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3

유방

진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군웅들이 할거하며 다투다가 한나라 고조가 등장하는 과정은 거대한 토너먼트 시합 같다. 마지막 결승에는 유방과 항우가 겨룬다. 약 2,200년 전 이 시기가 중국 역사에서 제일 드라마틱했다고 말할 수 있다. 중국 영웅열전 중 한 권인 을 읽어보게 되었다. 초와 한의 쟁패에 대해서는 유방, 항우, 한신 등에 관한 단편적인 일화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전체적인 윤곽이 잡힌다. 각 인물의 특성도 어느 정도는 드러난다. 주인공은 유방이지만 사실 항우에 더 호감이 간다. 유방이 술수에 능하고 고단수라면, 항우는 우직 단순하다. 무식하면서 고집이 센 것이 병통이었다. 그것 때문에 늘 전투에 이기면서도 결국 유방에 패배했다. 지략 싸움에서 진 것이다. 유방에게는 장량, 소하 같은 ..

읽고본느낌 2016.12.16

장가계(3) - 황석채, 원가계

장가계 여행 셋째 날은 황석채, 양가계, 원가계를 구경했다. 역시 오전은 쇼핑으로 보내고, 오후에 세 군데를 부리나케 돌아다녔다. 어제까지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지나가고 하늘이 깨끗해졌다. 이틀 전까지 계속 비 예보였는데 기적처럼 맑은 하늘이 열렸다. 이처럼 장가계 날씨는 한 시간 앞을 예측 못 할 정도로 표변한다고 한다. 황석채(黃石寨) 들어가는 입구. 가이드가 장가계의 중심이 황석채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다. 황석채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우리가 탄 케이블카는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었다. 재수 좋으면 걸린다는 유리 케이블카가 우리 몫이 되었다. 황석채에는 유달리 원숭이가 많이 산다. 음식을 얻어 먹으려 관광객 옆까지 접근한다. 가방을 부스럭거리기만 해도 날쌔게 달려드니 조심해야 한다. 황석채에서는 원..

사진속일상 2016.07.02

장가계(2) - 보봉호, 천문산

둘째 날 오전은 가게 두 군데를 들렀다. 패키지 여행에서 쇼핑은 의무 사항이다. 이젠 그러려니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총 네 번의 쇼핑이 있었다. 물건을 하나도 안 사면 가이드 눈치가 보이긴 한다. 어쩔 수 없이 라텍스 매장에서 배개 두 개를 샀다. 이른 점심을 먹고 찾은 곳이 보봉호(寶峯湖)였다. 협곡을 막아 댐을 만들고 물을 가둔 인공호수다. 유람선을 타고 20분 정도 돌아다닌다. 장가계는 토가(土家)족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우리 버스 기사도 토가족이었다. 배를 타면 토가족 의상을 입은 아가씨가 타고 노래를 불러준다. 관광객에게 마이크를 넘기기도 한다. 거의 관광버스 수준이다. 이번 여행 코스 중 보봉호가 제일 별로였다. 옵션 비용 30달러 값을 못했다. 잠깐 배를 탔을 뿐이었고, 경치가 볼 만한 것..

사진속일상 2016.07.01

장가계(1) - 십리화랑, 대협곡

갑작스레 장가계를 가게 되었다. 하나투어 여행박람회에서 값싼 장가계 여행 상품이 있어서 아내와 같이 신청했다. 옵션까지 포함하면 별 차이가 없다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처음에는 싼 맛에 솔깃했다. 어찌 됐든 그 덕분에 장가계를 구경했다. 주위에 보면 장가계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한국 사람만 한 해에 80만 정도가 찾는다고 한다. 실제로 가 보니 현지인과 한국인밖에 없다. 안내문에는 한글이 병기되어 있고, 한국 돈이 어디서든 통한다. 가뭄에 콩 나듯 한둘의 서양인이 보일 뿐이다. 왜 한국에서만 이렇게 소문이 났는지 불가사의할 정도다. 인천공항에서 장사(長沙)까지는 3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중국동방항공편으로 밤 10시 30분에 공항을 떠나 다음날 새벽 3시에 호텔에 도착했다. 잠깐 눈 붙이고 5시 ..

