길을 걷기 위해 떠났다. 아내와 함께 한 8박9일의 제주도 여행이었다. 올레 5코스는 남원포구에서 쇠소깍까지 14.7km다. 남원포구 앞 바다. 갯바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비가 지나간 길. 나무의 윤곽이 한반도 지형을 만들었다. 5코스의 하이라이트인 큰엉 해안. 파도에 깎인 해식절벽이 길게 이어지고, 올레길은 절벽을 따라 나 있다. 위미리에 있는 동백나무 군락. 17세 되던 해 이 마을로 시집 온 현병춘(1858~1933) 할머니가 해초캐기와 품팔이 등 근면한 생활로 어렵게 모은 돈 35냥으로 이곳 황무지를 사들인 후 모진 바람을 막기 위하여 한라산의 동백 씨앗을 따다가 뿌린..

사진속일상 2013.12.14

올레길 감국

제주도 올레길을 걸으며 제일 많이 만난 꽃이 감국이었다. 5코스에서 9코스까지 걸었는데 어디서나 감국이 반겨주었다. 파란 바닷물과 잘 대비가 될 뿐 아니라 향기 또한 진해서 시각과 후각이 즐거웠다. 12월인데도 감국이 한창이라는 게 육지 사람으로서는 무척 신기했다. 감국(甘菊)은 달콤한 향기가 좋아 꽃잎을 말렸다가 차로 우려내 마시지만, 현기증이나 두통을 치료하는 한약재로도 사용된다. 산국과 비슷하지만 감국이 대체로 키가 작다. 12월에도 감국을 볼 수 있는 제주도의 따스한 날씨가 무척 탐났다.

꽃들의향기 2013.12.13

지슬

슬픈 영화였다. 영화관 문을 나서니 한낮의 봄 햇살이 너무 밝고 환했다. 그뒤 신록을 걸었고 사람을 만났지만 내내 울적했다. 나는 지금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을 듣고 있다.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t isn't hard to do Nothing to kill or die for No religion too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무자비한 역사의 수레바퀴에 아무 영문도 모른 채 깔려 죽은 수많은 영혼들을 기억한다. 이 영화는 1948년 11월, '해안선 5km 밖 모든 사람을 폭도로 간주한다'는 소문을 듣고 피난길에 나선 제주도 어느 마을 사람들 이야기다. 3만 명이 희생된 제주도 4.3사건의 시작이었다. ..

읽고본느낌 2013.05.01

평화의 섬을 평화롭게 하라

어제 정부에서는 주민과 시민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제적, 전략적으로 꼭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마침 이번 주 가톨릭 주보에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 연대'에서 배부한 유인물이 들어 있었다. 4쪽으로 된 만화인데 해군기지 건설의 실상과 갈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내용을 옮긴다. 제주 강정마을 "떠나요~ 둘이서~ 제주도 푸른 밤 아래~"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며, 가슴 설레일 만큼 아름다운 제주 "그 중에서 이곳 강정마을은 더욱 아름다워요." 길이 1.2km, 너비 150m에 달하는 통바위인 구럼비 바위가 있고, 대규모 역사 유물과 멸종 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 맹꽁이가 살만큼 깨끗하고, 바다에서는 돌고래가 자맥질하며 뛰놀고..

길위의단상 2012.03.01

오름

은퇴 전후의 때가 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같이 돈을 모아 전셋집을 하나 마련하자고 누군가가 제안했다. 2년씩 각 지방을 돌아가며 집을 장만하고 서로 필요할 때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서로 별 부담 없이 자유롭게 전국을 돌아가며 지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럴 듯 했다. 각자 크게 부담되지 않는 금액으로 지방의 작은 아파트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내 거처를 소유해서 고정된 장소에 묶이기보다는 그렇게 자유롭게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마음만 맞는 친구들이라면 혼자인 경우보다 적적하지 않고 더 나을지 모른다. 나는 은퇴한 뒤에 제주도에 가서 한 2년 살고 싶다. 바다바람도 실컷 맞고 한라산도 계절대로 오르고 싶다. 그리고 특히 하고 싶은 게 있다. 제주도 오름들을 찾아보..

길위의단상 2010.09.13

제주도 여행(2)

6. 자구내포구 이번에 묵은 곳 중에서 제일 정겨웠던 장소가 자구내포구였다. 자구내포구는 제주도 고산에 있는 작은 어촌인데 뒤에는 당산봉이 감싸고 있고, 앞에는 차귀도가 떠있어 아늑하고 조용한 포구이다. 바닷가의 번잡함이나 어수선함이 없는 마치 산 속에 들어온 듯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 또 해안을 따라 산책로도 잘 나 있고, 인근에는 수월봉이 있어 바다 쪽 전망도 무척 좋다. 이른 아침 당산봉에 올랐다. 앞에 보이는 작은 마을이 자구내포구이고, 바다에 떠있는 섬이 차귀도이다. 현재 저 섬은 무인도라고 한다. 섬 뒤로 지는 석양이 무척 아름다울 것 같다. 저녁에 해안길을 산책하다가 바닷가에서 쉬고 있는 갈매기들을 만났다. 사람이 가까이 가도 달아나지 않고 여유롭게 앉아 있다. 그 모습이 고마울 정도로 평..

사진속일상 2006.02.15

제주도 여행(1)

올해는 결혼한 지 25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그 기념으로 아내와 함께 5박6일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돌아보면 25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에는 참으로 많은 것이 담겨있다. 간단한 말로 나타내기 어려운 복합적인 의미가 25 속에는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새파랗게 젊었던 두 남녀가 만나서 사랑하고 싸우며 함께 지낸 세월이 25년이었다. 함께 기뻐하고 꿈에 부풀었던 날들도 많았고, 함께 슬퍼하고 안타까워했던 날들 또한 무수히 많았다. 그런 세월들이 쌓여서 오늘에 이르렀다.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다. 어찌 보면 결혼 생활 25년은 자식의 성장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이미 훌쩍 자라난 아이들을 바라보며 세월이 주는 무게를 느끼게 된다. 그런 면에서 지금은 우리 부부 인생의 한 분..

사진속일상 200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