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7

차가운 물빛공원

분당에 나갔다 오는 길에 물빛공원에 들렀다. 요 며칠 강추위가 찾아와서 호수 물이 꽁꽁 얼었다. 어제 기온은 영하 18도까지 내려갔다. 40년 만의 최저 기온이었다고 한다. 집에만 들어앉아 있어서 뉴스로만 접했지 체감은 못했다. 오늘은 날이 풀어졌다는데도 남은 냉기가 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물빛공원 둘레길을 한 바퀴 돌면서 옆에 있는 야산 길도 조금 걸었다. 한 시간 조금 더 걸렸다. 집에 와서 늦은 점심을 하면서 반주로 소주 몇 잔을 즐겼다. 그리고 시공간의 환영(幻影)에 대한 좀 엉뚱한 생각을 했다. 요사이 읽고 있는 책 탓인지 몰랐다. 시간이 직선상의 절대적인 흐름이 아님은 이미 밝혀졌다. 공간 역시 무한대로 펼쳐져 있지 않은지 모른다. 종이 두께로 겹쳐져 있어도 인간의 의식은 무한대로 인식할 수 ..

사진속일상 2021.12.27

추위가 풀어지다

일주일 넘게 맹위를 떨치던 추위가 물러갔다. 이번 한파에는 최저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졌고, 한낮에도 영하 10도 부근에서 수은주가 주춤거렸다. 제주도에는 폭설이 더해져 공항이 이틀간 폐쇄되었고 수만 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32년 만의 추위였다고 한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여서 대만에서는 백 명 가까이 동사했다는 소식이다. 옛날을 돌아보면 쨍하게 맑은 겨울이 떠오른다. 삼한사온이 나타나는 것도 특징 중 하나였다. 어린 생각에 어째서 기온이 일주일 주기로 변하는지 신기해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날씨가 뒤죽박죽이고 막무가내다. 자연 현상마저 인간 세상을 닮아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낮 기온이 영상으로 돌아오니 반갑다. 몸이 근질근질해서 경안천에 나가 세 시간 정도 걸었다. 미당이 자신을 키운..

사진속일상 2016.01.28

팔원(八院) / 백석

차디찬 아침인데 묘향산행 승합자동차는 텅하니 비어서 나이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오른다 옛말속같이 진진초록 새 저고리를 입고 손잔등이 밭고랑처럼 몹시도 터졌다 계집아이는 자성(慈城)으로 간다고 하는데 자성은 예서 삼백오십리 묘향산 백오십리 묘향산 어디메서 삼촌이 산다고 한다 쌔하얗게 얼은 자동차 유리창 밖에 내지인(內地人) 주재소장(駐在所長) 같은 어른과 어린아이 둘이 내임을 낸다 계집아이는 운다 느끼며 운다 텅 비인 차 안 한구석에서 어느 한 사람도 눈을 씻는다 계집아이는 몇 해고 내지인 주재소장 집에서 밥을 짓고 걸레를 치고 아이보개를 하면서 이렇게 추운 아침에도 손이 꽁꽁 얼어서 찬물에 걸레를 쳤을 것이다 - 팔원(八院) / 백석 동장군 기승이 대단하다. 지난 12월은 45년 만의 강추위였다. 새해가..

시읽는기쁨 2013.01.03

44분

지난 1월은 강추위가 한 달 내내 맹위를 떨쳤다. 기상청 발표에 의하면 1월 평균기온이 -7.2도로 1963년 이후 48년 만에 가장 추웠다고 한다. 한 달 동안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간 시간은 단 44분에 불과했다. 1월 최고기온은 14일 낮에 잠깐 기록된 0.3도가 고작이었다. 그동안 냉동고 안에 들어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아파트에서는 물이 내려가는 관이 얼어20일 넘게세탁기 사용을 하지 못했다. 한 번은 처제집에 옷보따리를 싸가지고 가서 빨래를 해오기도 했다.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 날도 19일이나 되었으니 사흘 중 이틀꼴로 혹한을 경험한 것이다. 이같은 한파는 근래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이상현상이었다. 지구온난화를 걱정하고 있는데 되레 추워지고 있다. 최근 4년의 ..

길위의단상 2011.02.05

한강이 얼다

두 주일가까이 계속되는 강추위에 한강이 얼었다. 기상청 발표로는 12월의 한강 결빙은 26년 만이라고 한다. 그만큼 올 12월은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매서운 추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어떤 사람은 삼한사냉(三寒四冷)이라고 농담을 한다. 잠실대교 부근 한강에 나가보니 기슭을 따라 강폭의 약 사분의 일 정도까지 얼음으로 덮여 있다. 한강 결빙이라지만 한강이 완전히 언 것은 아니고 어떤 곳은 전혀 얼음을 찾아볼 수 없는 곳도 있다. 한강 결빙은 한강대교 남단에서 둘째와 넷째 교각 사이의 상류 100m 부근에 얼음이 생긴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한다. 기록상으로 나타난 한강 결빙일수는 40년대에는 평균 69일, 50년대는 43일, 60년대는 35일, 70년대는 32일, 80년대는 21일, 90년대는 8일로 ..

사진속일상 2005.12.21

불 지피기

오늘이 올 겨울에서 가장 추웠다고 한다. 서울 지방은 -12도까지 떨어졌고, 낮에도 -7도로 무척 추었다. 매일 보이던 길거리의 노점상들도 오늘은 철시했다. 모두들 춥다고 하니까 예전에 읽었던 ‘불 지피기’라는 단편소설이 생각난다. 알래스카의 설원을 여행하는 사람이 갑자기 찾아온 영하 100도 가까이 되는 혹한과 만난다. 일행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는 수십 마일이나 떨어져 있는데 가는 도중에 결국은 죽음을 맞는다는 내용이다. 영하 100도의 추위는 어떤 것일까? 소설에서 주인공이 침을 뱉으면 땅에 닿기도 전에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얼어버린다는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공기마저 얼어붙어 사위가 고요한데 온기를 가진 한 생명체에서 나온 액체가 순간에 얼어버리는 소리를 상상해 보며 몸을 떨었었다. 만약 오줌을 눈..

길위의단상 2005.02.01

한강이 얼다

며칠간 된추위가 계속되더니 한강이 꽁꽁 얼었다. 설날을 정점으로 해서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씨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오늘한강에 나가 보았는데 한낮인데도 강변의 바람은 아직 칼같이 매섭다. 이렇게 기온이 떨어지면 고통받는 것은 대개 서민들이다. 계절로 보아서는 당연히 추워야 하고 또 추운 것이 정상이지만, 없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혹독한 때이기도 하다. 이번 추위에도 노숙자가 사망하고, 보온이 잘 안된 보일러나 수도관이 얼어터지고 하는 보도들이 안타깝게 한다. 지금 나는 도시의 아파트에서 스위치 하나만 돌리면 여름이 무색하게지내고 있다. 죄송스러운 마음에 실내에서도 내복을 입고 지내보자고 결심한 적도 있지만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다.그리고 난방비 걱정도 별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 시골로 내려가면 ..

사진속일상 2004.01.25