사진속일상 2016.07.01

중국, 당시의 나라

이 책은 고대 중문과 교수인 김준연 선생이 당시(唐詩)의 흔적을 답사한 중국 기행기다. 선생은 옛날 당나라 지도를 들고 13개 성에 산재한 유적을 찾아다니며 당시 200여 수의 내력을 훑었다. 책에는 다섯 차례에 걸쳐 서쪽 돈황에서 동쪽 태산, 남쪽 계림에서 북쪽 승덕까지 발로 누빈 기록이 마치 내가 현지에 있는 듯 생생하다. 중국의 문화와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는 당시를 만나면 더욱 반갑다. 그중의 하나가 장계(張繼)가 지은 '풍교에서 밤에 정박하다(楓橋夜泊)'이다. 月落烏啼霜滿天 江楓漁火對愁眠 姑蘇城外寒山寺 夜半鐘聲到客船 달 지고 까마귀 울고 서리가 하늘에 가득 강가 단풍 고깃배 등불과 마주하여 근심 속에 잠들 때 고소성 밖 한산사 한밤중의 종소리가 나그네의 배에 들려온다 이 시가 유명..

읽고본느낌 2015.08.30

품인록

중국에서 고전 대중화의 길을 개척하고 TV 강의를 통해 학술 스타로 각광받고 있다는 이중톈[易中天] 교수가 쓴 책이다. '중국 역사를 뒤흔든 5인의 독불장군'이라는 부제로 항우, 조조, 무측천, 해서, 옹정제의 인물 품평을 다루었다. 인물 중심이라는 점에서 일반 역사서와는 좀 다르다. 그래서 제목이 '품인록(品人錄)'이다. 중국에서 인물 품평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전통인데 위진 시대에는 하나의 미덕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 비평가들은 시적 감수성으로 인물을 평했다. "솔 아래 부는 바람처럼 소슬하다", "아침놀이 떠오르는 것처럼 당당하다", "봄날 버들처럼 산뜻하다" 등으로 묘사했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 인물 비평이나 감상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쉽다면서, 그것이 이 책을 쓴 동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

읽고본느낌 2014.10.09

중국 여행 - 쿤위산

쿤위산(923m)은 연태 근교에 있는 화강암 산이다. 우리로 치면 북한산과 닮았다. 산세가 우람하면서 빼어나다. 일부는 골프장으로 가고, 나머지는 쿤위산 등산에 나섰다. 그러나 정상에 다녀오는 데는 일정에 무리가 있어 1시간여 걸리는 산책 코스를 택했다. 전날 태산에 비해 훨씬 여유있고 한가한 산행이었다. 안내판을 통해 코스 설명을 듣다. 한국 사람이 얼마나 많이 찾아오는지 중국어, 영어, 한국어가 나란히 적혀 있다. 등산로 초입의 계류가 맑고 깨끗했다. 등산로도 깔끔하게 잘 정비되어 있었다. 바위 사이에서 귀엽게 돋아난 아기 소나무. 중국 유치원 아이들이 단체로 소풍을 나왔다. 앞에서 붉은 깃발을 들고 가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구룡지(九龍池)와 구룡폭포. 안내판에는 구룡지 전설이 이렇게 적혀 있다. ..

사진속일상 2012.08.05

중국 여행 - 태산

밤새 시끄러운 중국 사람들 목소리로 잠을 설쳤다. 태산 일출을 보기 위해 4시 모닝콜이 되어 있었으나 이미 그 전에 잠이 깼다. 문을 열어서야 왜 그렇게 시끄러웠는지를 알았다. 호텔 복도와 로비는 온통 텐트로 가득 차 있었다. 산을 올라온 사람들의 임시 숙소였다. 더 놀라운 광경은 호텔을 나섰을 때였다. 사람들이 끝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일출을 보기 위해 밤새 태산을 걸어 올라온 행렬이었다. 인민군복 같은 두꺼운 코트를 걸치고 꾸역꾸역 정상으로 밀려 올라가는 광경은 나그네의 눈에는 낯설고 기이했다. 귀기(鬼氣)마저 서리는 풍경이었다. 종교적 순례 행렬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일부는 그냥 길바닥에서 비박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대부분이 젊은이들이었다. 어떤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6.25 때 인해전술로 밀..

