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7

인간의 세 가지 편향

인간이 이성을 가진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 두뇌는 불완전하고 허점 투성이다. 군중 심리에 쉽게 매몰되고 형편없는 신념을 금과옥조로 여기기도 한다. 우리의 세계관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살펴보면 근거의 박약함에 한숨이 나올 정도다. 인간은 '털 없는 원숭이'에 더 가깝다. 앞으로 AI 시대가 되면 인간의 설 자리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궁금해진다. 인간은 스스로에게 '호모 사피엔스'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너무 건방진 말이 아닐까. 우리가 불완전한 존재이고 모순덩어리라는 것을 알고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 아닌가 싶다.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제반 문제들의 근원이 어디서 오는지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심리학이 제시하는 인간이 범하는 세 가지 편향 오류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첫 번..

참살이의꿈 2023.04.04

중용가 / 이밀

이 세상 모든 일은 중용이 제일이거니, 믿고 살아왔다네 - 한데 이상도 하지. 이 '중용' -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나네 그려. 자아, 이렇게 되면 무엇이고 중용을 택하여 당황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니 마음은 편하기 그지없는 것. 하늘과 땅 사이는 넓디넓은 것. 읍내와 시골 사이에 살며, 산과 개울 사이에 농토를 갖네. 반은 선비요, 반은 농사꾼일세.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노네. 아랫사람들도 적당히 구슬리네. 집은 너무 좋지도 그렇다고 초라하지도 않으니 가꾼 것이 절반이요, 안 가꾼 것 또한 절반일세. 입은 옷은 낡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새로 장만한 것도 아닐세. 너무 좋은 음식도 먹지 않고 하인배는 바보와 꾀보의 중간내기라. 아내는 너무 똑똑하지도 않고 너무 단순치도 않으니, 그러고 보면 이내 몸은 반..

시읽는기쁨 2020.08.16

금강경[27]

"수보리여, 그대가 만일 여래는 거룩한 모습을 갖추었기에 위 없이 바른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면, 수보리여,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여래는 거룩한 몸 모습을 갖추었기에 위 없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것이 아닙니다. 수보리여, 그대가 만일 위 없이 바른 깨달음에 마음 낸 사람은 모든 것의 끝남과 없어짐을 말한다고 생각한다면, 수보리여,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위 없이 바른 깨달음에 마음 낸 사람은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그것의 끝남과 없어짐을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금강경 27(끝남도 없고 없어짐도 없어, 無斷無滅分) 두 번째 대목에 주목한다. 번뇌에서 해방되는 게 깨달음의 목적은 아니다. 세속의 온갖 망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깨달음은 그 너머에 있다. 끝나거..

삶의나침반 2020.08.12

논어[97]

선생님 말씀하시다. "중용의 올바른 실천이란 지극한 것인가 보다! 사람들은 오래 오래 실천하지 못하거든." 子曰 中庸之爲德也 其至矣乎 民鮮久矣 - 雍也 23 고등학생일 때 윤리 선생님에게서 들은 비유가 생각난다. 중국에는 한쪽을 두껍게 만든 병이 있는데 물을 적게 넣으면 쓰러지고 많이 넣어도 쓰러진다. 적당히 물이 들어가야 바로 서는 병이다. 중용의 비유로 이 병을 말했는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상태가 중용이라는 뜻이다. 명쾌한 설명이었다. 그러나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중간 지대가 중용은 아닐 것이다. 공자는 중용의 덕이 지극하며 오래 실천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했다. 심지어는 공자 자신도 중용을 실천하는 게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천하 국가를 고르게 다스리고, 높은 벼슬을 사양하고, 하얀 칼날을..

삶의나침반 2014.08.18

중용의 노래

세상일은 중용이 최고라고 믿고 살았네. 그러나 이상하군, 이 ‘중용’은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네. 중용의 기쁨보다 더 한 것이 없네. 재미있다, 모든 것이 절반. 당황치 않고, 서두르지 않으니, 마음도 편하다. 천지는 넓은 것 도시와 시골 사이에 살며 산과 강 사이에 농토를 갖네. 알맞게 지식을 얻고 알맞은 지주가 되어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노네. 아랫것들에게도 적당히 대한다네. 집은 좋지도 않지만, 너무 누추하지도 않고 가꾼 것도 절반, 가꾸지 않은 것도 절반 입은 옷은 헌 옷도 아니고, 새 옷도 아니네. 먹는 것도 적당하네. 하인은 바보와 똑똑이의 중간, 아내의 머리도 알맞은 중간이고 그러고 보니 나는 반은 부처이고 반은 노자일세. 이 몸의 절반은 하늘로 돌아가고 나머지는 자식들에게 남기네. 자식의..

참살이의꿈 2011.07.15

마음의 보약

퇴계 이황 선생은 재미있는 비유를 써서 사람을 살리는 마음 다스리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마음을 잘 다스려 맑게 하면 병도 사라진다며 활인심방(活人心方)을 소개한다. 그중의 하나에 중화탕(中和湯)이라는 약이 있다. 중화탕은 30 가지 약재를 버무린 탕약이다. 물론 이 약재는 한약방에서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다. 이 약재들을 ‘신장의 물’[腎水]에 넣고 ‘심장의 불’[心火]로 끓이면 된다. 중화탕을 꾸준히 복용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의사가 치료하지 못하는 병도 고친다. 또한 원기(元氣)를 지켜 질병을 일으키는 사기(邪氣)가 침범하지 못하므로 병이 생기지 않고 평안히 지낼 수 있다고 한다. 중화탕에 들어가는 30 가지 약재는 다음과 ..

참살이의꿈 2009.06.04

순수에의 열정

내 젊은 날의 노트를 보면 '순수'와 '진리'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씌어 있다. 그때는 그만큼 삶의 뜻에 몰두했고, 순수에의 열정으로 가득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 시절이 결코 낭만적으로 기억되지는 않는다. 엄청난 내적 고통과 정신적 방황의 시기였기 때문이다. 열정은 무엇이든 불살라 버리는 뜨거움이 있다. 사랑의 열정에 휩싸인 사람을 상상해 보면 알 수 있듯열정은 맹목적이고 저돌적이어서 그 안에는 위험한 화약고가들어있다. 젊었을 때의 열정과 비슷한 경험을 40대 후반에서 나는 다시 한 번 겪었다. 인생 사추기(思秋期)의 통과의례를 진하게 경험한 것이다. 수 년간 지속되었던 그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만 역시 현실적으로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인생 공부의 수업료 치고는 너무나 값이 비쌌다. 나..

참살이의꿈 2007.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