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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진 1

봄날은 간다 / 최금진

사슴농장에 갔었네 혈색 좋은 사과나무 아래서 할아버지는 그중 튼튼한 놈을 돈 주고 샀네 순한 잇몸을 드러내며 사슴은 웃고 있었네 봄이 가고 있어요, 농장 주인의 붉은 뺨은 길들여진 친절함을 연방 씰룩거리고 있었네 할아버지는 사슴의 엉덩이를 치며 흰 틀니를 번뜩였네 내 너를 마시고 回春할 것이니 먼저 온 사람들 너댓은 빨대처럼 생긴 주둥이를 컵에 박고 한잔씩 벌겋게 들이키고 있었네 사과나무꽃 그늘이 사람들 몸속에 옮겨 앉았네 쭉 들이키세요, 사슴은 누워 꿈을 꾸는 듯했네 사람들 두상은 모두 말처럼 길쭉해서 어떤 악의도 없었네 누군가 입가를 문질러 닦을 때마다 꽃잎이 묻어났네, 정말 봄날이 가는 동안 뿔 잘리고 유리처럼 투명해진 사슴의 머리통에 사과나무 가지들이 대신 걸리고 할아버지 얼굴은 통통하게 피가 올..

시읽는기쁨 201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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