사진속일상 2012.08.04

중국 여행 - 곡부

인류의 스승, 공자의 고향인 곡부(曲阜)를 찾아가는 날이다. 연태에서부터 고속도로를 7시간 넘게 달려야 닿는 먼 거리다. 아침 5시에 숙소를 나섰다. 버스를 교체하는 소동을 겪으며 오후 2시가 되어서야 곡부에 도착했다. 중국의 여름 날씨는 무척 뜨거웠다. 인구 10만 정도의 소도시인 곡부에는 세 개의 대표적인 공자 유적지가 있다. 삼공(三孔)이라 부르는 공묘(孔廟), 공부(孔府), 공림(孔林)이다. 공묘는 공자를 기리는 사당이고, 공부는 공자의 후손들이 살던 지역, 공림은 공자 묘가 있는 숲이다. 삼공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셋을 거의 달리기 하듯 훑어보는데 세 시간 가까이 걸렸다. 삼공 인근의 거리 모습. 곡부 전체가 온통 이런 기념품 가게들이다. 곡부는 공자로 먹고 산다고 해도 ..

사진속일상 2012.08.03

중국 여행 - 연태

대학 동기 아홉명이 중국 연태와 곡부, 태산을 다녀왔다. 연태 한국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친구를 만날 겸 동기들의 친목 해외여행이었다. 산동성에 있는 연태(煙台)시는 한국과 거리가 가까워인지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고, 골프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다.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12시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중국 동방항공편을 이용했다. 연태까지 가는데 꼭 1시간이 걸린다. 제주도에 갈 때 걸리는 시간과 비슷하다. 공항에서 바로 연태 한국학교를 방문했다. 방학중이라 아이들은 없고 교무실에는 일직 근무하는 선생님 두 분만 계셨다. 이 학교는 교민 자녀를 위해 약 10년 전에 세워졌다. 현재 12학년 24학급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은 한국에서..

사진속일상 2012.08.02

곤명 풍경

4일 저녁 8시에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밤 12시가 넘어 곤명(昆明)에 도착했다. 바로 호텔로 직행하여 잠을 잤는데 난방이 안 되는 방은 너무 추웠다. 곤명을 춘성(春城)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사시사철 따뜻한 봄이기 때문이란다. 온화한 기후는 난방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이런 시기의 밤이면 일정 부분 추위를 감내해야 하는 것 같다. 마치 러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한국의 추위를 힘들어하는 경우와 비슷하다. 러시아는 밖은 춥지만 대신 실내 난방은 무지 잘 되어 있다고 들었다. 호텔 15층에서 내려다 본 곤명은 예상 외로 큰 도시였다. 인구가 500만이 넘는다고 한다. 낡은 건물과 현대식 빌딩이 섞여 있어 이곳에서도 변하는 중국을 실감할 수 있었다. 건물 옥상마다 가득 찬 태양전지판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춘성이라는..

사진속일상 2011.01.17

운남 석림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중국 운남에 다녀왔다. 직장 동료들과의 퇴직 기념여행이었다. 6일간이지만 출발일과 도착일을 빼면 실제는 4일 동안 곤명을 중심으로 한 운남 지역에 있었다. 운남(雲南, 윈난)은 중국에서도 가장 남쪽에 있다. 베트남, 미얀마 등과 접하고 있으며, 성도는 곤명(昆明, 쿤밍)이다. 북위가 25도 쯤 되는 지역이라 사시사철 따뜻하다. 지금 기온도 5도에서 15도 사이를 오르내린다. 그런데 호텔에는 난방 시설이 안 되어 있어 잘 때는 무척 추웠다. 따뜻한 곳에서 도리어 덜덜 떨면서 잤다. 운남 석림(石林)은 곤명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이족(彛族)자치현 지역이다. 옛날에 이곳은 바다였는데 2억7천만 년 전에 융기해서 육지로 되었다. 지금 이 지역의 해발고도는 180..

사진속일상 2011.01.10

막내가 어학연수를 떠나다

막내가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고 있는데 직접 중국에서 어학 공부를 하기 위해 학교를 1년 휴학하고 출국한 것이다. 지난 겨울에 배낭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인지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준비도 하고 수속도 다 마쳤다. 그래도 장기간의 해외 생활에 대한 부담이나 두려움은 어찌할 수 없는지 평상시와는 다른 낌새가 느껴지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몸살도 진하게 앓았다. 나는 집안에서 아이들과 대화가 부족하다. 부족한 것이 아니라 거의 없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은 많건만 서로 마음을 나누는 대화는 부녀지간이건만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그에 비해 아내와 아이들은 아주 가까이 잘 지낸다. 모녀지간이 아니라 마치 친구 사이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질투..

사진속일상 2004.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